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시절때다.
그때는 깡통을 들고 찬밥을 구걸하러 다니는 거지가 있었을 때다.
우리집은 잡곡밥을 안먹어서 항상 흰쌀밥 남은 것과
인정많은 울엄마가  잘 안먹는 반찬까지 덤으로 듬뿍 얹어 주어서
거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중에 덩치가 크고 인물이 훤한 거지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 거지를 예쁜이 거지라고 불렀다.
예쁜이 거지는 맘이 좋아서인지 우리집 허드레일을 잘 도와주곤 했다.
그래서 아빠가 입던 헌옷, 신발, 등등이 그사람 몫이 되곤 했는데......

하루는 엄마랑 저녁늦게 시장을 가면서 시장근처 캬바레앞을 지나치는데
양복을 잘 차려입은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며 아는체를 했다.
나도 엄마도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니까
"저예요, 예쁜이 거지" 한다.
낮에는 구걸하고 밤에는 카바레에서 일을 한다고....
얼굴에 검뎅이를 칠하고 허름한 옷에 구걸할때와는 달리
양복을 잘 빼입은 예쁜이 거지는 입을 다물지 못할정도로 멋있는 신사였다.
우리가 놀란것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엄마는 아빠한테 속은게 분하다고 말씀하시며
어떻게  깜쪽같이 속일수 있는지 무지 분개를 하셨다.
그때 아빠는 엄마한테 이렇게 말씀하셨다.
'속은 사람은 당신이지 그사람이 속인건 아니지.
당신스스로 그사람의 보이는 부분만으로 그사람을 평가해서
그사람이 이래야 된다라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거지
그사람은 밥을 얻으러  온것 밖에는 아무짓도 한게 없어.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걸 왜 당신이 원하던모습이 아니라고 그사람을 나쁘게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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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살면서 자기 주변의 상황이 자기에게  유리하게되기를 바라고,
원하는대로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산다.
인간관계에서는 그 바램이 더욱더 간절한 것 같다.
부모는 자식이 어떤모습이기를  원하게 되고 그바램의 틀에 맞춰 자식의 모습을 설정하고
그렇게 되기를 강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뜻과 다른 길을 간다고해서 그 인생이 실패한 것일까?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실패한 인생을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효자와 불효자의 차이는 부모 마음에 달렸다고 한다.
자식이 사탕을 사왔을때 "에구~ 사탕이라도 사오니 기특다 "하면 효자가 되는 것이고
겨우 사탕밖에 못사오다니....쯔쯔쯧" 하면 불효가 되는 것이다.

여지껏 살면서 깨달은 것은
내 뜻대로 이뤄지는 것 보다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
내가 그렸던 모습보다 다른 모습으로 상대방을 느낄때가 더 많다는 거다.

분명한 것은 인생살이에 있어서 정도를 가름할 정확한 잣대는 없다는 것이구,
모든것이 생각을 하기에 따라서 같은 상황이 다른 모습으로 느껴지는것이다.
내생각이 100% 옳다는 생각, 상대방이 100% 틀리다는 생각,
이생각에서 벗어난다면 서로에게 실망할 일도 분개할 일도 괘씸한 일도 없을 것 같다.
<산에서 내려와야 산이 보인다> 고 한다.
모든일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긍정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한것 같다.(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