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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히 세상살이의 정답을 아는 나이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정답대로 살 수는 없는 게 인간인 모양.
정답에 동그라미 치자면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된다이지만
미운 짓을 하는 사람을 어찌 이쁘게 볼 수 있으랴.
나이가 드니 체력이 떨어져 미움의 칼러가  옅고 쉽게 스러지는 건 사실이지만 
사람 마음은 대동소이가 아닐까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몰라서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비심이 평상심 되어 살 수 있는 사람은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사랑만이 마음 속에 가득 찼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주장은 또 다른 상처를 유발시키는 행위이므로 사랑으로 가득찬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난치병처럼 마음속에서 완전 제거 되지 않는 미움,질투,원망,걱정   等等
독버섯 들이 애석하게도  뿌연 빛을 발 하는 날
그래서 자신의 미숙이 부끄러워지는 날 보아야 할 영화가 `굿바이`(오쿠리 비토) 이다.

주인공은 동경에 있는 어떤 오케스트라에 소속된 첼리스트
그런데 어느 날 직장이 폐쇄되고 신혼인 아내와 고향으로 귀향한다.
자신의 재능이 별로인 것을 아는 그는 첼로로 밥벌이 할 것을 포기한다.
그렇지만 포기한 첼로를 거액 융자 받아 샀으므로 돈은 꼭 벌어야 하는 처지.
신문에 난 구인 광고를 보고 얻은 직장이 죽은 사람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납관사 역할이다.

아내에게도 무슨 일을 하는지 숨긴 채 고참 납관사인 사장을 따라다니며 가지가지 주검을 경험한다.
꽃다운 나이에 죽은 주검,15일이 지나 발견된 독거노인의...
금슬 좋던 아내...다복한 가정의 할머니의...
동네 사람을 위해 별 이익도 없는 목욕탕을 운영하는 아주머니의...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공 어린 시절에 집을 버린 아버지의 주검.

  주검을 무슨 종교의식처럼 경건하게 다루는 납관사들의 손놀림을 통해
죽은 자마저도 존중 받아야 하는 인간존재의 가치랄까 뭐 그런 것도 느껴진다.
그러나 뭣보다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명제를 우리가 잊고 살고 있다는 어처구니 없음을 깨닫게 된다.
웰빙도 웰다잉 하기 위해서일텐데,잘사는 조건도 가지가지...
해서 파생되는 욕심의 범위는 한계가 없어 보이지  않던가.

주인공이 첼리스트라서 틈틈이 연주되는 심금을 울리는 첼로곡들,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 떼,아름다운 雪景도 볼만하고
죽음을 통해 삶을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도 새삼 받는다.

무슨 아기자기하고 흥미로운 줄거리를 기대하는 영화 취향이라면 재미없을 수밖에 없는 영화지만
`느낌敎` 신자라면  좋은 영화라고 평하지 않을 수없는 영화가 `오쿠리비토(보내는 사람)`이다.
감동은 善이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맞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들쑥날쑥되는 미움도 걱정도 원망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며칠이나 갈까만은..... 그 랬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