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 한효순
궁시렁 대던 구름이
가던 길 멈추고
치마폭에 감쌌던 아픔 풀어 놓더니
빛 바랜 잎사귀 흔들어 깨워
뿌연 하늘 녹슨 문 열어 물꼬를 튼다
달아오른 세월의 작은 파편들
시원스런 빗줄기에
쌓인 설움 떠내려 보내며
한 여름 말려들어
까맣게 타들어 간 가슴
마지막 남은 불씨 잠재우려
안간 힘 쓰고
쏟아지는 빗줄기에서
아쉬움 한조각 건져 올려 목에 건다
이 비가 그치면
잎새에 남은 빗방울 불러모아
얼굴 내민 햇빛 수놓아 곱게 엮으면
그 다리 건너에
보고픈 이
마중 나올가 ?
2008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