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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말띠의 해 인 2월10일 초판으로 '태양의 혀' 시집을 출판한 박미산!! 축하한다.

조갑례가 전해준 시집에 친필싸인까지 해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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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받아 아무대나 펼쳤는데 깜짝이야!!

'용동 큰 우물' 이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바로 적어보련다!

 

아이들이 물에 잠겨 있다

두레박을 내린다

손수건을 가슴에 단 갑례, 동순이가 올라온다

또 한 두레박을  퍼 올린다

덕인이, 종찬이, 천기가 두레박에서 쏟아진다

술 한 잔 마실 때마다

물안개 같은 아이들이

큰 우물을 돌아 배다리로 간다

헌책방을 지나

창영국민학교 운동장

햇살이 머물던 자리에

우르르 몰려드는 아이들

좌충우돌 파문을 일으키며

심장을 두드린다

조개탄이 이글이글 타고

산더미 같은 도시락이 쓰러지며

사십삼 년이 왁자하게 부서진다

빛보다 빠르게

고무줄 끊고 도망가던 순교

달리기 잘하던 종재는

저 세상을 급하게 달려갔다 하는데

우물 한 귀퉁이에서

낯가리던 물결과 물결이

돌고 돌아 뒤섞인다

우리는 두레박줄을 밤새 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