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항아리> - 퍼옴 : 3.송미선   2006-04-02 22:18:19  

조금 깨어져 금이가고 오래된 못생긴
물항아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의 주인은 물을 길어오는데  
사용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그 주인은
깨어진 물항아리를 버리지 않고 온전한
물항아리와 똑같이 아끼며 사용했더랍니다.

깨어진 물항아리는 늘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온전치 못하여 주인님에게 폐를 끼치는구나.
나로 인해 그 귀하게 구한 물이 새어버리는데도
나를 아직도 버리지 않으시다니….

어느날, 너무 미안하다고 느낀
깨어진 물항아리가 주인께 물었습니다.
"주인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고 새로운 온전한
항아리를 구하지 않으시나요.
저는 별로 소용 가치가 없는 물건인데요."
주인은 그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물항아리를 지고 계속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길을 지나면서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얘야, 우리가 걸어온 길을 보아라."
그제야 물항아리는 그들이 늘 물을 길어 집으로
걸어오던 길을 보았습니다.
길가에는 예쁜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듯
싱싱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주인님, 어떻게 이 산골 길가에 이렇게 예쁜 꽃들이 피어있을까요?"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메마른 산 길가에서  너의 깨어진 틈으로
새어나온 물을 먹고 자란 꽃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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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주 전에 3기 고형옥 선배님께서 운영하시는 찻집 '꽃뜨루'에 갔었습니다.
한참있다 테이블 위를 보니 각 테이블마다 고선배님께서 일일이 위의 글을
카피해서 예쁘게 장식하여 테이블 유리밑에 끼워두셨더군요.
내용도 아름답지만 좋은 글을 여러사람과 공유하시려는 그 마음이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명상방 '빛사랑'에 올려져 있다고 하셔서 들어가 봤더니
송미선 선배님께서 올리셨더군요.
좋은글, 예쁜글 덕분에 제 마음이 조금은 맑아지는 느낌이에요.
깨진 그릇이라도 지금부터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조영희 선배님께서 어딘가 쓰신 <발상의 전환>, 저도 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