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이 저물어 갑니다.
그동안 엉키고 설키며 맺혔던 일들은 모두 다 풀어 버리시고

마음의 찌꺼기들은 이렇게 다 태워 버리시고 사랑과 행복만을...

새로운 항해를 위해 가끔은 휴식도 취하시고

그림자 처럼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는 것은 모두 저 바닷물에
다 버리소서

미련 때문에 가는 해를 부여 잡을 수도 없을터인즉

그저 잘가라 고운 손짓으로 2003년을 마감 하십시다.
가는 해가 깨끗하니 모든게 잘 된다는 뜻이 아니온지..

해넘이가 시작되면 고기잡이 배도 돌아오고,어부도 연장을
거두어 드리시니

만선이면 어떠하며 그렇지 않으면 어떠하리까

이 어둠을 뚫고 다시 붉은 해를 잉태한 저 바다 곧 해산할
기미가 보이니

더 가까이 다가가 해마중을 하십시다.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나만의 해마중을...

그렇게 해는,바다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더이다.
한 밤 용트림을 하듯 그렇게 바람불며 진통을 하더니

얼마나 아까운지 참으로 아까운지 보여주지 않다가 조금씩
조금씩 병아리 눈꼽만큼씩 그렇게 해산을 하더이다.

갈매기도 좋아라 덩실덩실 이리저리 날으며 어깨춤을 추고요

드디어 힘 한번 크게 주니 쑤욱 붉은 해가 불끈~~~

얼마나 보고 싶고 얼마나 그리웠던 '해'이시옵니까.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함께 저 바다새들과 함께 바다 위를 날으며 덩실 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었는데

지은 죄가 많아 하도 많아 그저 저 뜨거운 태양열에,바닷물에
죄씻김을 받고자,그저 그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토해내고 새로운 기를 받아 삼키는 의식을 거행했나이다.

대장간의 풍무 바람에 이글거리던 잉걸불처럼 뜨겁게 달구어진
햇님께서 드디어 바다 위로 두둥실...순식간이더이다.
찰라 같더이다.

다시금 모여 들어 축제를 벌이는 갈매기들...

돌산위로 보이는 저 뜨거운 불구덩이,정말 송진 잔뜩안은 장작불
만큼이나 붉게 붉게 활활 타오르더이다.

햇님은 또 다른 희망의 불알을 토해 내듯 그렇게 또 그렇게
번져나고..

너무도 뜨거워 데일 것 같아 로사 바닷물을 찾아 몸과
마음을 식혀야만 했는데

그리 쉽게 식지는 않더이다.햇님도 로사의 기쁨도, 희망도,
새해의 소망들도...

작은 항에서는 미리 나간 사람들도,이제 나갈 채비를 하는
사람들도

저 멀리 설악산을 포근히 감싸 안은 하얀 뭉게 구름떼들
또한 희망의 새해를 예견하는 뜻이 아닐런지요.

할 수만 있다면,저 해를 잠시만 빌려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더이다.희망을 나눠 주고 싶더이다.

갈매기들 어서 고기 잡이 나가라 어부들에게 재촉을 하고

아내를 동료로 배 안에 싣고 떠나시는 59세 안00 어부님,
부디 건강하시고 만선의 꿈을 이루소서.루사와 매미로 인해
흙탕물과 바위와 나무가 바다로 휩쓸려 고기들이 산란을 꺼리고
오지도 않는다셨는데,제발 고기 많이 잡아 남은 자손 여우살이
잘 시키소서.

아저씨끼리 형제분이신지,아주머니들이 자매신지 닮으신
분들의 남자분들만 떠나시는 이 배 또한 만선을 이루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소서.건강하소서.

저 태양이 붉게 다시 떠 오르는 한 님들께서는 희망을,만선을 꼭
이루시리라 믿나이다.

조심해서,건강히 다녀 오소서.
그 언젠가는 또 다시 만남이 있을 터인즉...

제 할일을 다하고 이제는 휴식을 취하는 이 폐선도 지난날의
화려했던 고기잡이가 생각나 밤이면 남몰래 바다를 항해 하는게
아니온지...

잠시 잠깐 모래 톱 위에 쉬고 있는 이 보트 또한 화려했던
지난날은 있을 터인즉,젊음을 자랑말고 늙음을 설워마소서.
젊음은 아름답고 늙음은 거룩하다시는데,폐선 또한 그렇게
거룩함으로 제 가슴에 오래오래 남아 있나이다.

붉은 등대와 흰 등대가 나란히 서서 외롭지는 않겠더이다.
오가는 길손들에게 따사로운 불빛도 비추어 주고,아늑한
이 항구에 들어와 쉬어가라 손짓하는 넉넉한 두 등대...

육지의 하수구 역할을 하는 푸른 프라스틱 호스에 옹기종기
달라붙어 있는 파래들...물이 들어오면 촉촉히 젖어드는데,

지난온 길을 되돌아 보지 말고 앞으로만 나아가라고 발자욱
조차도 바닷물은 얼른 씻어 줍디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가라고...

