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날개위에 품바 프롤로그>

우선 나는 자네들도 잘 알다시피 음치(音癡)다.
그리고 박치(拍癡)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부연하겠지만
악기(樂器)라고는 단 한 가지도 다룰 줄 아는 게 없다.
바꾸어 말하면 흔히 성공한 예술인들이 쓰는
회고록과는 전혀 동 떨어진 이야기를
자네들을 믿고 겁도 없이 하고자 하는 것이다.

3살 때 작곡을 한 ‘모차르트’나 귀가 먹은 채
그 유명한 9번 교향곡(=합창)을 작곡한
‘베토벤’ 류(類)는 여기서 우선 빼자.
그렇게 인류역사상 한두 명 나오는
불세출의 천재가 아니더라도
음악으로 밥 먹는 프로들은 일단 모두 빼자.

아마추어 중에서도 영화 <Love Story>중에서
‘제인’이 ‘모차르트’를 연주한 후
“2악장에서 반음(半音)이 틀렸네.”라 지적하던
‘올리버’ 수준급도 빼자.
 
어쨌든 생전 처음 보는 악보를 받아들고
반주 없이 그 자리에서 노래를 완벽하게
부를 수 없는 이들은 50보(步) 100보(步) 차이일 뿐
밀어 통 다 음치라고 하자.


사실 Genius나 신동(神童)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별나라의 이야기처럼 엄두도 안 나고 좀 하품이 난다.
그나마 그게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처럼
옛날의 먼 남의 나라 사람 얘기일 때는
견딜 만해도
막상 우리네 이웃이,
동년배 아무개가
수재(秀才)도 넘어 천재(天才)라서
우리 보통사람의 몇 십 배의 성취를 하는 것을
보거나 들을 때 조금은 마음 한 구석
거부(拒否)감이 들고 은근히 짜증이 나는 것이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솔직한 감정 아니더냐.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나왔을까보냐!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 아들은 전문대조차도 원서를 못 내밀 판에
“우리 아들 이번에 하버드대 장학생으로 유학 간다.”
내 딸은 서른을 넘긴 때가 언제 적인 지도 가물가물한 판에
“우리 딸 시집 좀 보내줘라.
대학 졸업하고 1년 돼가니 몸 달아 죽겠다”
우리 영감은 백수 되어 집구석에서 꼬박꼬박
밥 3끼 축내고 있는 터에
“우리 영감 이번에 00차관으로 영전됐다” 식의 얘기를 들으면서
“어머머 참 잘 됐다. 얘, 축하한다.”(남자일 경우=“그래?
와 그거 축하할 일이구나. 야, 지금 내 기분도 하늘이다, 가자
오늘 내가 한 잔 쏜다.”) 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거나 아니면 거의 배알도 없는
<백치(白痴) 아다다 사촌동생>인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그런 사람 있으면 난 남녀불문하고
그 사람 제자 되어 졸졸 따라다니겠다.

어쨌든 <국제 파바로티 콩쿠르에서 1 등> 식의 경력을
늘어놓는 화려한 자서전은
역사보존의 사실적 의미는 있지만 우리 보통사람으로서는
하품만 나는 천재들의 기록일 테고 앞으로 전개할 내 얘기는
우리네 보통사람내지 그 이하의 이야기이다.

나는 노래를 화음을 넣어 부르면 질색이다. 멜로디 파트와
테너파트 알토파트 식으로 나누어 부를 때 이 철저한 음치는
내가 맡은 파트를 하다가도 조금 지나다보면 옆 사람의
파트를 따라 부르곤 하니....그래서 독창이나
UNISON 만을 선호한다. 물론 그 UNISON 이라는 것도
내 목소리와 음색이 너무 튀는 바람에 듀엣이나 합창을
망치곤 해서 야단맞기 일쑤였으니...
 
요는 그래서 내가 노래 어쩌고저쩌고 해도 자네들은 
“짜식 하여간 썰은 잘 푼다니까~” 정도로 가볍게 재미로
그리고 아주 만만한 심정으로 들을 수 있다는 말씀이다.


풍차(風車)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황당한
좌충우돌에 우리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망정
속이 비틀리지는 않잖은가 말이다.
이제 나는 저 하늘의 별을 따서
‘둘씨네아 델 또보소’에게 바치는 환상의 꿈을
매일(每日)밤 꾸며 잠자리에 들 수 있는
‘돈키호테’의 그 황당한 짓을 펼치려하니
제우(諸友)들은 허섭스레기 같은 내 이야기를
심심풀이 땅콩의 가벼운 기분을 계속 유지한 채 봐주게나.


{그동안 이미 여러 번 했던 말을 다시 위와 같이 지루하게
중언부언(重言復言) 한 것은 친구 몇 명과
돌려보는 입장을 벗어나 공개된 자리에 올리므로
새삼 다시 인사 겸해서 
혹 있을 오해를 막고자 한 뜻일 뿐임을 밝히며
아울러 노변정담(爐邊情談)의 자리는
다음 첫째마당에 마련하겠습니다.}

0O1-BOHEMIAN 합장배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