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사모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13.이명구
여사모 소모임은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터입니다.
2008.10.17 08:31:41 (*.34.65.204)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는데도 동화를 믿는 마음이 남아 있는 것인지
신비로운 음악 소리와 함께 긴 드레스를 입은 요정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고 나타나자
폭포수 구경에 여념이 없던 사람들이 모두 환호를 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는 물론 관광객을 위한 이벤트였다.
요정은 대개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고 했다.
아르바이트 하는 요정들은 자기가 맡은 공연(?) 시간에 맞춰
의상을 챙겨 가지고 기차를 타고 오르내리기 때문에
어떤 때는 관광객들과 기찻간에서 마주치기도 한단다.
내가 아는 어떤 분도 기차 안에서 요정을 만나 대화도 나누었다고 했다.
요정들은 기차가 오는 시간에 맞추어
산 속에 만들어 놓은 동굴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폭포를 보러 기차에서 내려오면
그들을 관객으로 삼아 온 산을 무대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 또한 얼마나 근사한 행위예술인가 !
자기네 동화 속으로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그들의 아이디어가 참으로 멋지다.
한 순간의 경험을 통해 나도 트롤이 누구인지 더 알아보려는 마음이 생겼으니 말이다.
트롤은 우리의 도깨비처럼 사람도 아닌 것이 귀신도 아니란다.
얼굴이 험상궂고 못생겼지만 혐오의 대상은 절대 아니고
아이들 그림책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단다.
생각해 보니 미국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사 주었던 <TROLL BOOK> 시리즈가 바로 트롤의 이야기였구나.
그 때는 아무 의미도 모르고 그냥 사 주었는데....
이래서 또 하나를 배우고 깨우쳤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계속 )
( 노르웨이의 산에서 살고 있다는, 못 생겼지만 친근한 트롤의 여러 모습 )
2008.10.17 08:32:16 (*.34.65.204)
거대한 폭포와 노래 부르는 트롤 요정을 뒤로 하고 기차는 산을 넘었다.
나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잠시도 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과 웅장한 폭포와 색이 고운 야생화와 예쁜 집이 모여있는 마을.
어느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풍경이 끝없이 이어졌다.
기차가 달리는 소리를 효과음 삼아서 그런지 바깥 경치가 더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낯선 기차역에 내렸는데 버스가 먼저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하루 같이 다니면서 정이 들었는지 버스를 보니 반갑다.
우리는 이제 쏭네 피요르드 한복판을 페리호를 타고 건너서 빙하가 있는 브릭스달로 갈 것이다.
가는 길에 현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주인 아저씨가 얼른 가게 앞에다 태극기를 내 걸었다.
먼 곳에 와서 태극기를 보니 가슴이 찡하게 반갑다. (계속 )
2008.10.17 08:33:28 (*.34.65.204)
오늘 우리는 그로틀리에 있는 100년 전통의 산장 호텔에서 묵을 것이다.
이 호텔은 해발 1100m의 고지에 있는 유서 깊은 Historical Hotel로서
노르웨이 국왕의 아버지도 묵고 간 곳이란다.
이번 여행길에 묵었던 어떤 호텔보다 좋은 곳이라는 가이드 말에 기대와 설렘을 갖고 출발했다.
그런데 브릭스달에서 그로틀리까지 가는 길에 원래 예정에 없던 변수가 또 생겼다..
버스가 새로 난 큰 길이 아닌 좁고 구불구불한 옛길로 들어선 것이었다.
그 길은 차 두대가 마음 놓고 교행할 수 없는 아주 좁은 길이었다.
게다가 경사도 급하고 작은창자처럼 배배 틀어져 있어서 덩치가 큰 버스가 지나가기는 벅찼다.
구름 속으로 들어왔는지 사방에 안개가 덮여 있어서 불과 10m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버스는 마치 눈을 가리고 가는 것처럼 벌벌 기어갔다.
발 밑은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라 핸들을 조금만 삐끗해도 그대로 황천길로 가게 생겨서
모두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운전수 눈치만 보았다.
다행히 운전수는 능숙하고 침착했다.
그렇게 얼마 쯤 갔을까?
구름이 저만치 아래로 보이면서 바깥 풍경이 깨끗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는 길 양쪽으로 보이는 것은 온통 눈밭이었다.
구름 위에 있는 그 길은 만년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설원을 가로지르는 도로였다..
겨울이면 이 길은 통제가 되었다가 눈이 녹은 후에야 열리기 때문에
이 눈밭은 여름에 온 길손들만 볼 엄두를 낼 수 있는 풍광이라고 했다.
여름길도 결코 녹녹치 않게 험한 길이었지만.....
우리는 산길을 넘어 오면서 가슴 졸이던 것을 모두 잊고 환호성을 질렀다.
