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  구  하  나 ★
                        
입 맛 잃은 나에게 눈 뜨면 밥 차려 함께 식탁에 마주 앉아 먹어줄 친구 하나
성질나면 온갖 소릴 다 퍼부어대도 빙긋이 웃어주며 등 다독여줄 친구 하나
내가 입장이 난처한 경우에 처했을 때 대신 앞장 서 줄 知友 하나
내 앞에서 하는 칭찬보다 내가 없을때 칭찬을 해주는 그런 친구하나

길 눈이 어둔 내게 곁에 앉아 길 안내 해줄 친구 하나
내가 옳지 못한 판단을 할때  사정없이 바른말 해 줄수 있는 친구 하나
얼굴 몰라도.. 답장을 안해도.. 안부를  꼭꼭 챙겨주는 메일친구 하나
외로운 병실에 홀로 잠들어도 꽃 한송이 꽂아주고 돌아갈 친구하나
소리없이 흐느낄 때 왜 우느냐 꼬치고치 묻지 않고
크리넥스 한장 꺼내 눈물 닦아줄 친구하나

나 죽은 후
내 부끄런 시체를 부탁해도 기꺼이 응해줄 친구 하나
후줄그레한 나의 글나부랭이들 샅샅이 읽으며 울어줄  친구 하나

어느 화창한 봄날 내 무덤에 와서 조용히 흐느껴줄 친구 하나
이름 모를 노랑 들꽃 하나 내 무덤에 꽂아 줄 친구 하나
나 죽었다 소릴 듣고 하루 세끼정도  굶어주고 애통할 친구 하나

그런 친구 하나 있음 그걸로 족하다

내 앞에
빠알갛게 맛갈스런 김치 한종기
냉기가 위속 아래까지 비수처럼 적져지는 차가운  냉수 한 컵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쌀밥 한 공기
그리고...
길이가 꼭같이 나란한 젓가락 한짝....
배고플때 끼니한번 때울수 있고  
집까지 올 수있는 ...지갑 속에 파란 지폐 한 장

그렇게만 있으면 나는 족하다.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 이름을 써 놓은 주소록 한권
가끔 끄적이는 글 나부랭이들을 저장해 둘 작은 노트북 하나
창가에 초록이 싱그러운 나무 한 그루
아파트 마당에 키 작은 이름 모를 꽃무더기 하나

새벽이 올 때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붙들고 싶은 책 한권
눈물 한방울까지 삼켜버리며 들을 수 있는 I Will Survive 노래 한곡
돋보기 없이도 바라볼 수평선 저 넓은 바다의 불빛 한 줄기
계절 바뀔 때마다 갈아입을  단정한 옷 한벌
핏기 없는 입술에 바를 짙은 자주빛  립스틱 한개

이렇게
하나만 있으면 나는 족하다.


전영희




        사진:초봄에 대부도 에서 촬영하는 장면 편집
        음악:조수미- 청산에 살리라


        11회에 지난 5월에 올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