해풍을 맞은 대나무와 소나무,그 배경에 작은 정자,
아름다움을 더하고자 비추어 주는 고운 햇살...

얼마나 좋은 일만 일어나라고 이렇게도 햇님은 저를 따라
다니시나이까? 황송하여 몸둘바를 모르겠더이다.

저 멀리 바다 위에는 파도를 가르며 배가 떠나가고,
모래톱에 작은 물길 내며 길은 연이어 나 있는데,
잔치가 벌어졌더이다.새들의 잔치...
그 잔치에 초대해준 모든이들에게 감사드리며

살갗보다 더욱 보드라울것 같은 모랫길,물길,저 바닷길...
대숲과 소나무 향이 어우러져 더욱 귀히 보이던 이곳...

청간정(淸澗亭)강원유형문화재 제32호. 관동8경(關東八景)의
하나이다. 설악산에서 흘러내리는 청간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작은 구릉 위에 있으며, 이 곳에서 바라보는 동해안의
풍경이 일품이다. 특히 아침의 해돋이광경과 낙조(落照)의
정취는 예로부터 많은 시인 묵객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정자의 창건연대와 건립자는 미상(未詳)이나 1520년(중종 15)에
간성군수(杆城郡守) 최청(崔淸)이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갑신정변(甲申政變) 때 불타 없어진 것을 40여 년 후인 1930년경에
지방민들이 재건하였다. 그 후 1955년 대통령 이승만(李承晩)의
명으로 보수하였고(지금의 현판은 그의 친필), 1981년 4월 대통령
최규하(崔圭夏)의 지시로 해체복원(解體復元)하였다. - [야후]

다시 배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새해를,고기잡이를 설계할
것이고

구멍이 숭숭난 이 바위들은,바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슴시린 사연이 있어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 어쩌지 못해
피울움을 토하듯 가슴패기를 파내었을까.모를일이다 모를일이야

고기잡이 나간 지아비를 그리며 갓 시집온 새색시는 이렇게
촛불켜고 손금이 다 사라지도록 손을 빌며 비손을 했을터이지.

젊어서 지아비를 바다에 빼앗긴 늙은 어머니는 자식만은 꼭
지켜 달라고 빌고 또 비셨을테지.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손주녀석들은 이다음에 뭍에서 농사 지으며 살기를 바라셨을까?
아니면 대처에 나가 잘 살아보라고 비셨을까.

푸르고 잔잔한 바다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평안해 보였어.
풍덩 뛰어들면,'오냐 내새끼 왔구나 오니라고 욕봤다.욕봤어'
가슴에 꼬옥 품어줄 것 같은 저 바다,너른 저 바다,
내 어머니의 품속같은 저 바다...

붉은 기를 달고 오면 만선의 표시라 했던가?
다행이다 다행이야.고기를 많이 잡아야 그 갈퀴같은 손으로,
구릿빛으로 타버린 그 얼굴들에 박장대소하며 좋아들 하실테니...

이왕에 이세상에 나와 살아가려거든 너른 곳에 살거라.
파도가 바위에 너무 쎄게 후려쳐서 그 가슴패기 쓸어 안고
꺼이 꺼이 우느라고 따라 나서질 못하고 이렇게 가두어졌구나.
갸엷은지고.

생물이든 미생물이든 그 쓰임새가 다 있기 마련이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너른 물에 나가 휩쓸리며 살아라.
이렇게 바위틈에 웅숭그리듯 엉켜 있지말고.

바닷물이 바위에 부딪혀 가슴패기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도
그렇게 시린가슴 감추고 후려치려므나.사정없이 후려치려므나.
온몸이 와스스 부서지도록 그렇게 후려치려므나.
속이 시원할터이니.

시린 가슴만 남겠느냐.멍들어 푸른 물만 남겠느냐.
이렇게 하얀 포말로도 떠오르는걸.
비누거품 감은 이런 물결에 모든 설움 다 떨치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걸.그렇게 네 모든것을 정화 시켜 줄터인즉...

뼛속 깊이깊이 한기가 들고 얼음이 얼거들랑 가슴패기 확 풀어
제치고 황소 울음 한번 울려므나.꽁꽁언 그 가슴패기 열어졎혀
우는 날 내 한달음에 달려가 너를 꼬옥 보듬어 안아줄 터인즉
그렇게 꼭꼭 숨겨 뒀다가 한번씩만 꼭 한번씩만 속시원히 울어버리렴.

그래도 잘 녹지 않고 한기가 돌면 이렇게 모닥불을 피어 놓으리니..
2003년 마지막 주말 촬영
이제는 이름만 보고도 아~ 소리가 나오니 우리 이제 한 가족임에 틀림없죠?
새해에도 14회를 위하여 좋은 음악과 글...많이 부탁해요
건강하구요 ::d(:g)(: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