마침 차를 댈 수 있게 길을 넓혀 놓은 곳이 있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차에서 내려 눈 위로 달려갔다.
한여름에 눈을 보니 모두들 동심이 되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우리에게 이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가이드가 일부러 새 길을 버리고 아슬아슬한 옛길로 돌아오게 했단다..
이 또한 생각지 못했던 보너스였다. (계속 )
2008.10.17 08:34:03 (*.34.65.204)
그로틀리 호텔은 내가 상상하던 고급 호텔이 아니었다.
국왕도 머물고 간다기에 으리으리하고 뻑적지근한 빌딩을 기대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고원의 허허벌판에 달랑 2층만 올린 거무튀튀한 목조 건물이었다.
주변엔 제멋대로 자라나 생긴대로 꽃을 피운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앞 뒤로 만년설을 가득 얹은 산봉우리가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어찌 보면 꼭 귀곡산장 같은데 무슨....
그런데 안에 들어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거기는 호텔이라기 보다 아주 잘 가꾸어 놓은 산장이었다.
내 평생 원목을 가지고 그렇게 인테리어를 잘 해놓은 집은 처음 보았다.
넓은 식당의 음식도 정결한게 맛이 있고 종업원의 시중도 정중했다.
보통 호텔의 로비와는 차원이 다르게 꾸며 놓아 마치 부잣집 별장에 온 것같은 공간은
자연 친화적이고 사람이 돋보이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한 쪽엔 피아노와 와인바로 꾸며 놓아 술 한잔을 마시며 즉석 연주를 들을 수 있게 해 놓았고
한 쪽은 카페 분위기로 꾸며서 식당에서 들고 나온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벽난로 앞에는 카페트와 푹신한 소파를 놓아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도 있게 해 놓았다.
혼자서 사색하기에 적당한 서재와 안락의자도 있고
오래된 가구와 소품으로 품위있게 연출을 해 놓은 방도 있었다.
돈으로 뚝딱 만들어 낼 수 없는 편안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도 내 맘에 든 것은
모든 공간이 다 나무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원목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카페 분위기 나는 방에 모여 밤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 하고 놀았는데
나무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우리의 원기를 회복시켜 주었는지 몸도 피곤하지 않았다.
정말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숙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계속 )
2008.10.17 08:34:36 (*.34.65.204)
산장의 밤은 유난히 짧았다.
백야라서 말갛게 씻긴 해가 서편으로 완전히 꼴까닥 넘어가지 못하고
앞산머리에 걸린 채 밤새 우리 방 창문 앞을 기웃거리고 있어서
그 밤이 더 짧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침 일찍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는 밖으로 나와서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랑 같이 사진을 찍고
허파 가득히 청정지역 산소도 욕심껏 채워 넣으며 산책을 했다.
오늘은 해발 1500m 고지에 있는 달스니바를 거쳐
유람선을 타고 가며 게이랑하르 피요르드를 샅샅이 훑어보고
트롤 요정의 길을 따라 트롤의 벽을 지나 릴레함메르까지 이동을 할 예정이다. (계속 )
2008.10.17 08:35:34 (*.34.65.204)
호텔에서 출발한 버스는 큰 산을 굽이 돌아, 오르고 내리며 달려갔다.
한참을 달려가다 보니 게이랑하르 산 1030m 지점에 생각지도 못하게 커다란 호수가 숨어 있었다.
이 또한 피요르드의 일부가 산에 갇혀 있는 것일텐데 그 물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어제 브릭스달에서 본 빙하 녹은 물은 파스텔톤이 나는 연한 옥색인데 비해
산꼭대기에 숨어 있던 호수의 물은 진한 군청색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깊은 물이기에 그런 색이 나는 것인지....
물빛이 너무 진하니까 알 수 없는 경외감마저 들었다.
아주 속이 깊은 사람 앞에서 이유없이 위축되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라고나 할까?
호수를 빙 둘러 싸고 있는 바위산에는 여전히 눈이 희끗희끗하다.
나는 그 새 벌써 계절을 잊어버렸는지 그 풍경을 낯설지 않게 바라보았다.
지금 한국은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란 사실을 까맣게 잊고
이렇게 복중에 겨울을 만끽할 수 있음에 다시금 감사했다.
게다가 창 밖엔 눈 덮인 산이 그 허리에 구름띠를 두르고 있는 풍경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차 안에는 은은하게 솔베이지 노래가 흐르고 있으니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고운 소프라노 소리가 마치 어제 본 그 요정이 부르는 것만 같다.
천야만야한 산길을 오르는 버스의 창문 밑에 웅장한 산이 누워있고
산 아래에서 구름이 꼭 연기처럼.피어오르고 있다.
