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꼼짝않고 있다가 여기저기 봄의 소리를 알리는 사진들이 올라오길래
오후에 카메라를 들고 운동화를 신은채 아파트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바람이 불었지만 춥지는 않아 낙엽 속에 이쁜 꽃이 있을까 하여 아래만 쳐다보며 걸었다.
잠시  허리를 펴고 하늘을 보니 일제시대부터 있던 연수동의 정이품송이 그 기개를 뽐내고 있었다.
적십자 병원 정원에 있는 저 나무를 나는 연수동 정이품송이라고 이름을 내마음 대로 부르곤 한다.



내 눈에 들꽃은 보이지 않고 아직도 겨울의 흔적만 보였다.
내 평생 언제 이토록 나무가지의 새순을 가까이서 들여다 본적이 있을까.
사진에서는 커보이지만 가까이 봐도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작은 새순을 찍어보았다.
동네 공원의 철쭉일 것이다. 거기 그 장소에서 매해 철쭉이 피었으니 그리 짐작할 뿐이다.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외침을 나는 내마음대로 '나~ 자연으로 가고 있소!' 하고 해석하여 외쳐본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 고목 한 귀퉁이에서 비집고 나오는 생명들을 보며 가끔 속절없이 이제 그만 살았음 좋겠다고 푸념했던 순간들이 부끄럽다. 보이지 않는 그늘에서  말없이,소리없이 자신의 한 귀퉁이를 빌려주는 저 고목은, 또다른 생명체가 숨쉬도록 해주고 있으니 인간은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지난 겨울은 눈도 별로 내리지 않고 이 외길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다.
비가 오고 뿌연날, 나는 이 길에 이렇게 제목을 붙힌다 " 파리는 안개에 젖어"
낙엽을 밟으며 여기부터 저 끝까지 왔다갔다 하기를 이 동네서 14년이다.
누가 보면 나를 여자 칸트라고 할까? <<- 이것도 웃기는 짬뽕같은 생각이다.
어째건 나는 이 외길를 사랑한다.
홀로 걷는 시간은 자유와 고독을 한꺼번에 누릴 수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들꽃이 없다. 여수댁 동네랑 여기랑 그렇게 차이가 난단 말인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결국 목련꽃 봉오리를 발견하곤 나 혼자" 심봤다!!!!" 하고 외쳤다.
조금 있으면 목련이 피겠지.
자연은 참 오묘하다. 이렇게 멋없는 회색 나무가지에서 그토록 눈부신 흰 목련을 피워내다니.
나처럼 멋없고 향기없는 여인도 눈부시게 피워낼 날들이 올까? 심봤으니 헛된  꿈은 깨야겠다.
촛점이 몽오리에 맞추어지지 않고 가지에 맞춰졌네. 에이...사이비 찍사




그 옆에 동백꽃도 몽오리를 피우리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지나 마악 몽오리가 터질라고 할때가 가장 백미가 아닐까? 활짝 핀 꽃보다는 말이다. 나는 매해 그 붉디붉은 동백꽃 몽오리가 터지려는 순간 중1 때 초경이 생각난다.
대중가수 현철이 부르는 노래가사 중에 " 건들면 토옥하고 터질 것만 같은 ..." 그 가사도 생각난다.
대중가요 가사야 말로 가장 인간적이고 적나라한 인간의 감정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돌려말하지 않고 직설적인 면도 그렇다. " 오빠 ! 나만 바라봐. " 이 가사도 그렇지 않나.
꽃몽오리 보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네?




삶이란 무엇일까?
연수동 정이품송 가지에 걸린 해를 찍었던 것인데 이 사진을 보고 또 물어본다. 삶이란 무엇일까?
내 삶을 지켜보는 해 달 나무 하늘, 자연은 말이 없지만
내 삶의 정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하는 행동, 생각, 그 모든 것을..

자연은 절대자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절대자) 앞에서 가장 솔직해져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




집으로 들어와 접사로 찍어본 선인장인데 실패를 했지만 그냥 올린다.
우리집 베란다 화단(?)은 왼갖 화초는 다 죽고 기르기 쉬운 선인장만 가득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굳건히 자라고 있는 선인장.
주인을 제대로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을. 못난 주인 나라도 지켜주겠다는 듯 죽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 창문 밖에 내다두면 초록색이 빨간색으로 변한다. 저 잎을 하나 둘 떼어 빈 화분에 심었더니 그 식구가 벌써 10개의 화분이나 된다.


에이 ..개똥철학 그만하고 집 청소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