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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초청을 받고 일주일을 휴가내어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습니다.

7월 하반인데도 날씨가 너무나 신선하였어요. 낮이 70 여도,  밤이 50 여도! 

점점 더워져서(낮 115 도 육박) 드라이 사우나를 하는 심정으로 살던 아리조나를

잠시 도망 나갈날 수 있던 것은 참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곳은 아침 저녁으로 춥기까지 해서 수영은 커녕 스웨터에 잠바까지 걸치고 다녀야 했으니

정말 제대로된 피서였어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슬슬 부러워 지더라구요.

 

이번에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딸이 집을 사는 것을 봐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6 개월 동안이나 혼자서 집을 보러 다녔던 딸은 주일 예배후에

오픈 하우스 광고를 낸 집들을 우리와 함께 쫓아 다녔습니다.

세상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오픈 하우스를 구경하러 다닐 줄이야!

신문에 집 경기가 땅을 치고 10 프로에서 30 프로씩 값이 떨어졌대서

어디나 그런줄만 알았더니 그곳은 별천지 같았어요..

사람들은 여전히 사고 파는데 열심이었어요.

 

게다가 더 놀랬던 것은 그 끔직히 높은 값!

이미 들은 악명이었지만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작은 집들이 우리 동네 대 여섯배의 값으로 매매 되는 현장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딸이 마음을 빼앗긴 집은 2 침실에 2 목욕실인 1200 스퀘어푸트의 집이었습니다.

그까짓 코딱지 만한 것이 거의 백만불을 육박하는 고가였습니다.

그래도 매스터 베드룸 스윗이 다른 집에 비하면 약간 더 크고

부엌 리모델링을 완전 현대식으로 해 놓아서 천정도 높고 시원하게 보여서 혹 할만했고,

잔디 밭도 잘 꾸미고 패티오를 마루로 깔고... 그만하면 잘 치장한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좁은 것도 좁은 것이지만 70 년이나 된 낡은 집이었어요.

그래서 히터도 에어컨도 없대요.

절연제도 안 넣고 지은 집이요, 납 성분 페인트를 새 페인트로 덧 입혀서

만약 어린아이가 페인트 조각을 입에 넣으면 중독이 된다는 그런 집...

시원한 아리조나에 살던 내게는 매력없이 비싸기만 한 집이요,

늙은 여자 요란한 화장한 듯 기분 나쁜 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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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와 함께 한번 딱 그 집을 보더니 자기 남편에게 말하고

그 남편은 월요일 점심 시간에 틈을 내서 가보고...

그렇게 딱 한번씩만 보고 그 밤으로 리얼터를 불러 오퍼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쇱게 싸인 할줄은 꿈 밖이었습니다다.

하필 그 집이 나온지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벌써 누군가가 오퍼를 냈다고 하니 

급히 그 집 값을 달라는 대로 다 줄 뿐아니라 1000 불을 얹어 주고 산다는 것이었어요.

그 동네에서는 웃돈 얹어주고 사는 일이 흔한 일이라나요?

경기 좋았을 때는 집 하나를 20 여명이 동시에 붙들고 난리들을 쳤다지요...

 

그렇지만 내 생각에 한국인 2 세인 그 야무진 리얼터가 집 팔아 먹기에만 급급하여

어리숙한 우리 딸 내외에게 너무 지나치게 푸쉬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동네에서는 의사가 제일 가난뱅이라는 소리도 서슴치 않았으니까요.

어떤 한국 사람은 3 백만불이나 되는 집을 현금으로 샀더라는 말로 기를 죽이기까지 했어요

 

글쎄,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데 고쳐달란 소리도 못한답니다.

게다가 어네스트 머니로 2 만여불 주는 돈도

만약의 경우 은행 빚을 낼수 없다거나 마음을 바꿀 일이 있다면

돌려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말할 수 없답니다. 

자격 미달로 의심당하면 안 받아주는 수가 있다나 ...

하나도 까다로움을 안피고 조용히 처분만 바라며 오퍼를 내야 한다네요.

내 참 기가 막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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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바이어스 마켓이고 큰 소리치며 살수 있다는데 이게 왠 바보같은 일일까요?

