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한번도 못 가  여자

 

 



그날
아침 ㅊ선생은 나에게 물었다.

요즈음 장사 어때요

일하는 사람들이 속을 썩이지요?”

하며 엠플로이(employee) 속만 안썩이면 괜찮다고 하며 말을 돌린다.

아마도 자기가 일하는 곳에 그런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미국와서 대부분 비지네스를 하는 우리 한인 이민들에게

안썩이는 좋은 일꾼이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다.

모자라는 영어도 대신 해주고

주인의  발이 되어 가려운데 긁어주는 사람,

주인과 똑 같은 심정으로 일해주는
그런
사람을 만난 사람은 복을 받은 것이요,

없어서 속썩이는 일꾼을 만난 사람은 고생 뿐이다.

 

속썩이는 일꾼이라..

아무말도 없이 나왔다 나왔다 하고

늦게 와서 어디 아프다고 하며 일도 마치지 않고 일찍 집에 가는 사람.

물론 진짜 아프지도 않으면서.꾀병을 하는 말이다.


돈을
훔쳐가는 사람.

한번은 가방 간수가 소홀한 틈을 노려

일하던 남자가 가방에서 돈을  몽땅 가져 갔는데

알고 경찰을 불렀어도 경찰 자기는 훔치는 것을 본적이 없다하며

도움이 안되었다. 미국이란 나라는 이상하기도 했다.

 

날마다 많이도 아니고 20불씩만 쓱싹 하는 카운터..

맘만 먹으면 잡을 있어도 냉 가슴만

 

일을 어떻게 하면 안하나를 궁리하고 시간만 보내는 사람.

틈만 나면 앉아 있을 궁리를 하며 화장실에 열두번도 들랑이며 담배를 피워댄다.

일이 있는 날에는 도망가고 없는 날엔 영락없이 시간 외일을 더하겠다고 한다.

월급날 전에 돈을 달라고 조르는 사람

오로지 돈에만 관심이 있고 일에는 없는 그런 사람

 

나도 미국에 와서 팔자에 없는 장사를 하느라

이제까지 백명은 몰라도 오십명 이상의 일군들을 부려 보았었는데

그중 사람쯤만 괜찮았고 그나머지는 엉터리였다.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달래고 참아 가며 오장육부 뒤틀릴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 새삼 기억하기도 끔찍하다.

한국 사람을 써보면 일은 잘하는지 몰라도 떠나 버린다.

너무 똑똑들하니까 자기 사업을 하든지 나은 직장을 찾아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골치 아픈 노릇이 끝났던 것이다.

속썩이는 일꾼 때문에 힘든 적이 오래 전이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다

 

…………………………………

 

우리 가게서 일하는 유일한 일군, 오펠리아는 45세의 멕시칸 여자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영어와 스페니쉬에 완벽하다.

살이 약간 편이어서 배가 불뚝 튀어나온 것은

배둘레헴의 곱절을 육박한다.

그것은 값비싼 콜셋으로도 감추기가 어렵지만

항상 웃는 낯과 농담으로 캄푸라치가 된다.

 

한번은 어떤 미국 남자가 들어와서 그녀를 보고

하이 마리아~” 하더란다. 자기는 마리아가 아니므로 가만있었더니

, 마리아!”라고 부르며 자기 턱시도 치수를 달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나는 마리아가 아니다.” 라고 했더니 남자가 싱글싱글 웃으며

너희 멕시칸 여자들은 마리아가 아니더냐?” 라고 하더란다.


그녀는
시침이 떼고 이렇게 응수했다.

오케이 , 이쪽으로 와라. 내가 치수를 재줄께

그랬더니 사람이 "나는 좐이 아니다."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백인 남자들은 좐이 아니더냐?” 했다는 이야기

얼마나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배꼽을 잡았는지 모른다.

그녀 때문에 깔깔대며 웃는 날이 많으니 엔돌핀 생산이 남아돈다.     

 

아무리 고약한 손님을 만나도 참아준다.

천성이 착하고 부지런 해서 모든 사람에게 잘해준다.

시간만 나면 청소하고 거울 닦고 디스플레이 하는 일류 일꾼인 것이다.
장사에 관한한 나보다 더 잘 알아서
바쁘지만 않으면 맡기고 어디든지 마음 놓고 다닐 수가 있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어떤 나이든 부부 둘이 들어와서

부인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보며 좋아 하길래

어떤 경우에 입을 것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커플이 15일간 배로 쿠루스여행을 한단다.

소리를 듣자 얼굴에 웃음을 가득띄고 오펠리아는 살짝 내게 묻는다.

 

절대로 말에 웃지 않아 줄래?”

