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먼길 떠나는 친구들에게


 

 

이른 아침, 지금쯤 당신들의 고향인 미시간주에 돌아가기 위해

사흘길의 자동차를 타고 나섰겠군요.

부인의 때문에 따뜻한 동네를 찾아 멀리 피닉스까지 와서

이제 겨울을 지내고 철새처럼 고향으로 가는 부부.

 

지난 연말 생전 처음으로 교회에서 만나서.

석달동안 왕래하며 좋은 시간들을 가졌었지요.

그동안 그리 긴시간이 아니었는데 무척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마침 전주이씨 동성동본이고 나이도 비슷하다고

정을 붙일 이유들을 찾았었지요. 

 

이제 떠나시면 거의 일년은 다시 볼수 없어서 마음이 그랬어요.

토요일날 나는 틈틈히 모자를 만들었어요

까만 색 헝겊에 구슬들을 띄엄띄엄 장식해 놓은 것...

처음 만들어 보니까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볼때마다 머리에 무얼 쒸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동안 틈을 못내다가 드디어 만들었지요.

 

아무래도 불편한 몸에 머리 간수하기가 힘들고

더구나 추위를 몹시 타시니까

모자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에요. 

못생긴 모자여서 애용 될라나 모르겠는데

 

동그란 귀여운 얼굴이 옛날에는 얼마나 예뻣을까.. 

그러나 이제는 돌보지 않아서 거칠어진 모습이 안타까운 나는

제발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다니라고 자꾸 이야기 했는데

기분을 상하게 해드렸는지도 몰라요. 그랬으면 용서하세요!

나는 몸이 불편할수록 외모에 신경을 써야된다고 굳게 믿어서 그랬어요.

그러나 중풍에 당뇨에 고혈압만사가 귀찮고 힘들고 그렇겠지요.    

 

어제 부활주일 새벽 연합기도회에 같이 참석하고 아침식사도 나누고

교회에서 예배를 늦게 마치고 많이 피곤하셨을텐데

다시 우리집에서 잠시 지체해 주셨던것은 고마운 일이었어요.

우리집 고장난 컴퓨터 연결 코드를 고쳐주기 위해서였지요.

감사하다는 말, 충분히 했나 모르겠어요.

 

아무 솜씨없는 남편과 사는 나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는데..

그리고 부러운 일이었는데..
그런 재주 많은 남편이 어떤때는 너무 인기가 좋아 오히려 힘든다 하셨지요

마지막 떠나는 날이니까  정리할라 시간 내기 힘들었을 텐데

귀한 남편을 나눠주셔서 고마워요. 

 

그래도 우리집에 오신 바람에  마침 짬을 내서 머리 염색을 해드릴수 있어서
얼마나 마음이 좋았는지요 

다행히 생각이 나서 얼마나 신이나서 해드렸는지 몰라요.

오래간만에 만날 고향 친구들에게 젊어 보이게 만들수 있어서

생각할수록 잘한 일이라고 우리 부부 기분이 흐뭇했어요..

 

작년 우리 교회에 사모님의 휠체어를 밀고 나타나신 장로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아직 나이가 얼마 많지 않은데 벌써 그런 일을 당하여

깊이 상심하여 가끔 투정이 나오는 부인을

정성을 다하여 시중들고 계시는 장로님을 볼때마다 감동을 받았구요.

 

믿는 집안에서 자란 장로님은 믿지 않는 부인을
자기가 믿게 하겠노라 장담을 하여 결혼을 감행하셨다고 하셨지요.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랬을까 부인의 얼굴을  쳐다보니 짐작이 가더군요.

귀엽고 발랄했던 모습얼마전까지 골프도 열심히 따라다니고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게 산다고 확신하며 사셨다지요.

 

미국에 와서 믿음에서도 충실하여 여자 장로님이 될만큼 변하셨던것은

남편 장로님의 기도와 헌신의 결과였겠습니다.

 

그러나 오래전 고등학교 다니던 딸의 교통사고와 죽음..
너무나 충격적인 일도 겪으셨고요
일년전쯤 이해할수 없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중풍의 습격에 부인이 쓰러지셨다구요.

와중에 잘 나가는 아들의 약혼과 파혼
이런 많은 일들을 겪으며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맛보았다구요.

그동안 나누어주신 삶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숙연하게 하였어요.

그렇지만 아들은 파혼하기를 한거예요.

아가씨는 저희들 마음에도 들지 않았었으니까요.

이제 남의 부럽지 않은 좋은 며느리를 아들이 데리고 올꺼예요.

 

사랑하는 장로님 그리고 사모님..
어제 두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밤에 읽은 성경에 이런 귀절이 있었습니다.

“Let the Lord Jesus Christ be as near to you as the clothes you wear.
Then you won’t try to satisfy your selfish desires.” Romans13:14

11 부터 읽어보세요.

 

어떻게 사람의 말로 당신들을 위로하겠어요?

그냥 함께 마음 아파하는 것만 알아주시고요. 우리들의 마음을 받아주세요.

어떤 어려움중에서도 분명 더좋게 만들수 있는 길도 있고

나쁘게 만들수 있는 길도 있으니

정신 차려 좋은 쪽으로 감당하시기만을 바라고 기도 뿐입니다.

 

부디 건강해져서 다음 겨울에 이곳에서  만나면

우리들 골프도 가르쳐주시구요.

올라가는 길목마다 봄 내음이 가득하겠군요. 

두분의 자동차 여행길이 평안 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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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일 박사가 보내 물과 건강이라는 에세이를 동봉합니다.

어제 보니 사모님께서 물을 안 마시더라구요.

참고하시고 많이 드세요!(2008년 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