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하늘 **


                                                
      아마
      가을보다
      한뼘쯤 내려 앉았나 보다

      닿을 수 없을만큼
      멀게만 보이던 하늘이
      낙엽이 쓸고 간 빈 자리에
      어깨 한쪽 걸친걸 보면

      바람이
      조금씩 차가와 지면서
      휑한 거리 흔들고 갈 때마다
      손톱만큼씩 내려 앉았나 보다

      하늘 품 가득
      왠 사연이 그리도 많은지
      뿌옇게 잿빛으로 갈아 입은 하늘은

      금방이라도
      참았던 눈물처럼
      눈송이를 펑펑 쏟아 낼 것 같은데

      이 만큼에서
      올려다 본 하늘이

      오늘은
      빼꼭이 쌓인 한이 옭아진 채
      처절한 몸부림으로
      가슴에 다가 온다

      하지만
      그리움이 흔들리며 맴도는 내 작은 가슴엔
      하늘 한조각 들여 놓을
      한뼘의 자리도 없다 한다

      싸한 바람 등에 업혀 날아 온
      님의 여운이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맴돌며
      가슴 어귀를 막고 서서 추위를 부르고
      덩달아 내 안엔 냉기가 번져 온다

      이제 그만
      파르르 떠는 겨울 하늘에서 떨어 진
      그리움 한조각 주워
      가슴에 보듬고 싶은데
      꽁꽁언 가슴이 빗장을 쥐고 있다



                        2003.  12.  18.
                          글 : 한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