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마음들이 모여서
그림그리는
평안 수채화 교실에 나는 할일 없어도
가끔 놀러가선
분위기에 취해 마음이 한없이 충만 되오는데
서로들 싸오는 먹거리가
점심요기를 하고도 남아
집에까지 싸들고 오는 보너스를 얻기도 합니다.

문하생 중 한명은 반갑게도 우리 인일 후배로
집 마당에 커다란 단감나무가 한그루 있답니다.
해마다 가지마다 풍성히 달리는 열매가
딸 사람이 없어서
누구나 따가는 사람이 임자 라는군요.

화실에 올때마다 가방 가득 들고오는 감이
먹고도 남을 뿐 아니라
정물화 재료로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지요.

고맙게도  커다란 진홍색 감에 잎새까지 달려
제법 운치있는 감나무 가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홍시가 될때 까지는
먹지 않고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가을을 집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만끽하는 즐거움을 갖게 되었지요.

나를 찾아오는 친지들이
군침을 흘리지만
난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한가지~~
달랑 한개의 감이 달린것이 마음에 썩 들어 갖어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제 몸이 아프다는 딸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려
집에 있을수가 없어
한다름에 딸네 집에 달려가 먹을것 좀 챙겨주고
손주 재롱도 보고 하다보니
다음날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뿔사!!
땅바닥에 뭉게져 떨어진 홍시~~
애끼고 애꼈던 홍시가
처절히 땅바닥에서 신음하는듯 보였습니다.
두손으로 웅켜쥐곤
아까운 마음에 어찌할바를 모르다
입에 갖다대니
그 달콤함이란 무엇에 비교할수 없이 맛이있었습니다.
대강 먹고는 바닥을 닦았습니다.

이때 무엇보다 고마운것은
TV 바로위에 걸어놓았던 감이
다행히 TV 를 스쳐지나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길게 뻗친 가지에 메달려 달려있는 감이
바닥으로 수직 낙하한 모양입니다.
만약에 TV 위로 바로 떨어져서
홍시로 범벅되었다면
치울때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에
그나마 바닥으로 떨어진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고맙던지요.

이렇게 사소한것에서도
감사함을 느껴 지는것은 이 가을이 나에게 갖다준 풍요로움의 선물 일까요?

올가을 나에게 소소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
한개의 홍시를 통해
후배의 사랑도 읽고
가는 가을을 아름답게 기억하면서
마음 창고가 넉넉해짐을 느낍니다.

가까이 다가오는 겨울추위도
훈훈한 인정으로 덥힐 마음이 생길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