웃겠다고 했더니

나는 평생에 한번도 해변에 가본 적이 없어.”라는 것이었다.

 

세상에!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멕시코 해변은 고작 3시간 반이면 가는 곳이다.

피닉스 사는 한인들은 걸핏하면 하룻길로 가서 생선이랑 사오기도 하는데

평생을 이곳에서 살면서 어찌 그럴수가 있을까

 

중고등 시절을 인천에서 지내고 바닷가에 할머니 댁이 있는 나로서는

해변이라면 특별한 향수가 있다.

우리 인천 출신 친구들은 하나같이 바다 구경을 가끔하지 않으면 안된다.

펼쳐지는 해안 선에 눈을 멀리 들면 시원해지는 가슴!

갯 내음으로 맡아지는 우리들의 화려했던 젊은 정기..

 

귀는 소라 껍질

바다의 소리를 그리워하오라는 시처럼
바다의 소리가 늘 부르는데
한번도 해변에 가본적이 없다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실제로 미국내에 멀리 여행 못다니는 본토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평생 자기 고장을 벗어나지 않고 살던 옛날 우리 한국의 촌부들 같은 사람이
구석구석 많은 것이다.
비행기 타고 세계 방방 곡곡을 누비는 한국 사람들을 생각 해본다면 
한국 사람들은 미국
본토인들보다 잘산다고도 말할수 있을까?
남극이고 적도고 세상 모든 나라에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
    
 

사실 남의 나라 사람들이 와서 살도록 해준 이나라 사람들이 인심이 좋기도 하다.

한편 영어도 우리보다 잘하면서 우리들 보다 잘 못사는 본토인들을 보면

한심할 때가 많다.

 

어쨎든지 오펠리아도 답답한 본토인인것이다. 

그녀는 이혼녀로 년을 아이들을 먹이며 살아왔는데

딸 하나만 멀쩡하고
작은
아들은 집에서 백수, 
아들은 마누라와 새끼들까지 데리고 엄마 아파트 같이 살며 제구실 못하는 것 같다.
 

오펠리아는 최근에 어디서 만났는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남편을 얻었다고

실반지를 끼고 좋아 했었다. 그런 반지도 처음 껴 보았다고 얼마나 좋아 했는지! 

한번 만나보니 생긴 것도 멀쩡한 남자가

덩치 아이들과 며느리, 손자들 까지 혹처럼 달고 있는 연상 여자에게

홀몸 장가를 왔다니 이상했다. 알고보니 이유가 있었다. 

직업도 꾸준하지 않으니 그녀가 살던 집으로 들어왔다.


이왕
결혼 하려면 구실 하는 남자 만나서

팔자 고치지, 그냥 도로아미타불이었으니 어쩌면 좋으랴.

보나마나 불쌍한 남자 하나 구제해 모양!

 

삼년 전에 처음 우리랑 일을 시작하는데

20년은 된 다 썩은 포드 차를 쓰고 통근 하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속을 썩이던지 여러번 밑 빠진 독에 물 붓듯하였다.
그많은 식구에 잘난 월급을 가지고 살려면 그런 차 문제 없어도 헉헉할께 뻔한데

 

그래서 우리 쓰던 토요다 중고차를 주고
제 값의 삼분지 이값만 치고
이자 없이 조금씩 갚으라고 했다.

한달에 한번이나 두달에 한번씩 조금씩 갚아 나가고 있는데

받을 각오를 하고있다.

그런데 문제는 차를 쓰고 썩은 차는 갖다 버리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차도 쓰는 모양이다.

 

혹을 떼 주려다 붙여준 꼴이 되었다.

식구에 아냐 차라도 필요는 하겠지만

경비는 누가 내느냐 말이다.

한숨이 나오지만 내가 남의 살림에 뭐라할순 없고

 

우리 가게만 바라고 사는데 월급도 올려주고 싶어도

워낙 근근히 장사를 하니 어떻게 해볼수가 없다.

그래도 가게가 계속 살아있으면 집도 살아 나갈텐데  

내가 속으로 가게 팔고 싶은 것을 알면

얼마나 질색을 것일까!

 …………………………….

 

집에 가서 남편에게 그녀가 해변을 한번도 가본 여자라고 했더니

한번 데리고 가자”라는 대답을 당장 해준다.

오래 같이 살다보니 내 마음하고 어찌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가서 놀라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남편도 데리고 가자 했더니

불체자라 국경을 넘을 수가 없단다. ( 아, 그랬구나) 

그래 혼자만이라 구경 시켜주기로했다.

나온김에 다음 주일날 아침 일찍 예배를 드리고

그날로 갔다가 돌아오기로 했다.

안썩이는 착한 여자에게 상을 주고 싶다.

(200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