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면 에   천 기 를   누 설 시 킬   수   없 잖 아 요=

서울 시내 대학 병원에서 우리 직원의 동창을 우연히 만났다.
그 분은 서울의 명문대를 나오고,
안정된 직장에서 아직도 눈부신 활동을 하고 계신 분으로,
28살의 딸과 함께 친척의 병문안을 오셨던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끝에 우리가 결혼 사무실을 한다는 말을 듣고,
얼른 "주영(가명)아! 인사드려. 엄마 동창이야.
이 아저씨가 너 시집 보내 준단다."
  
농담이 진담이 됐다.
며칠후 주영이가  어머니와  함께 우리 사무실에 들려서 대화를 해보니,  
성격이 아주 좋고 착해 보이는 상큼한 아가씨인데다,
열린 마음으로 남의 말을 경청할 줄도 알았다.

내가 늘 쓰는 말,
"남의 실패를 통해서 너는 실패하지 말아라.
남의 성공을 통해서 너도 성공하거라."

2주일후 주영이는 나의 소개로 오늘의 이 신랑을 만나게 되었다.
이 신랑은 내가 3년전부터 잘 아는 사이로,
서울대를 나와서, 다시 지방의 한의대를 다니는 졸업반 학생이었다.

주영이는 첫 미팅이 끝난 날,
떨리는 마음으로 나에게
미팅을 잘 마쳤다고 전화를 해줬다.
나는 주영이에게 그 한의사에게 꼭,
오늘 미팅이 즐거웠다는 내용의 문자 메세지로 ,
꼭 인사를 드리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다음날 주영이 어머니를 통해서 소식이 들어왔다.
약간 수줍어하는 성격의 그 한의사는,
주영이의 문자  메세지를  받자마자,
용기를 얻어
즉시 반가왔다는 내용의 전화를 하였다고 한다.

이리하여 주영이는 이 한의사와의 본격적인 교제가 시작되어,
매일 전화 통화를 시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당시 한의사는 국가 고시 준비 관계로,
일주일에 하루 몇시간 뿐이 낼 수 없었지만,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진지한 교제가 시작되어,
만난지 40일 만에
드디어 신랑측에서  먼저 청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오빠 왈, " 4월에 결혼해야겠네."
주영이 능청스럽게, "누구하고 하는데...?"

이 신랑은 주영이와의 첫 만남에서,
자기가  한의사이기 때문에 손금을 잘 보니  손금을  봐주겠다고 하니까,
주영이 왈,
"초면인데 천기를 누설할 수 없잖아요?"
하면서 점잖게 사양하는  모습이,
그렇게 인상적이고 귀여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 어떻게 보면,
대학을 나온 평범하기도 한 주영이가,
명문대를 나온 한의사,
거기에다가 시부모도 아주 부유하시고 인자한 집안에,
시집을 가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 실장님 동창들 간에는 큰 센세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도 결혼을 못시킨 부모들이 벌떼같이
자녀들의 결혼을 의뢰하기 시작하였다.

이번 결혼은 주영이의 좋은 성격과 착한 마음씨와 ,
주위에서의 적절한 보살핌,
신랑 본인의 확고한 사랑과 의지가
가장 큰  결혼 성사의  요인으로  꼽고  싶다.

주영의 어머니는 사위와 명문대 동문이라 좋겠네 하고
주위에서 놀림을 받고 있지만,
정작 주영이 어머니는 흐뭇해 하신다..

오는 봄에
신랑의 서울에 있는 모교 대학 동문회관에서 치러질 양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 드리며,

두 분  부디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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