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육군대학교 졸업식이 있었어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태국, 캐나다, 베네수엘라, 터키 등 6개국 장교들도
1년 반 가량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하게 되었지요.

이번 학생들은 한남대에서 어학 연수를 받을 때부터 가르쳤고
그 가족들도 육대에서 가르쳤기 때문에 안팎으로 정이 아주 많이 들었지요.

특히 얼마 전에 맹장염으로 수술을 했다가 장폐색이 된 베네수엘라의 루이스도
다행히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고 완쾌되어 어제 졸업식장에 나왔어요.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그래서인지 그의 예쁜 아내 아나는 저랑 눈만 마주쳐도 자꾸 울었어요.
그래서 끝내는 저도 그녀랑 끌어안고 엉엉 울고 말았고요.
위급했던 순간에 기도해 주신 우리 식구들께 감사 드립니다.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준 덕분에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된 것이 분명해요.

이왕 졸업식 말이 나온 김에 우리 학생들 소개 좀 할게요.

태국 장교는 아이를 낳는 것만 보고 혼자서 먼저 왔다가
아이가 2개월쯤 되었을 때 가서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왔는데
처음 올 땐 누워만 있던 그 녀석이 지금은 뛰어다니며 온갖 재롱과 말썽을 다 부리곤 했어요.
어제는 아이 엄마랑 아이가 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열이 나고 아팠어요.

터키 장교 아내는 올 때에는 아주 뚱뚱하고 볼품이 없는 아줌마였는데
1년 반 동안에 학교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주위 사람들의 끊임없는 격려와 칭찬에 힘 입어서 20kg이나 감량을 해서
지금은 아주 몰라보게 세련되고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어요.

사우디아라비아 장교는 다른 사람들보다 6개월을 더 머물렀어요.
본인이 원해서 한남대에서 어학 연수를 한 학기 더 했거든요.
그 때부터 그는 제 학생이었어요.
그러니까 꼬박 2년을 같이 보낸 셈이지요.
딸 셋에 아들 하나를 둔 가장인데 얼마나 가정적이고 착한 사람인지 몰라요.

이라크 장교는 외모로 볼 때는 산적 두목처럼 무섭게 생겼는데
얼마나 사람이 착하고 순진한지 몰라요.
한국에 와서 치질 수술을 하고 입원하는 바람에
병원 간호사들과 소통을 하느라 한국말이 확~ 늘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맨날 놀려 먹었지요.
한번만 더 입원하면 한국사람처럼 잘 할거라고요.

캐나다 장교는 키가 190cm 정도 되는 거구인데
언제나 씨~익 웃기만 하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어요.
가족은 용산에 있어서 매 주말마다 서울에 가곤 했는데
이번 졸업식에 아내가 와서 처음 만났어요.
그녀 왈 남편이 하도 얘기를 많이 해서 제가 낯설지 않다나요.

암튼 어제 졸업식을 마치고 나니
이제야 모든 긴장이 다 풀리는지 제 몸이 좀 시들하네요.
그래서 하루 종일 방콕하고 누워서 쉬었어요.
내일 아이들이 내려오면 월요일부터 가족들 휴가를 가야 하는데 제가 아프면 안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