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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떠나신 10월이 지나 11월이 되었다.
평소에는 이리저리 잠시 잊고  일하다가 누가 엄마에 대해 위로의 말이라도 하면   
금시라도 눈가는 젖어들고 엄마 생각이 난다.
눈화장 지워져  지저분해질까봐  눈을 깜빡거려도 그만 흐르고 만다.
안경 벗고 두 뺨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다보면 얼굴은 엉망이 된다.
다른 사람도 그러하겠지만 자동제어가 잘 안되는 것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비에 젖어 떨어지는 가을 낙엽  한장이 이리저리 날리다가
세상을 떠난 엄마의 모습으로 내 앞에 다가와 떨어진다.
소설책 속의 주인공으로만 여겼던 진짜 고아가 된 것을 실감한다.

돌아가신 육신은 차갑고 어두운 땅 속에 누워계신데
자신은 따뜻한 방에서 등 따습게 자고 있어서 괴로웠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1000도나 넘는 뜨거운 불 속에서 이승에 남겼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불태우고
겨울로 가는 시점에 축축하고 어두컴컴한 땅 속에 묻히시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한줌의 재로서 다시 이승에서 우리곁에 계심을 다행으로 여겨야하나.

모르겠다, 다행인지 아닌지.
머리를 세차게 도리질 한다.

가슴 한켠이 뻐근해져온다
찻잔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다가 ,
지나가는 행인들의 걸음을 보다가,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다가도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를 않아
눈두덩이가 늘  퉁퉁 부어있다.
안경은 연신 얼룩져 벗었다 꼈다를 반복한다.

옷 정리를 하던 중 책상서랍 속에서 보자기에 꼭꼭 말아둔  물건을 발견하였다.
보통 때 얼핏 보기도 한 듯하나 눈여겨 보지 않았었지만 그날따라 그 물건에 시선이 갔다.
둘둘 말려있는 보자기를 풀으니 지갑이 나왔고, 지갑 속엔 봉투가 있었다.
이게 뭘까 풀어보니  10000원짜리 29장이 나왔다.

애들에게 물어봐도 자기들은 아니라하고
허면... 엄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오고 호흡이 가빠진다.
거동이 불편하여 바깥출입도 못하고 정신도 차츰 놓으셔서  맑지 않은 분이 어디다가 쓰려고 모아둔 것일까
큰 돈도 아니고 29만원.
뭐라고 설명할 수없는 복잡한 심정이 마음 구석구석을 헤집어 놓는다.

우리엄마 혹시라도 천당가는데 못난 딸년이 노잣돈 안 줄까바 모아 두셨을까?
그 돈으로 노잣돈하려고?

마지막까지 딸년 마음 안쓰게 하려고 한 우리엄마.
평생을 딸에게 주기만 하고 받아보지도 못한 우리엄마
그게 더 딸년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인데 .
차라리 나에게 받아가기만 하고 주지나 마셨으면 원망이라도 하지.
저 세상에서는 오로지 받기만 하고 사세요 엄마.
이 불효를 어이할꼬!

내 사랑하는 아들아, 딸아,
너희는 맘놓고 부르고 응석부릴 엄마가 있지만
나는 부를 엄마가 이제 안계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