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그때는 1970년대 초의 초겨울이었다.
공인되고, 제한적인 남녀써클이 사회관이나, 사회복지회관에서
운영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녀 고등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곳이 없어서 그나마도 교회에서 해마다 연말에 열리는
학생들의 문학과 음악의 밤은 항상 대만원이었다.
서울로 통학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소식이 두절됐던 친구가
창영교회에서 열리는 "문학과 음악의 밤"에 작품을 발표한다는것
을 알고 반가운 마음에 꽃다발을 사가지고 북적대는 인파를 뚫
고 중간쯤에 앉았었다.
열심히 준비한 남녀 학생들의 시와 꽁트와 노래들이 1시간이 넘
게 발표가 되었고, 중간에 내 친구녀석도 중창부문의 멤버로 참
석하였었다.
반가운 마음에 "ㅇㅇ야! 화이팅!!" 하고 나가고도 싶었으나 숫기
가 없어서 망설이던 나는 발표회가 끝난후 재빨리 그 친구에게
나갈려고 했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순간적으로 몸은 나가고 싶었는데 옷이 어딘가에 묶여있는 기분
이 들었다.
웬일인가? 하고 옆을 보니 웬걸??? 읹아 있던 여학생의 머리카락
과 내 소매의 단추가 엉켜버린것이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어쩔줄 몰라했었고, 또 그 여학생은 창피함에
아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마침 이 장면을 본 우리 학교
의 친구녀석과 여학생의 친구들이 나서서 차분하게 풀어주었었
다.
여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또 도와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로
대충 엄버부리고 시간이 늦을까 재빨리 앞으로 나가 친구에게
꽃다발을 전해주고 그 동안의 안부를 주고 받고 밖으로 나오니
그 많던 인원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얼마 안 되는 학생들만 보였
다.
잠깐 동안의 에피소드에 멋쩍은 마음으로 나서는 나에게 도움을
줬던 친구녀석이 다가왔다.
"ㅇㅇ야! 아까 그 여학생이 너를 좀 보자고 하는데, 만날려면 저
기 큰 나무 곁으로 가봐!!" 하고 가 버리는것이었다.
급하게 쫓아가서 "왜?" 하고 묻자 짖궂은 웃음기를 머금은 이 친구 왈
"야! 다 관심이 있어서 그런거 아냐!!"
그때까지 여학생과의 관계에는 쑥맥이었던 나는 잠깐 망설이다
가 그래도 미안하다고 사과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나무 곁으로
갔었다.
시간이 길었었나!!! 그 나무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다만 잠깐이
라도 여학생과의 만남이 어떤것일까? 하고 궁금해했던 내 마음
엔 공허함만 남아있게 됐었다.
요새는 남녀고등학생들의 모임이 잦아서 "문학과 음악의 밤"이
복고풍이 되어버렸지만 가끔가다 이렇게 추위가 다가오는 계절
이 되면 그때의 추위도 아랑곳없이 모여드는 학생들과, 또한 잠깐이라도
인연이었을 여학생이 생각이 나서 가만히 웃음을 져본다.
흐르는곡= 꿈의 대화-이범용&한명훈
한가지..협조를 부탁합니다
글을 쓰실 때 성함 앞에 학교와 졸업횟수를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어 경기13.정규종 이런 식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