계절감각과 함께 공간감각도 잃어버렸는지 발밑에 천길 낭떠러지가 있는데도
나는 하나도 무섭지가 않고 심한 꼬부랑 길에 멀미도 나질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계속)
( 달스니바 가는 길에 있는 호수 풍경, 이런 짙은 군청색 나는 호수가 한 둘이 아니었다. )
( 굽어지는 높은 산길에 구름은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
2008.10.17 08:36:06 (*.34.65.204)
드디어 해발 1500m 고지에 있는 게이랑하르 피요르드의 정상, 달스니바에 도착했다.
우리가 또 구름 속으로 들어간 것인지 사방엔 안개가 자욱했다.
산 정상에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어서 버스를 마음 놓고 돌릴 수도 있었다.
그곳에는 마침 한국에서 단체로 온 팀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산꼭대기 온 사방에 찰진 한국말이 흐드러지니 설악산에 온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든다.
그 팀은 사진만 찍고는 이내 산을 내려가고 산 위엔 우리만 남았다.
그들이 내려가고 나자 갑자기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기가 많은 싸리눈이었다.
우리도 서둘러서 단체사진을 찍고는 버스로 뛰어 들었다.
오늘 갈 데가 많아서 어차피 사진만 찍고 가야 하는 코스였는데 눈 때문에 더 서둘러 떠나게 되었다. (계속)
2008.10.17 08:36:39 (*.34.65.204)
달스니바에서 내려오자마자 우리는서둘러 유람선을 타러 갔다.
게이랑하르 피요르드를 유람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이 구간에 있는 칠자매 폭포는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답기로 유명하단다.
하지만 우리는 유람선을 타러 들어가다가 도로 나와야 했다.
너무 시간에 딱 맞게 도착을 한 바람에 배가 이미 꽉 차서 버스를 실을 공간이 없단다.
그래서 1시간 가량 기다렸다가 다음 배를 타기로 했다.
유람선 선착장 옆에는 산과 물이 어우러진 예쁜 마을이 있고
구색을 잘 갖춰 놓은 커다란 기념품 가게도 있었다.
우리는 보너스로 받은 자유시간을 이용하여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다.
마침 가게는 세일 중이었다.
나는 그 집에서 50% 세일 하는 스웨터 하나랑 30% 깎아주는 스웨터 하나를 우연히 건졌다.
얇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스웨터는 척 보아도 노르웨이 느낌이 물씬 풍겼다.
모처럼 먼 여행을 떠나온 내게 주는 선물로 이만한 것이 없었다.
배에 타고 나서 새로 산 옷을 입고 모두 앞에 선을 보이니까
일행들이 예쁜 것을 싸게 잘 샀다며 한 턱 내라고 야단이 났다.
그래서 얼른 매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다가 모두에게 한개씩 돌렸다.
이 또한 보너스로 얻은 여행의 즐거움.
우리는 1시간 가량 배를 타고 게이랑하르 피요르드를 구경했다.
여기 물빛은 아주 고급스러운 청옥색이었다.
우리는 배 꼭대기로 올라가서 온 몸으로 게이랑하르 피요르드를 느꼈다.
산과 물과 하늘과 구름과 물새가 어우러져 있는 풍경 속으로 배가 바람을 가르며 천천히 나아갔다.
칠자매 폭포는 폭포 줄기 7개가 나란히 쏟아지는 것이 마치 일곱 자매 같다고 붙인 이름이란다.
폭포 줄기는 강우량에 따라 8개가 되기도 하고 6개가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름은 여전히 칠자매 폭포다.
이 폭포에는 일곱자매에게 차례로 프로포즈를 했다가 모두 딱지를 맞은
어떤 사내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오고 있었다.
거 참... 바보같은 녀석.
자기 언니한테 딱지 맞은 남자가 프로포즈를 하면 받아 줄 여자가 어디 있다고 미련하게....
이야기를 듣는 내내 우리는 전설 속의 그 남자에게 혀를 끌끌 차 주었다. (계속)
(칠자매 폭포를 배경으로 새로 산 스웨터 입고 뱃 전에 서서 찰칵 ~ )
2008.10.17 08:37:22 (*.34.65.204)
배에서 내려서는 버스를 타고 또 다른 항구로 갔다.
이번에는 버스를 탄 채로 배에 올라서 게이랑하르 피요르드를 건너갈 것이란다.
우리는 이번 여행 길에 물빛 고운 노르웨이 3대 피요르드를 두루 다 섭렵하였다.
버스가 페리호의 승선을 기다리느라 줄을 서고 있는데
창 밖에 아이들이 딸기를 들고 나와서 팔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이드 말이 이 지방은 딸기가 맛있기로 유명한 고장인데
아이들이 용돈 벌이로 제 집에서 키운 것을 내다 파는 것이라 했다.
