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12.김춘선
날은 아직 어둡지 않고 여름 초저녁 같은 어스름만 내려 있다.
헬싱키의 첫 인상은 심플하고 깔끔하다.
바다가 도심 속까지 깊이 들어와 여러 척의 배가 정박해 있는 풍경이 그림같다.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서인지 갯내음도 별로 나지 않는 잔잔한 바다가 호수처럼 정겹다.
핀란드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침략을 수없이 받은 것은 물론
남의 전쟁에 전쟁터도 많이 되어 이렇다할 유적도 변변히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복지국가 대열에 들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것이 보장이 되는데 특히 어린이, 여자, 개의 복지가 발달되어 있단다.
어린이와 여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호를 하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개를 위한 복지 정책이 너무나도 잘 되어 있다는 얘기에는 모두들 실소를 금치 못했다.
도심 곳곳에 개들을 위한 전용 공원이 조성이 되어 있고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큼 개를 산책시키지 않으면 주인은 벌을 받는다니....
세상에는 여기 개만도 못한 팔자를 타고 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가 특히 부러워한 것은 대학까지 다 무상으로 교육을 시켜준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아이들도 학비가 비싼 나라로 무작정 유학을 가지 말고
이런 나라에 와서 공부를 하여 훌륭한 인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든다.
디자인 계통의 학교가 유명하다니까 적성에 맞는 사람들은 도전을 해도 좋을것 같다.
입학만 하면 외국인도 무료라니 말이다.
우리 일정은 내일 한나절 동안만 이곳에 머물며 구경을 하고
오후에 크루즈 배인 실자라인호를 타고 스웨덴으로 가는 것이다.
나라도 작고 머무는 시간도 짧아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핀란드에서
나는 이번 여정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듯 장황한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My life is enough !
흡사 베토벤처럼 인상을 쓰고 있는 시벨리우스의 거대한 초상 오브제와
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파이프 오르간 모양의 기념비가 함께 있는 공원은
차가 다니는 한길 옆에 있었다.
(시벨리우스의 초상 오브제 ) ( 파이프 오르간 모양의 시벨리우스 기념 조각 )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시벨리우스.
그가 지은 <핀란디아 서곡>을 버스 안에서 들으니 그 웅장한 선율에 가슴이 벅차다.
시벨리우스의 가슴에 품은 조국은 결코 작고 시시한 나라가 아니었나 보다.
그런 바람과 소망이 있어 오늘의 핀란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1952년에 하계 올림픽을 치렀던 올림픽 경기장을 지나 부두로 가서
유람선을 타고 수오멜린나 요새가 있는 섬으로 갔다.
이 요새는 스웨덴이 핀란드를 점령하고 있을 때 러시아를 방어하기 위해 구축한 천혜의 요새지만
실제 군사적으로는 별 쓸모가 없었단다.
그래서 교도소로 사용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야생화의 천국이 되어 있었다.
총구를 내 놓고 적을 경계하던 돌로 만든 진지에도 꽃이 소복하게 피어 있고
굽이굽이 돌밭 길을 따라 오르내리는 능선에도 수만가지 꽃이 향연을 벌이듯 피어 있었다.
마치 멀리서 온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는듯 온 섬이 야생화 천지였다.
겨울이면 염도가 낮은 바닷물까지 꽁꽁 얼어붙는 외딴섬의 추운 바람에도 죽지 않고 견딘
강한 생명을 지닌 꽃들이라 그런지 그 빛깔이며 자태가 강인하고 곱다.
아름다움은 강인함 속에 더욱 빛이 나는 것인가 보다.
내 평생 이렇게 흐드러진 야생화 세상은 처음 보았다.
이곳의 야생화는 종류가 많아 각자 피고 지는 시기가 다 달라서
갈 때마다 다른 꽃을 실컷 볼 수 있단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눈 호사가 없다. ( 계속 )
이 요새를 구축한 것은 에흐렌스 파르드라는 장군이었단다.
그는 죽어서도 여기를 떠나지 못하고 아름다운 투구 장식을 얹은 무덤에 누워 이 섬을 지키고 있었다. (계속)
( 아름다운 투구 장식을 얹어 놓은 에흐렌스 파르드 장군의 묘지 )
아주 작은 섬을 꽉 채운 예쁜 집 한 채와 잘 가꾸어진 정원과 요트 한 척에 눈이 간다.
내 소유가 아니어도 좋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부요하고 평화롭다.