나는 오퍼 시작을 5-6만불 깍은 상태에서 시작하자고 했다가,

놓칠까봐 절절 매는 바람에 그럼 3 만불만이라도 내려서 오퍼 넣자고 말했다가,

아니 다만 5 천불이라도 깍자고 했다가 그것도 아니면,

고쳐 달랄 것이라도 다 고쳐 달라고 하라고 했다가,

어네스트 머니 돌려 받는 안전 조항은 꼭 넣어야 한다고 했다가 다 퇴짜를 맞고 

몇번 코치를 해줘도 들어먹지 않는 딸 내외 때문에 몹시 속이 탔어요.

사위는 변호사이기도 한데 이런 엉터리 같은 계약을 하다니

내 미국 생활 34년만에 이런 식은 처음이라서 정말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 집 주위에 곱절로 큰 집이 하나 있는데

100 일 이상 안 팔려서 그 아이들이 살수 있는 가격으로 내린 집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한번 보고 오자고 해도 무조건 싫다고 하였어요.

안 팔리는 이유가 있을거라나 뭐라나... 

삼십 넘은 아이들의 뜻을 조금도 굽힐 수가 없으니 엄마 권위를 주장할 계재는 진작 아니지만

그래도 속이 많이 상하데요. 

 

다음날 두달 후에 집을 비워준다는 조건이 있지만 오퍼 액수가 통과 되었다고

그 아이들이 좋아서 흥분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5 천불도 못 깍은 것이 속상해 잠을 또 설치고

오늘 새벽 그곳을 떠나 오게 되었습니다.

비행장에서 동생들에게 전화했더니 다 내 편이었어요.

큰 손해가 난 잘못된 일이라구요.

 

속은 상했지만 결국 내 마음을 돌이키기로 했습니다. 

사람을 잘못 골라 결혼 한다든지 하는 사람 문제가 아니라 집 문제이고

돈 손해 나는 것이야 장차 더 벌면 되고...

아마 그 동네는 이곳과는 많이 달라 그집이 그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로 하고...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데 그 집이 없어지는 것이 시간 문제이니

마음에 들면 그렇게라도 사는 것이 나은지도 모르지...하고

 

그런데 30 년 전의 그 일이 생각났어요..

내 인생에 첫번째로 사려는 집을 공연히 2 천불을 더 얹어 주고 샀던 일...

7만 4천불만 내도 된다는 것을 7만 6천불을 주고 샀던 前過.... 남한테 뺏길까봐 그랬죠.

내놓은지 6 개월이나 되도록 아무도 안 샀던 그런 집을...

그러니 똑똑지 못한 그 부모에 그 딸이 아닌가요!

우리도 세상 살면서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많이 하면서 여기까지 살아왔던 것을 기억하니 

할말이 없어지대요. 그애들은 그애들대로 실수하며 세상을 배워야 하는 것이겠지요.

 

아무튼 비싼 집들 때문에 날씨 부러워하던 마음까지 도로 내려놓고 돌아 왔어요.

이렇게 넓은 아리조나에서 큰 숨을 내쉬고 사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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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딸에게 그동안 속을 어지럽힌 것이 미안하다고 전화를 할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하는 말이 그새 어떤 사람이 더 많이 오퍼를 하여 그 집을 차지하고 

자기들은 빼앗겼다는 것입니다. 한달 안에 수속을 한다고 써넣었는데

파는 사람이 두달만에야 나갈수 있다고 하여 조정하는 사이에...

엄마는 좋겠지만 자기들은 많이 섭섭하다고..

놓친 고기가 더 크게 보일게 분명하겠지요.

 

그렇다면 그 리얼터 말이 다 옳았고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닙니까?

한동안 어찌 생각할지 몰라서 당황하였네요.

내가 모르는 세상도 있는 것이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학군 좋은 곳에서 집을 사기란 별따기로구나....

우리 애들이 바보만은 아니구나....

"얘, 더 나은 집 더 싸게 살수 있을꺼야. 좀 더 기다려~" 

집 못 차지한 것이 내 잘못도 아닌데 그냥 미안했습니다.  

 (2008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