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댈 사랑합니다…'를 감미롭게 부르며 수많은 대중에게 사랑고백을 했던 가수 팀(Tim·본명 황영민). 그가 이번에는 대중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다. 오는 6월18∼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뮤지컬 '지저스 지저스'를 통해서다. 뮤지컬이 처음이라는 그가 맡은 역은 바로 주인공인 예수님이다.
"저보다 저를 더 잘 아시는 세밀한 예수님을 표현할 것입니다. 또 크고 비밀한 일(예레미야 33:3)을 보여주시는 우주적인 하나님을 많은 사람에게 전할 것입니다." 뮤지컬 '지저스 지저스'는 천지창조부터 노아의 홍수, 지도자 모세,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 세례요한의 외침, 예수의 생애와 고난, 부활 승천까지 신구약의 내용을 모두 다루는 초대형 창작 뮤지컬이다. 제작사인 극단 미리암(대표 장옥희)은 올해 18번째 '지저스 지저스'를 무대에 올리며 팀에게 예수님역을 제안했다.
"처음 어머니를 통해 뮤지컬 제의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내가 예수님을 맡을 자격이 있을까?' '감히 내가 어떻게…'라는 두려운 마음 때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럴 경우 한발짝 물러나 기도합니다. 어머니께 기도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때가 지난 3월 고난주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기도의 응답을 기다리던 팀에게 하나님은 여러 상황을 보여주셨다고 한다.
"3년 전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누나를 통해 이 뮤지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크리스천 연예인들이 출연한다면서 저에게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지요. 그땐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부활절을 앞두고 어머니께서 다시 저에게 말씀을 꺼내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움직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성 금요일 교회에서 한 여자 후배가 제게 무심코 이렇게 말하더군요. '오빠는 예수님처럼 생긴 것 같아'라고요."
팀은 더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활절 아침, 어머니께 예수님 역을 맡겠다고 말했다.
"개런티 한 푼 없는 이 일에 대해 소속사가 흔쾌히 승낙해준 것도 기적입니다. 이것만 보아도 하나님께서 제가 이 역을 하도록 허락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회사한테는 항상 미안합니다. 제가 회사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매일 '교회, 교회, 교회' 얘기만 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요즘엔 교회 관련 행사가 있으면 회사가 알아서 스케줄을 조정해 줍니다. 제 삶의 최우선이 무엇인지 아는 거죠."
최근 한 방송연예 프로그램에서 할리우드 톱스타의 영화 관련 인터뷰 진행을 팀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그 일정이 일요일인 걸 알고 소속사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주일에는 팀이 교회에서 찬양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팀은 목회자 가정의 5형제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 필라델피아 제일침례교회를 담임하는 황준석 목사이고, 어머니는 '하나님이 키우셨어요'란 책을 쓴 이은성씨다.
팀은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 유익을 주는 사람이 돼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그는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로 자신뿐 아니라 이웃에게 베풀며 살라는 가르침이었다"며 "부모님은 제가 가수가 되어 노래를 한다고 할 때도 대중가수라는 직업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팀은 현재 큰형인 데이비드 황(본명 황성민) 목사가 담임하는 주빌리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이 교회는 황 목사가 아시아 선교의 중심교회를 세우겠다는 비전을 갖고 2006년 9월 개척한 교회다. 팀은 이곳에서 찬양인도자로 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지역을 선교하기에 아주 적합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시아 전역에 교포들이 퍼져 있고, 믿음의 사역자들이 열심히 훈련받고 있지요. 훗날 하나님께서 저를 어떻게 사용하실지 모르지만 저 역시 그때를 대비한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매일 기도합니다. 세계를 흔들 수 있는 하나님의 종이 되게 해달라고요."
가수 데뷔 5년째. 팀은 요즘 댄스곡 '내 안의 전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발라드 가수의 이미지를 벗고 무대에서 춤을 춘다는 게 영 어색했지만 그는 "대중문화 선교사로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일이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분이 저를 착하다, 예의바르다고 칭찬하시는데, 일부러 저를 그렇게 설정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사람들이 팀은 버릇없다, 못됐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님을 전하겠어요? 저는 선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즐겁게 저 자신을 관리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거룩한 부담'이지요. 이제는 예수님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