짜지 않은 바닷물 위에 점점이 박혀 있는 작은 섬들마다
한껏 모양을 내서 지은 아름다운 집을 한 채씩 품에 안고 있다.
정원의 울타리는 바닷물이다.
이웃과 이웃 사이에는 바다가 놓여 있지만
사람이 그리운 날에 작은 다리를 놓아 이웃과 통하는 길을 만든다.
술 한 병 들고 다리를 건너 온 이웃을 맞아
맛있는 바베큐 한 점에 와인 한 잔 곁들이며 깊이 잠들지 못하는 백야를 함께 밝힌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도시로 귀환을 했다가
바닷물이 꽁꽁 어는 계절에 쇄빙선 앞세워 얼음을 깨며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러 다시 돌아오고....
바라보고 있던 내 마음이 어느새 한 편의 영화를 찍는다.
수오멜린나 요새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배 위에서 바라다 본 풍경이다.
마치 우리나라 다도해처럼 작은 섬들이 많았는데
무인도는 거의 없고 아름다운 집을 지어놓아 오가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 풍경에서 부유한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이 느껴져 나도 덩달아 부자가 된 듯 좋았다.
우리는 헬싱키로 돌아와 부둣가에 죽 늘어서 있는 풍물시장으로 갔다.
부두 옆엔 대통령 관저가 있고 그 맞은 편에 야시장이 늘어서 있다.
길에 주욱 쳐 놓은 포장 밑에다 노점상들이 물건을 잔뜩 실은 리어카를 끌어다가 전을 펴고는
과일이며 야채며 꽃, 공예품이며 미술품까지 없는 것 없이 다 팔고 있었다.
( 이마에 문신을 한 그 여자네 가게 )
여느 벼룩시장과는 달리 절대로 에누리를 해주지 않고 물건도 쓸만한 것이 꽤 많았다.
배 타는 시간까지 자유시간이라 여기저기 한가롭게 시장 구경을 하던 나는
거기서 장사를 하고 있는 어떤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계속)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녀의 이마에 철조망이 둘러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그것은 마치 가시관을 쓴 것같은 모양의 문신이었다.
여자의 이마에 또렷하게 새겨진 시커먼 가시 문신.
그것은 업보로 받은 주홍글씨일까?
아니면 고난의 예수를 사모하는 간절한 신앙심의 표현일까?
나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던 길을 멈추고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계속)
나는 어떻게 운을 떼어야 좋을지 몰라 한참을 우물거리며
그녀가 내 눈을 쳐다봐 주기를 기다렸다.
내 시선이 따가왔는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가 내 눈을 보았다.
나는 아무 말도 않고 어색하게 씨익 웃으며 손으로 내 이마를 가리켰다.
그녀는 이내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듯 자기 이마를 쓸어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틈에 얼른 말을 붙였다.
- 예수를 닮기 원하셨습니까?
- 아니오,
- 그런데 왜 예수처럼 그렇게....
- 아, 이거 말입니까? 이건 종교적인 의미는 전혀 없는 것인데요.
- 그럼 왜?
- ..................
이마에 가시관을 그려 넣은 것은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내심 그녀가 광신도일거라 여기고 있었는데 보기 좋게 헛방을 짚었다.
그녀는 할 말을 잃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허둥대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무표정이다.
- 저는 그것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질 때 썼던 가시 면류관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거랑 그게 너무 비슷해서요.
- 아니예요. 이건 그런 의미가 전혀 아니예요.
다른 뜻이 있답니다.
그녀가 내 눈을 뚫어지게 보았다.
나도 그녀의 깊은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보고 있자니 어느새 그 가시가 내 마음에 와서 박혔다.
--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이미 그림으로 다 표현해 놓았는데....
가시 문신에서 결코 순탄치 못했던 그 삶의 고통과 절규가 느껴졌다.
가슴이 아릿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굳이 무슨 사연인지 알고 싶어 캐물었던 내가 부끄러워 졌다.
그래서 허둥지둥 시선을 피하고 그 자리를 떠나려하자 이번엔 그녀가 나를 붙들었다. (계속)
- 내 인생 이것으로 족해 !
더 이상의 어떤 것도 내 인생에 용납하지 않을거야.
그 누구에게 지배당하지도 않고
강요에 의해서는 그 어떤 종류의 고통도 내 삶에 허용하지 않을거야.
정말로 저는 수도 없이 내 자신을 향해 이렇게 외쳤답니다.
- 내 인생 이것으로 족해 ! (My life is enough ! )
그리고는 이마에다 이렇게 문신을 새겨 넣었지요.
