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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폭 빠져 몰입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위기의 주부들`이란 미국 인기 드라마를 흥미있게 보았습니다.
한편에 20여개 씩 3편으로 된 대하 드라마,드라마 속에 빠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양입니다.
미국 어느 마을에서 일어나는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그린 드라마지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폭력 살인  난무,난잡한 성,파괴돼 가는 가족...
심도 깊게 지적할 것이 많습니다만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드라마를 보니 꽤 재미 있었습니다.

*인간 내면 심리의 복잡함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 속에 좋은 것으로만 가득찬 것은 아니라는 것
반대로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이래도 그 속에 나쁜 것으로 가득차 있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선과 악 미와 추 등이 골고루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들이 자리잡은 크기의 범위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비춰질 수 있지요.

*솔직하게 얘기하는 법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자기의 생각,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고 후련함을 느꼈습니다.
우리 말하기와 듣기  부분의 국어 교육이 특히 잘못돼 있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지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해를 푸는 열쇠가 말인 것을 잘 알지만 입 떠난 말을 듣는 귀 성능의 문제점이
두려워 거북한 말을 삼가는 습관이  생긴 것은 아닐까요.
혹은 분쟁은 무조건 피하고 싶은 소심함  때문에 자기 생각과 감정을 감추기만 하는지 모르지요.
어쨋든 드라마를 보면서 무조건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비겁함이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직의 범위

한 동네에 살면서 얼키고 설켜지는 남녀관계가  제가 갖고 있는 도덕적 기준으로는 눈쌀이 찌푸려졌지만
그들의 정직한 본능이 사실대로 보여졌습니다.
스캔들과 로멘스가 당사자의 합리화에 따라 이리 저리로 바뀌어지는
교활함은 적어도 비춰지지 않아 좋던걸요.
본능대로 마구잡이(?)로 행동하는 것에 반대표 백개를 던지는 저같은 사람도
99개의 핑계를 대지 않는 그들의 정직함에 시선이 멈췄다는 얘기입니다.

*완벽한 엄마

그 동네에 사는 B는 인생을 완벽하게 계획대로 살아야 하는 주부입니다.
일주일의 계획표가 정해져 있고 그것을 철저히 지킵니다.
요리도 일류로 잘하고,정원도 동네에서 제일 예쁘게 가꾸고,집안도 우아하게 꾸며 늘 먼지 한톨없이
청결하고,디너는 디너답게 차려 촛불을 키고 가족과 더불어 품위있게 먹어야 합니다.
그런 B가 가족들을 지치게 하고 빈틈없는 그녀가 가족에겐 위선자로 비췹니다.
반면 S는 이혼하고 딸과 둘이 사는데 엄마가 딸인지 딸이 엄마인지 모르게
엄마 노릇에도 뭣에도 서툰 덜렁이입니다.
그렇지만 한톨의 가식도 없는 그녀의 진솔한 마음 때문에 누구에게도 사랑받는 여인입니다.
딸과도  친구보다 더 친구 같이 서로의 속마음을 나누는 사이지요.
S와 B 중 어느 엄마가 더 자녀에게 어필할지는 이미 답이 나왔구요...
그런데 친구 같다는 게 실은 참 어려운 일이지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자녀들이 존경하고 사랑한다면 성공한 엄마가 아닐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엄마 노릇에 성공이라는 세속적 평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요 뭐.


드라마에 불과한 것을 보고 너무 많은 것을 느꼈다구요?
실은 오십이 됐을 때 모든 것에  새로운 느낌이 스며들 틈새가 없다고 속단했었는데
그렇지 않음을 새록새록 그야말로 또 느끼니 인생이란 살아갈  멋이 있는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