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인가? 그룹으로 스포츠댄스강습을 받는데 한사람이 빠졌다고해서 내가 끼어들어갔다
전국이 스포츠댄스 열풍이라 그 열풍에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 운동도 될거 같았다.
댄싱 슈즈를 사야한다길래  강습료에 거의 맞먹는 돈을 지불하고 슈즈도 샀다.

1주일에 1회이니 수강시간에는 지난 주의 내용은 거의 까먹어 시간의 반은 복습이었다.
거기다가 나는 덩치가 커서 남자역활을 하게되었고,
어쩌다  수업에 빠져 진도를 쫒아가지 못하여 중도 하차를 한 것이 3년전의 일이었다.

슈즈값이 아깝고나를 연신 생각하며 세월은 흘렀는데 전단지가 하나 날라왔다.
동사무소에서 하는 강습인데 수강료가 엄청 저렴하였고 우선은 집에서 걸어갈 수있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싼게 비지떡이겠지 하면서도 방치되었던 슈즈가 있겠다 동회로 가서 수강신청을 했다.
분명 또 중간에 그만 둘지도 모르는데 3개월치를 한꺼번에 내라는게 못마땅하였지만
좌우간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3년 전에는 그래도 머리로는 순서를 암기하면서 손과 발이 좀 덜 따라 주어서 그렇지
머리 따로 몸 따로의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열심히 했었다.
뇌에서는 왼쪽으로 돌아야 한다고 지령이 떨어지는데
몸통만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

2005년에 나는 어떤가.
3년전과 또 다르게 머리 따로, 팔 따로, 다리 따로가 되어 완전 전신이 따로국밥인 것이다.
팔 들어 하면 팔이 안 올라가고
다리 옮겨 하면 바닥에서 발이 안 떨어지고
왼쪽 오른쪽 팔과 왼쪽 오른쪽 다리가 각각 따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내 덩치가 크다고  이번에도 남자역활 하랜다.UEC
댄싱슈즈(뾰족구두임)까지 신으니까 내 키가 제일 컸다.
어째건 한참을 배우고 여자역활을 해보려니 내가 생각해도 이것은 댄스를 배우는 것이 아니고
도대체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남자역활도 아니고 여자역활도 아니고 완전 이판사판포즈, 칠날래팔랄래포즈가 되어가고 있었다.

음악이 나오면 모두들 신들은 나서 순서고 뭐고 엉덩이들을 들썩대는데
한국사람들이 백의민족이면서 고조선 이래 3국시대부터 가무를 즐기는 민족이라는 것이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닌듯하다.

집에서 밥하면서도 순서를 외워오라고 강사의 엄명이 있었다.
어쩌나.....집에오면 아무 것도 생각 안나고 "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 노래가락만 생각나서 흥얼댄다
그래도 등에서 땀이 날 정도가 되도록 열심히 했으니 운동은 되는 셈이다.
오고가는 시간 절약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한 이번 강습은 끝까지 열심히 해봐야지...

비록 사지는 따로국밥으로 돌아가지만
나는 등파진 빨간 드레스를 입은 쉘위댄스의 여주인공을 꿈꾸어 보는 것이다.(웃기없기!!!!)
희망사항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