예전의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고 싶어서요.
이건 내가 죽을 때까지 절대로 지우지 않을거예요.
아니 죽음 이후에도 가지고 갈 겁니다. (계속)
그녀의 영어는 그다지 유창한 편이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거의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 간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어디 언어 한가지 뿐이랴.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귀가 아닌 눈으로 들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내 가슴에 와서 아프게 박혔다.
그녀는 나를 오래 알고 지낸 만만한 친구로 착각을 하는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장황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했던 말을 자꾸 또 되풀이 하였다.
마치 오랫동안 속에 얹혀 있던 것을 뱉어 버리려는 듯이...
내 인생만으로도 벅차 ! 정말이라구 ~ ( My life is enough ! I mean it ~ )
그 어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해도 더는 자기의 삶을 지배하게 놔 두지 않겠다는 표시로
제 이마에다 바리케이트를 치듯이 문신을 그려 넣은 그녀는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단호하고 강인해 보였다.
겉보다 속이 훨씬 더 성숙해서 그 마음은 이미 인생의 팔부 능선을 넘은것 같았다. (계속)
- 요즘은 뭘 하면서 사세요?
- 이렇게 작품을 만들어서 내다 팔면서 살지요.
- 여기 있는걸 직접 다 만드셨다고요?
- 네. 제가 직접 만듭니다.
그녀는 석고로 기념품과 조각상을 직접 만들어 파는 모양이었다.
예술가인가?
- 사는 건 누구랑.... 가족은 있으세요?
나는 차마 남편 혹은 남자랑 같이 사느냐고 물을 수 없어 가족이 있느냐고 애둘러 물었다.
순간 그녀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가장 그녀를 힘들게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내 평정을 되찾고 옅은 미소가 지나갔다.
- 그럼요. 가족이 있다마다요.
여기 내 딸이랑 같이 살고 있답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그녀를 닮은 아가씨가 영문도 모르는 얼굴로 그 옆에 서 있다.
내게 가족임을 확인시키려는 듯 딸의 어깨를 과장되게 끌어 안는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내 눈에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짠하게 보이는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계속)
모녀가 똑같이 생겼네!
(위에서 계속 이어 씁니다.)
이야기 하다보니 일행들에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는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고단함이 뭉턱 배어나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 손을 잡았다.
딱딱하고 차가운 손이었다.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헤어지기 아쉽다.
잘 살게. 친구 ~
- 더 바랄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인생. 내 삶은 이로써 충분합니다.
발길을 돌리는 내 등에 대고 그녀가 던진 마지막 말이다.
이번엔 그 말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 그래, 복잡다단한 삶을 끌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더 바랄 것이 무엇이랴.
부디 날마다 자족하며 행복하게 잘 사시게.
My life is enough, too ~ (계속)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갈 실자라인호는 진작부터 항구에 들어와 있었다.
우리는 오후 5시 반에 출발하는 이 배를 타기 위해 일찌감치 선착장에 가서 수속을 마쳤다.
모두들 짐을 다 챙겨서 끌고 비행기를 타듯이 배에 올랐다.
큰 가방을 끌고 배에 오르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승무원들이 사진을 찍어주며 반갑게 맞았다.
순간포착으로 찍은 사진은 두어시간 후에 모두 벽에다 진열을 해 놓았고
마음에 들면 살 수도 있었지만 많이 비쌌다.
핀란드를 떠나 스웨덴으로 가는 이 배는 수용인원이 1000명 정도인 호화 유람선이다.
배 안에 엘리베이터도 있고 면세점이 늘어선 상가와 카페, 식당은 물론 카지노와 클럽도 있었다.
배 밑으로는 대형 버스와 자동차가 들어가고 상가가 있는 입구는 6층, 선실은 8층부터였다.
우리가 묵을 방은 Silja line room # 10820 .
10층이었고 다행히도 바다가 보이는 쪽이었다.
좁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방에다 짐을 대충 풀어 놓고 창밖을 내다 보았다.
항구 옆에 있는 대통령 관저와 그 앞에 늘어서 있는 야시장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시장엔 딸기와 불루베리, 산딸기, 살구, 체리 등 무공해지역에서 난 야생에 가까운 과일들이 그득하고
색색가지 꽃과 야채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많고
수공예품, 은 세공품, 호박세공품, 유리공예품, 가죽공예품, 관광기념품등 볼거리도 많았다.
