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벌써 57세
인일을 떠난지 40년만에
모교의 "문화축제"에 참가했습니다.
2008년 8월의 마지막 날
막바지 여름이 여전히 기세등등한 무더운 날입니다.

"인일제"가 열린다고
테이프 커팅을 하고
공연이 열리는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시작으로
교장 선생님의 축사와
동창회에서 장학금 전달식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를 또랑또랑하게 외치며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하는 밝은 목소리들이 대강당 안에 높이높이 울려 퍼졌습니다.

드디어 축제가 시작됩니다.
오늘 "인일"을 위해 인항 고등학교의 "타키온"이라는 응원단이 축하를 합니다.
잘생긴 9명의 남학생이 펼치는 화려한 춤동작에 여학생들이 까르륵 까르륵 넘어갑니다.
마이클 잭슨이 가끔 입고 나오는 황제풍의 화려한 옷에 어울리는 준수한 외모의 남학생들은
그 자체로 여학생들의 마음을 휘젓고 있습니다.
더 더군다나 공연이 끝난 뒤
사모하는 1학년 여학생에게 편지와 장미 한송이를 바쳤을 때에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 였습니다.
그 남학생은 무대 위에서 "하트"를 그리며 퇴장했지요.
요즈음 학생들의 당당함과, 거칠것 없는 자신감에 "이것이 세대차이 이구나" 하면서도
많이 부러웠습니다.

다음엔 매직쇼가 이어졌습니다.
마술을 하면 비둘기가 손에서 나와 강당을 막 날아다닙니다.
전문 마술가인데,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 했겠지요.
한편 중구청에서도 "신데렐라"를 중국어로 공연하는데, 적지않은 액수를 지원했답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 지역단체도 아낌없는 후원을 합니다.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인일인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또한 선생님들의 축하 공연에도, 여학생들이 방방 뜁니다.
잘 생긴 총각 선생님이 나와 "우리, 오늘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 하며 춤을 추며 노래하자,
여학생들이 어떤 반응이 나왔는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수 있겠지요.
제가 나중에 식당에서 그 선생님을 만났을 때 "선생님. 조심하십시요" 라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여자 선생님도 대단했습니다.
그물 스타킹에 짧은 원피스를 입고 나와 엄정화식의 섹시댄스를 췄으니까요.
선생님들까지 합세해 학생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있으니,
그것이 고마와서라도 축제가 끝나면 공부도 열심히 하겠지요.
훗날
학생들은 먼 길을 가다 지치면
오늘의 추억이 두고 두고 그리워져 가끔씩 꺼내보며 웃음짓곤 할 것입니다.

요즈음 학생들
잘노는 아이들이 공부도 열심히 한다나요.
그런 아이들이
끼로 똘똘 뭉쳐, 마음껏 펼치는
오늘 같은 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끝까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는 나를
금현숙 부회장이 입을 좀 다물라고 퉁박을 줍니다.
한충연 교장선생님도 웃고
정경희 교감선생님도 웃고
학생들도 웃고
우리 졸업생도 웃고
한바탕 웃음의 축제속에 마음속의 스트레스가 싹 달아납니다.
우리 동문 정경희 교감선생님이 왜 예쁘고 젊은지
오늘 확실히 알았답니다.
이런 예쁜 학생들과 살고 있으니,그 젊은 기를 받아 젊어질 수 밖에요.

참으로 지혜롭고 예쁜 인일의 딸, 정경희 교감입니다.
교장 선생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으면 전화로 해도 될 것을
꼭 2층에서 1층 교장실까지 내려가 보고를 해서 놀랐습니다.
우리가 갈 때에도, 밖에까지 나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듭니다.
그 세심한 배려 하나 하나가 "인일"의 딸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해서 또 한번 감격했습니다.
저런 선생님 밑에서 배우는 "인일"인들이니
그런 아름다운 전통도 계속 이어지겠지요?

나는 오늘 "인일제"를 참가하고 그 열기에 취해서, 잠깐 귀가 먹먹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와는 너무도 달라진 학창생활.......
아날로그 세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세대는 바뀌었어도, 마음만은 "순수" 그 자체로 꼭 같겠지요.
"청춘은 아름다워라"처럼
젊은 날 "순수"의 시절은 두번 다시 오지 않으니,
후배들에게 학창시절을 보람되고 알차게 보내라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감동과 기쁨을 주는 "인일제"......
오늘 나는"인일제"의 열기에 빠져
잠시
타임 머신을 타고
학창시절로 돌아갔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