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불타는 것을 두 눈 멀쩡히 뜨고 망연자실 바라보면서 형용하지 못할 기분이었습니다.
와당이 무너지고 현판이 와자작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질 때
마치 내 살 조각이 타들어가는 그런 생각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 때 대통령은 현장을 방문하여 건설CEO 답게 다시 재건축하면 된다고 지시를 했죠.
재건축해야죠, 당연히.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외관은 재건축이 가능하여 더 웅장하게 지을 수있겠지만
역사의 숨결은 수정도 재건축도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서론이 길었지요?

선배님, 후배들, 그리고 이 곳을 방문하는 이웃학교 선후배 여러분!
안녕하세요? 실로 오랜만에 인사 올려요.

홈페이지가 이제 만 5년을 맞이하는 시점이군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많은 역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보게 됩니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을 하려는 동문들이 처음보다 많아지는 과정을 보면서
싸이트를 만든 본인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아나로그 세대임을 강조하며 새로운 매체를 거부하던 초창기 동문들이  살곰살곰 적응하는 과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5년의 역사에 비쥬얼한 마인드를 지닌 정보위원회의 탄생과
잃어버린 데이터를 찾고자 저에게 자문을 구하는 적극적인 자세는 놀랄만한 것이었답니다.
특히 금번 정보위원장님은 컴퓨터 활용에 대한 전문 지식이 풍부하고
커뮤니티 운영 경력이 다양하셨기 때문에 일의 진척이 대단히 빨랐어요.
제가 가지고 있던 백업화일(2006년 4월초  제가 그만 둘 시점 기준)은
그렇게 빛을 보았고 사라져버렸던 우리들의 발자취를 찾을 수있었던 것이랍니다.
아무리 귀한 자료라도 그것의 진가를 알아줄 혜안을 가진 결정권자를 만나지 못하면
그대로 화일은 컴퓨터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겠죠.

3000여개가 되는 글들을 복원하는 자체는 유닉스 명령어 몇번으로 되는 단순한 기술적 일이에요.
그러나 이미 홈페이지가 2008년 1월 경 제로보드 XE로 전환되어 이게 번거로웠죠.
제가 가지고 있던 백업 화일이 제로보드 4버전 때 것이라 서버에 제로보드4버전을 다시 설치하고 백업본을 풀었고,
그것을 제로보드XE로 전환, 현재 있는 게시판의 글들을 모두 복사 이동, 수작업으로 과거 조횟수를 현재로 맞추기,
링크 끊어진 게시물 정리  등등 이러한  과정에 시간 소요가 많았어요.

그렇지만
작업 중  잠시잠시 쉬며 옛날 글들을 읽는 정겨움, 그리운 이름들이 보이고,
잊혀졌던 TEXT 들을 되새김하는 행복에 비하면 복원의 복잡함과 시간 소요에 대한 생각은 비교할 수가 없지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이 공간은
어느날 갑자기 생기지 않았습니다.
1회 허회숙선배님(당시 모교 교장님)의  인터넷에 대한 마인드를 받들어
두달의 작업 기간을 거쳐 2003년 8월 1일 탄생하였고
3회 박광선동창회장님(산부인과 전문의)의 재정적, 정신적 뒷받침이 있어서
튼튼한 기초를 짧은 시간에 이룰 수있었습니다.

부모 없는 자식이 있을 수없고, 선배 없는 후배도 있을 수 없으며 , 과거 없이 현재가 있을 수 없지요.
초기 인일 홈페이지의 두 선배님에 대한 부분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한 바로 인일홈피의 초석이며 역사인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예요.

마더리더십, 형수리더십, CEO형 리더십, 통합리더십, 여러가지 이름 붙은 리더십 책들이 서점에 즐비하고
각종 강좌가 넘쳐납니다.
리더십 풍년을 이루는 시대에 살다보면 모두가 리더가 되고자 열심히 노력하나
아무나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있지요.

그런 책들 내용 중에 기억나는 귀절이 있어요
조직은  리더의 수준에 버금한다는 것이예요.
이제 만 5년을 맞는 inil.or.kr 정보위원회의 거시적이며 차별화된 리더십을 기대해도 되겠지요?

컴퓨터 하드에 보관되어 있던 백업화일이 동문들에게 기쁨을 줄 수있도록,
제게 그 기회를 주신 정보위원장 이하 위원들의  리더십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처음 이 공간을 기획 제작 그리고 운영한 사람으로써,
또한 동문의 일원으로써,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무 것도 없답니다.

무릇 지나간 몇 년의 날들을 되돌아보면
이 곳을 운영하면서, 그리고 이 곳을 떠난 후
가슴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이 너무도 많아요.

앞으로 시간 나는대로
틈틈히 모아 두었던 기록들을 다듬어서
홈페이지 역사, 커뮤니티로서의 기능,  그리고 나아갈 길에 대해 기술해 보고자 합니다.
안 쓰던 글을 모처럼 쓰기 위해 구어체로 쓰자니 낯간지럽고, 산문체로 쓰자니 딱딱하여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수정하고 또 수정을 해봐도
문맥이 엉성하고 논리성도 없어 부끄럽군요.

여러 동문님들, 반갑고
전화로, 문자로  연락주신,
저를 기억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래 게시판에 댓글로, 본문으로 저를 호명하신 동문님들께 일일이 댓글 달지 못하고,
최근 대부도 출사에서 찍은 노을 사진으로 제 마음을 대신하며
온라인상으로 또 뵙겠습니다.



2008년 7월 아흐렛날
11회 전영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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