시간에 쫓기지만 았았으면 노점에 나와 있는 나름대로의 예술가들과 대화도 더 해보고
그들이 즐겨 먹는 군것질도 하나씩 다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대로 서둘러 떠나려니 아쉬움이 남았다. (계속)
자칭 <영원한 김여사>라는 닳을대로 닳아 보이는 깡마른 여자였다.
그녀는 러시아에서 만났던 때묻지 않은 순진형 가이드들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미국에 갔다가 거기서 핀란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바람에 이곳에 와서 살고 있다는 그녀는
학교에서 지진아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면서 가이드 일은 방학에만 한다고 했다.
그녀는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고 쉽게 일을하는 요령을 다 터득하고 있는듯 해서
같이 다니면서도 괜히 조금 얄미운 여자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삶도 녹녹치 않게 고단해 보였다.
어디에 살건,
누구에게든,
산다는 건 다 그렇게 고단한 여정인 모양이다. (계속)
드디어 배가 출발을 했다.
하지만 거의 움직임을 느낄 수 없다.
다만 선실의 작은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다.
호화 여객선을 타고 크루즈 여행을 해 보는 것.
이 또한 내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이루어졌다.
비록 저녁에 승선해서 아침에 내려야 하는 짧은 경험이지만 그래도 내 소원을 이루기에 충분하다.
와인을 곁들인 만찬을 여유롭게 즐기고 나서는
정장을 차려 입고 클럽에 가서 생음악에 맞춰 춤도 추며 백야를 밝히리라.
밤이라고 느낄 수 없는 하얀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아직 내 젊음이 다 사그라들지 않았고 열정이 남아있음을 확인하리라.
술을 마시지 않아도 온 몸과 마음이 몽롱하게 취해 광란의 파티를 만끽하리라.
우리는 이 밤이 가고 나면 배에서 내려야 하는 먼 곳에서 온 나그네들이니까....
우리는 모두 마음의 빗장을 풀고 밤이 새도록 웃고 떠들고 마시고 춤을 추었다.
모두들 30년 세월을 거슬러 여고생도 되고 여대생도 되었다.
동양여자 12명이 모여 앉아서 와인 몇 잔과 콜라만 놓고 마시면서도 너무나 흥겹게 노니까
젊은 백인 아가씨들이 신기한 듯 우리 자리를 기웃거리며 괜히 따라 웃고 박수도 쳤다.
그네들 눈에는 우리가 그리 늙어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평생을 <올가>로 살아 온 사람들이 <나타샤> 흉내를 내는 것도 재미있다.
이런 것이 크루즈 여행의 묘미인 모양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배는 점점 핀란드에서 멀어져 갔다.
야생화 군락지도, 부둣가 야시장에서 만난 그녀도 다 꿈 속에 본 것만 같다.
아니,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자체가 다 꿈만 같다.
해는 여전히 바닷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서쪽 하늘 가장자리에 말갛게 걸려 있는데 시계는 밤 12시를 가리킨다.
새 날을 바다 위에서 맞으며 배는 쉼 없이 달린다.
내일 스웨덴의 스톡홀름 거리를 누비고 다니려면 눈을 좀 붙여 두어야 하는데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앞으로 여정은 꼭 반이 남았다.
전체 12일 일정 중에 오늘이 6일째였다. (끝)
그만 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추임새를 넣어 주시는 언니들 덕분에 여기까지 썼네요.
특히 화림 언니가 스트레스 받지 않게 천천히 쓰라고 하면 휠이 확 ~ 꽂히니....
명옥 언니랑 순호 온니도 제게 큰 힘을 주시는 왕펜이세요.
혹시라도 이 글을 엮어 책으로 만들게 된다면
서문에 감사의 글을 꼭 넣을거에요. 정말요.
스웨덴 이야기는 아직 제목을 못 잡아서 시작 못하고 있어요.
저는 제목을 잡아 놓고 거기에 맞춰 구성을 해 나가거든요.
언제 휠이 꽂혀 제목이 잡힐지는 나도 몰라 메누리도 몰라유.
암튼, 여기까지 여행기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려요.
(여행기 방 댓글은 30개를 넘기지 않게 하려고 적당한 선에서 끝을 맺는 거에요.
긴 글이 짤리면 호흡이 끊기니까요.)
춘선아~
여행중 가장 인상에 남는 그 사람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네.
사는 것이 획일적이고 미래가 뻔하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여행전에 느끼는 설레임, 여행중 발견되는 또 다른 모습의 나, 여행뒤 갖게 되는 추억 그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다음 이야기 기다려진다.
그래도 천천히 쓰고 싶을때 써라.
스트레스 받음 안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