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후배들 중 또 한명의 후배, 이름도 멋진 규~, 임 규.
때론 수필로, 때론 기행문으로, 때로는 독백으로.... 어느 한 부분 처짐없이 맛깔나게 글을 엮어
올려 주는 12기의 임 규 후배의 최근 글을 그림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오히려 검소하고 소박한 후배의 마음을 은연중에 엿볼 수 있어서 공연히 짠 한 마음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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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임규   2006-11-22 13:30:02  

학교 앞 가로수 잎이  날로날로  물들어간다
짙푸른 여름도 좋고, 엷은 연두의 봄 색깔도 좋고, 아직 설익은 이른 가을의 단풍색도 멋있지만
11월 늦가을의 반 쯤 남은 낙옆의 짙은 단풍색도 어는 것 하나 따라올 수 깊은 멋이 깃들어 있다.
갈색 나뭇잎에 반해
지나 온 길 생각해 보니 사는게 그저 감사 감사 감사구나
특별히 오늘은 나의 빠션(fashion)의 자취를 생각해 보고 더욱 그러하네

스물 대여섯이 지나서부터......
시집 가서 호된 시집살이 하는데
울 시엄니께서 ( 그 당시 예순이 넘으셨지) 유독 보라색 게통의 옷을 좋아 하셨어
이 멍청이 시 엄니 무서워 옷을 제대로 못 사입으니 노인네 안 입는 옷 좋다구 입고 다녔는데
알지도 못하는 동료들은 고풍스럽다구 하니 이거야 원...

이제 서슬 퍼렀던 시엄니 돌아가시고 나서
울 막내 동생 교사 되기 전 2 년간 서울 유명한 출판사에 취직이 되어 나와 같이 살게 되었네
이제 슬슬 나의 시대가 오고 있지만 아직은 아녀...깐깐하신 시아부지 아직 내 옆에 계시다네.
이 강남 로데오 여인이 짝 달라 붙는 바지도 사서는 안 입고, 내 몸이 감당할 수 없는 치렁치렁한 털코트도 몇 번 입고
내 던지고 야리꾸리한 색깔의 남방도  "입을 래?"하니 나야 그저.....
또 우리 동료들 왜 이리 빼셔너블하냐고 난리니 과연 내 마음 난리는 난리였어

이제 그 아이도 시집가고
인생 걱정없이,거침없이 사셨던 우리 시아부지도 저 하늘로 가시니
그야말로 나의 시대여 하지만 아직도....
미국으로  먼저 간 큰 언니 딸 년 나중에 유학 갈 때 할 수 없이 보호자 노릇을 하는데
LA는 겨울 옷 필요 없다구 다 버린다네
그래 내가 '어쿠' 하며 몇가지 주워 왔다네
고 기집애는 22살
꽉 쪼이는  셔츠, 내 얼굴과는 좀 동떨어진 치마, 떡볶이 단추가 있는 점퍼, 이쌍한 부츠
멍청한 내 동료들 "선생님 왜 이리 젊어지세요" 하니
To be or not to be. that is a question"
사느냐,  못 사느냐,  꿰제제는 싫다구

허지만 뒤돌아 보니
벗지 않구 산게 감사하구
이것저것 입으게 더 감사하구
이 끝도 없는 나의 빠션 감각은 더욱 감사하다네

그리고 끝내는 지난 주 연희하구 합창복 사라 갔다가
핑크색 달랑달랑한 art earing도 샀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