우리는 가이드를 시켜 아이들을 불렀다.
제법 실하게 큰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딸기 한 팩에 5유로란다,
점심이 늦어져 모두들 시장하던 차에 싱싱한 딸기를 만났으니 안 살 수가 없다.
여러 팩을 사서 나누어 먹으니 과연 밭에서 금방 따 온 것처럼 아주 싱싱한 것이 맛도 좋았다.
우리는 버스를 탄 채로 페리호를 타고 피요르드를 건너 트롤 요정의 길로 향했다.
트롤 요정의 길은 여태껏 지나온 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더 아찔한 구절양장이었다.
270도 이상 구부러지는 천길 낭떠러지 위에 난 좁은 길을 오르느라 버스가 숨가쁘게 헐떡거렸다.
구름을 헤치고 한참 위로 올라가니 정상에 다다랐다.
이렇게 험한 산에는 어김없이 트롤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 걸 보면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트롤은 떼어낼 수 없는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폭포가 되어 떨어지려고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 위에 놓인 구름다리를 건너
구름에 가려져 있는 산꼭대기로 걸어갔다.
여기 구름은 마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일부러 연막을 쳐 놓은 것 같다.
마침 구름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어서 모두들 우산이나 우비가 꼭 필요했다.
행여 미끄러져 낙상할세라 조심조심 발을 떼어 놓아 정상에 서니
거대한 너럭바위 절벽 아래로 폭포와 호수와 심하게 구불거리는 길이 아득히 멀게 보였다.
비 오는 사이로 옅은 구름이 마치 아침 안개처럼 시야를 부옇게 가리고 있었다.
여기에는 순록이 많이 사는지 기념품 가게에 순록의 뿔과 가죽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 곳도 겨울이면 눈 때문에 통제가 되어 차를 가지고는 올라올 수가 없단다.
물론 산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눈길을 헤치고 걸어서 올라 온단다.
길이 없어져 버려도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그들은 아마 트롤의 후손이거나 예쁜 트롤 요정에게 그 혼을 빼앗긴 사람일 것이다.
운전기사의 1일 운행 제한시간을 넘기기 전에 릴레함메르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재촉해 다시 버스에 올랐다.
트롤 요정과 함께 피요르드를 찾아 나섰던 대자연을 향한 여정은 서서히 그 끝을 보이고
우리는 다시 사람이 만들고 가꾸어 놓은 도시를 향해 길을 잡았다. ( 끝 )
( 버스에서 내려 트롤요정의 길 정상으로 가는 구름다리 ) ( 정상에서 내려다 본 270도 이상 구부러진 길의 모습. )
트롤은 노르웨이의 전설에 나오는 한국 도깨비 같은 존재인데요,
외모는 아주 이상하고 무섭게 생겼지만 마음씨는 착하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는답니다.
트롤들은 햇빛을 싫어하기 때문에 해가 쨍쨍한 날엔 동굴 속에 숨어서 살다가
오늘처럼 비가 오고 음산한 날이면 바깥에 나와서 장난도 치고 논답니다.
특히 커다란 폭포가 있는 곳에는 예쁜 요정이 살고 있는데
운이 좋으면 요정이 나와서 노래 부르는 것을 볼 수도 있답니다.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가이드가 계속 트롤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도깨비 이야기를 다 떼고 졸업을 한지가 언젠데....
한참을 달려가 어느 긴 터널을 벗어나니 거대한 폭포가 나타났다.
어제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본 여러 폭포처럼 물이 많고 웅장했다.
잠시 내려서 구경을 하라고 기차도 멈추어 주었다.
플랫폼에는 폭포에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안전망을 해 놓았는데
폭포 근처에도 채 가기도 전에 안개비같은 물방울이 바람결을 타고 와 온 몸을 확 덮쳤다.
비를 맞는 것과는 또 다른 청량한 느낌이었다.
옆 사람과 대화를 하기조차 어렵게 요란한 물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하얗게 부서지는 물거품에 취해서 기분이 들떠 그러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이야기 했다.
그 때였다.
그렇게 시끄러운 소음을 일시에 잠재우는 천상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고운 여자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였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 사이.
폭포 옆의 숲 속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한 여인이 슬쩍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전설 속의 트롤 요정이란다.
나는 신출귀몰하는 트롤 요정을 카메라로 잡기 위해 안깐힘을 썼다.
하지만 장난감 같은 내 카메라 렌즈로는 그저 희미한 그림밖에 잡을 수가 없었다. ( 계속 )
( 전설 속의 트롤 요정이 나타나 노래를 부른다는 효스 폭포)
( 폭포에 나타나 신비로운 노래를 부르는 트롤 요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