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새로 들어온 개 두 마리의 이름을
얼렁이와 뚱땅이로 지어준 다음부터
온 세상이 얼렁뚱땅증후군에 사로잡혀 있는 분위기다

검찰도 BBK사건을 얼렁뚱땅 넘?버리는 분위기고
경찰도 총기탈취사건을 얼렁뚱땅 넘겨 버리는 분위기다
작명은 싸모님이 했지만 나도 적극 찬동을 했으므로
A형 특유의 소심성 죄책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다

물론 우연의 일치겠지만
개들의 이름을
공명이와 정대로 개명하든지
청렴이와 결백이로 개명하고 싶은 충동까지 솟구쳐 오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도덕을 시궁창에 처박아 버려야만
나라가 부강해진다고 생각하는 괴질환자들이 너무 많다
다시금
정선 아리랑 한 소절이 내 가슴을 울린다

진흙 속에 핀 저 연꽃은
곱기도 하지
세상이 다 흐려도 제 살 탓이네

글/ 이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