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훈련 끝나고 전화를 걸 때마다 나를 부르는 호칭이  군기가 바짝들어 '필승! 어머니.....' 소리에 피차가 낯설었었다.
이제 이상병은 전화를 걸면 군기가 빠져가는지 '엄마!"하고  입대하기 전 그 때의 그 톤으로 나를 부른다.

지난 주에도 예외없이 전화를 걸어
"엄마! 우리 부대에 여러달 만에 신병이 한명 들어왔어요!" 하며 호들갑을 피운다.

이상병이 신병 훈련 끝나고 자대배치 받은 후 연이어 신병이 들어와
졸병신세를 면했다고 아비는 좋아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나도 덩달아 좋아했었다.
몇 달 동안 신병이 안 들어오면 계속 졸병으로 고참들의 시중을 들어야 하므로
대략 미루어 짐작해보면 왜 신병이 얼른 와야하는지 알듯도 하였다.

이상병이 있는 부대에 몇 달동안 신병 배치가 없었단다
그런에 최근 1명이 배치를 받아 부대에 경사가 났다고 모두들 신병을 애지중지하면서
군기잡는다고 건드렸다간 큰일나는 분위기라 이상병은 신이나서 전화로 이야기를 하였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요즘 사회적으로 군대에서 일어나는 좋지않는 일들이 기사화되어 걱정이 많은 부모들로서는
이상병 말만 그대로 믿자면 코믹한 면도 없지 않는 것이다.

신병이 귀엽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이상병에게 엄마로써 하는 말은
"너~ 너도 신병이였었어"

또 한번은

" 엄마!! 저 적군을 잡아서 포상휴가 가요 " 하면서 호들갑을 떨며 전화가 왔다.
훈련 중에 가상 적군을 잡아 포상휴가가 결정되었나 보다

" 아니, 그 적군이 왜 너한테 잡혔다니? 그 적군이 띨했나 보네, "
두 모자가 주고받으며 농담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이제는 병장 진급을 앞둔 엄마가 다 된 것같다.

날 선 바지를 입고 집에 들어서며 히죽 웃는  이상병의 거수경례가 어째 예전같지 않게 군기가 빠져있다.
외할머니의 목욕을 시켜드리며 적군 잡은 이야기를 해대는 폼이
아마 사회에 나와서도 죽을때까지 적군 1명이 아니라 1개 사단을 잡았다고 이야기를 할 것같은 기세다.

"얘~ 나는 아무래도 이해가 안간다, 어째 적군이 너에게 잡혔는지.
우리나라 국방을 너에게 맡기고 여간 불안한게 아닌데 말야"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는 나에게
"잡기는 혼자 잡았지만 여럿이서 잡았다고 보고해서 몇명이 함께 휴가 나왔어요 "

어머,,,,,,,,이상병, 멋진 이상병
그래 너는 적군을 잡아서 포상휴가만 얻은 것이 아니라
집에 가고싶어하는 다른 친구를 배려하는 의리도 키웠구나.

군기는 빠져가지만
세상의 이치를 얻어가는 이상병은 이제 7월이면 병장 진급한다.

아무리 적군잡은 무적의 용사라고는 하나 며칠간의 휴가를 끝내고 귀대하는 뒷모습에서
집을 떠나기 싫은 외로움을 본능적으로 어미로써 느낄수 있으니

그래...  몇달만 참거라..이상병! 여지껏 잘했잖니.

아마도 2004년 1월부터 써온 군사우편은 20 편을 못채우고 마쳐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