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수술후 내 머리에는 큰 깔때기가 씌여 졌다.
꿰맨곳이 뻐근하고 거북했지만 깔때기 때문에 볼수도 건드려 볼수도 없었다.
주사 맞느라 여러군데 털을 밀어 놓아서 흉해 보이는것도 같았다.
하루종일 문쪽만 바라보았다. 우리 식구들 얼굴이 보일까 해서.
의사 선생님을 따라 들어오는 작은 형아를 본 순간 가슴이 마구 뛰었다.
형아는 날 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어깨가 들썩이는걸 보니 뒤돌아 서서 웃는게 틀림없었다. 이눔의 깔때기 때문이야.
병원을 나서며 난 의사 선생님을 짜려 보았다. 날 아프게 하고 날 구박한 의사선생님을...
집앞에 오니 화단에 빨강꽃이 더 많이 피어 있었고 고추랑 깻잎 나무도 꽤나 많이 커져 있었다.
내가 깨물며 놀던 실타래, 반짝 반짝하는 내 밥그릇
주홍색 공도 그대로 있었다.
집에 오니까 정말로 좋았다.
공도 굴려보고 뛰어 다니기도 해 보았지만 자꾸 기운이 빠졌다.
엄마가 왔다. '쫑구야~~~'
난 숨고 싶었다.
머리에 깔때기를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난 엄마의 등에 기대 엉엉 울고 싶었다.
엄마가 날 보곤 피식 웃었지만 난 엄마의 눈속에서 날 측은해 하는 그 마음을 볼수 있었다.
보름동안 깔때기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소릴 누나에게서 들은 엄마는 한숨을 내 쉬었다.
'불쌍한 우리 쫑구' 란 소리가 한숨에 묻어 나오는것 같았다.
엄마는 이제 기침을 많이 안하는데 아빠하고 형아가 몹시 아프다.
감기가 돌고 도나보다. 차라리 내가 대신 다 아팠으면 좋겠다.

난 오늘 깔대기 쓰고 누나랑 누나 침대에서 잔다.
며칠 전 처럼 천둥 번개나 안 쳤으면 좋겠다.
그날밤 나는 누나랑 자다가 천둥 소리에 놀라 침대에서 떨어 졌었다.
오늘은 떨어지면 안된다.
깔때기 망가지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