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2006년은 왔지만 병술(丙戌)년은 아직 오지 않았다"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음력식 연도 표기를 잘못 이해한 나머지 `개띠해' 새해 인사를 앞당겨 나눴다는 게 진실이다.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로 표현되는 60갑자식 연도 표기는 중국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쓰여온 음력식 표현.

이 때문에 양력으로는 2006년이 됐지만 음력 설인 1월29일 이전까지는 여전히 `을유(乙酉)년'인 셈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안영숙 박사는 "요즘 주로 양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편의상 벌써부터 `병술년' 혹은 `개의 해'라는 표현을 쓰지만 원래 간지(干支)는 음력상의 표기이기 때문에 이는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활에 큰 불편은 없지만 혹시 모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틀린 사실은 명확히 바로잡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구랍' 혹은 `세모', `섣달' 같은 표현도 음력 상의 표현이기 때문에 2005년 12월을 지칭해서 사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지는 않지만 신문이나 방송에 종종 등장하는 `구랍'(舊臘)은 음력 12월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랍(臘)은 `사냥해서 잡아온 고기'라는 뜻의 한자로, 중국에서 전래돼 음력 12월 3째 주에 종묘 사직과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낸 `납향제'(臘享祭)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납향제가 음력 12월 전체로 개념이 확장되며 구랍은 지난 음력 12월을 뜻하게 됐다. 따라서 양력 상 지난해 12월을 `구랍'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릇된 표현이다.

`섣달' 역시 동짓달(11월)과 마찬가지로 음력에서 12월을 가리키는 말이며 `세모'(歲暮)도 1년이 저무는 섣달 그믐 무렵을 일컫는 음력의 표기이므로 2005년 12월 혹은 이 달의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새해와 관련된 잘못된 상식 한 가지를 더 보면 역술인 등을 통해 토정비결 같은 새해 운세를 볼 때는 양력 또는 음력의 1월1일을 새해의 기준일로 잡지 않는 게 보통이다.

입춘인 2월4일부터 새해로 보는 게 일반적이며 일부에서는 지난해 12월22일 동지를 새해 첫날로 여기기도 한다.

역술인 홍몽선씨는 "음력에서와 달리 역학에서는 만물이 소생하는 입춘부터 새해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전부터 내려져오는 중국 원전들에 기록이 남아있지만 역술인마다 기준으로 삼는 날짜는 다르다"고 말했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