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하는 태안 바다

                                      오인숙

옴마*
나 죽겠시유
나 좀 살려주시유
청산가리 모다기*사약 마신 태안 바다
검은 피 울컥울컥 토하며
통째로 죽어가고 있다

혼절한 파도 밀려와
기름띠 한 켜 모래 한 켜 켜켜이 얹어
죽음의 시루떡을 찌고
흡혈박쥐인양 들러붙은 기름떠껑이
삶의 터전 질식하여 결딴난 어촌이
겨울바람 얼싸안고 통곡한다

눈부신 아미와 잘록한 허리 휘감아
들랑날랑 이어진 아름다운 해변
몸태 고운 처녀 태안 바다
물고기와 해초 알뜰히 품어 키우고
푸른 눈짓하며 웃은 죄 밖에 없소

아! 어쩌라고
막내딸처럼 키운 내 새끼 어쩌라고
비명도 못지르고 입 딱 벌린 조개들
배 뒤집은 전복을 들고 해녀는 운다
뜰채로 타르덩어리 건지는 어부의 가슴에
절망의 기름덩이 모래언덕으로 쌓이는데

저기 희망 하나 걸어온다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 살리려
등불 하나씩 들고 몰려오는 자원봉사의 행렬
뜨거운 파도로 찐득한 기름 녹이고
주름진 탄식과 먹빛 눈물을 씻어낸다

        *옴마: 어머니의 충청도 사투리(옛)
        *모다기: 많은 것이 한꺼번에 쏟아짐을 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