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파마를 했다.
9년째 유지해 오던 짧은 컷트 머리에 (남편의 반대도 불구하고)  과감한 도전장을 던지며
팍!!   뽁아버렸다.
리빙브릿지라나 뭐라나, 머리 군데 군데를 털실 굵기 만큼 떠서 브릿지액을 바르고
알미늄 호일로 싸매고 뜨끈 뜨끈하게 전기가 들어 오는 모자같은 것을 쓰고 20분 ,
머리를 감은후 롤을 말고 코팅하며 1시간,
중화제를 바르고 15분,
또 머리를 감고 다듬은후 드라이어로 정리.
2시간여의 긴 장정끝에 알록달록 예쁜 머리가 따끈따끈하게 만들어 졌다.
정말 인내가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롤을 마는데 왜이리 아픈지, 머리카락 다~아 뽑히는 줄 알았다.
롤을 다 말아논 머리는 나름대로 귀엽기는 했지만 다른이들은 아마도 (귀)엽기라고
생각했을것 같다. 얼굴이 긴데다 이마가 좁아서 솔직히 여~엉 아니였다.
보조미용사인듯한 언니가 나를 이끌고 원적외선과 온풍이 나오는 어떤 기계로 안내했다.
내 머리위를 비잉빙 돌며 원적외선과 열기로 골고루 구워 준단다. 남들은 이런 시간을 우아하게 즐기는듯 한데 난 정말 미칠것 같았다.
아까 머리카락 땡겨가며 말아논 롤때문인지 아프고 가렵고.......
가려워 긁을라치면 비닐보자기에 수건에 온통 뒤집어 씌워논것 때문에 아프기만 하지 시원하게 긁어지지도 않았다.
머리는 열받아 뜨끈뜨근, 한계에 다달을 무렵 다행히 기계는 자동으로 꺼지고 나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며 파마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중화제를 바르고 15분이 지난후 머리를 감고 거울 앞에 앉았다. 중화제를 바를때부터 바뀔 내 모습에 대해 상상하며 긴장했던 나는,
정말 저~~엉말  눈이 뒤집어 지는줄 알았다.
세상에나.......(실망,실망 또 실망)
완전 설 이은 라면빨이다, 내 머리가.
'난 남편한테 죽었다.  으~윽 얼마나 잔소리를 할까, 며칠을 싸워야 하겠지'
온갓 상황을 상상하며 설 익은 짜장 라면빨같은 머리를 빨리 어떻게 해 줬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던 미용사 언니왈
"지금부터 예쁘게 해드릴테니까 잘 보시구 집에 가셔서 이대로 손질하세요" 라며 내 눈치보며 뭐라고 설명은 하는데 드라이기 소리가 묻혀 들리지가 않았다.
난 차라리 눈을 감기로 했다
아이구,모르겠다.
잠시뒤 나는,
눈이 또 뒤집어 지는줄 알았다.
오우~ 예
알맞게 색이 바랜 머리는 깍쟁같은 얼굴을 약간은 부드럽게 만드느듯 했고 머리 끝을 밖으로 말아서
연예인 머리,딱 그머리였다.
오우~예,오우~예
시간이 아깝지 않고 돈이 아깝자 않았다.
여자는 가꿔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며 나도 예뻐질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나의 머리를 위해 아낌없는 솜씨를 발휘한 언니들에게 미소로 화답하며 파마값을 지불하는데 나는
또,또 눈이 뒤집어 지는줄 알았다.
파마값이 무려 사만원 이란다.
그것도 단골이라 싸게해 준 것이고 다음부터는 꼭 파마를 하라는 뜻으로 50%는 할인해 준 것이란다.
우리 어머니는 만오천주고 파마하는데......, 컷트는 칠천원이면 하는데.........
식당을 하는지라 시간이 없어 아주 짧게 컷트를 치고 두세달에 한번 머리를 자르는 나로서는 정말 큰 돈이 아닐수 없었다.
수 많은 생각이 잠깐동안 지나 갔지만 어찌 하겠는가.

집에 오니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엄마가 최고라며 두팔을 벌리는 딸아이, 자기만 빼놓고 엄마 혼자만 이뻐졌다고 질투어린 얄미운 소리를 한다. 누나와 수선떨며 놀던 작은 아이도 "오우~ 이쁜데" 를 연신하며 날 즐겁게 만든다.
우리 도련님도 형수가 예뻐졌다며 굽어진 엄지 손가락을 힘들게 치켜 올리고 베시시 웃어준다
문제는 남편!!
워낙 파마머리를 싫어해서 과연 어떨지......
역시나, 남편은 무반응이다. 아니.표정이 좋지가 않다.
요리조리 눈을 굴려가며 쳐다 보면서도 별 말이 없다.
밤 늦게 SBS드라마 완전한 사랑을 보면서 한마디 던진다.
"그게 차인표 머린가봐, 똑같네"   그게 다다. 이쁘다 밉다 말도 없다.
그래도 밉지는 않았나 보다, 싫은 소리 안한걸 보면.
어머니께서도 젊어서 이런것 저런것 다 해보고 가꿔야지 늙으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 하시며 내편에 서셨는데 남편이 제 아무리 싫은들 어쩌겠는가.
근데 걱정이 하나있다.
아침마다 드라이어로 말아서 남편이 말한 그 차안표 머리를 해야하는데......
평소에 쓰지 않던 드라이어를 어찌 해야할지 걱정이 앞선다.
라면빨처럼 뽀글뽀글 머리를 했다간 남편의 잔소리가 여간 시끄럽지 않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