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병은  백령도에서 6월  한달간 훈련을 했었다
      공기 좋고 물 맑다는 전화가 한 통온 것 이외에는 외부와 차단이 되었나보다
      그 후 평택에서 포항까지 천리행군이라는 것을 약 20여일간 끝마치고
      9박 10일의 달콤한 휴가를 나온 것이 7월 말이었다.

      구리빛의 피부색깔이 고된 천리행군을 말해주는 것같았다
      지난 번 특박 나왔을 때보다 달라진 모습에 이젠 진정한 군인이 다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일병은 입술이 보통사람보다 두꺼워 얻은 군대별명이 쏘세지란다.
      구리빛 얼굴이 되다보니 두툼한 허연입술이 더욱 두툼하게 보였다.

      머리의 가운데 정수리 부분만 까맣게 남기고 양쪽은 박박 밀었으니
      그게 일명 돌격머리라고 하는거네.
      그 머리를 하고 돌격을 하면 돌격이 잘되는지 해병대는 그렇게 한단다
      내 눈에는 꼭 바이킹족 머리같이 보이더만.

      9박의 첫 정식 휴가를 보내고 귀대했던 것이 8월 2일이었다.
      이제 가면 겨울이 지나야 올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 2일날 귀대를 했던 것이었다
      거수 경례를 부치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다소 풀어진듯 하면서도 애처롭게 보여
      나의 모성본능에 불쏘시개가  불을 지피려는 찰나
      내가 먼저 매몰차게 뒤돌아 서고 말았다.

      저나 나나
      환경에 적응을 해나가는 것이다
      귀대전 가족끼리 외식을 나가 음식점에서 만난 알지못하는 돌격머리를 발견하곤
      둘다 사복인지라 지들끼리 기수를 통성명하자마자  깍듯하게 상대방에게 거수를 붙이는 녀석..
      저보다 한참 고참인 줄 알았더니 2주 고참이라네 ^^
      환경에 적응해가는 모습이 대견하듯
      떠나보내면서도 울지않고 적응해 가는 엄마도 대견(?)하지 않은가,!
      또, 적응하지 않으면 저나 나나 어쩌겠는가!

      올 해는 왜 이리 무덥고 찌는지...
      집 안에 가만히 있어도 내 몸하나 움직이기 힘이 드는데
      무거운 철모에 무장을 하고 군대생활 하는 아들 녀석이 마음에 걸려
      귀대 후 에어컨 틀기도 미안했었다.
      포항 모기는 군화도 뚫는다는 아비의 말에
      어쩌다 눈에 띄는 집안의 모기를 포항모기라고 생각하면서
      있는 힘껏 내려쳐 잡아 잔인하게 휴지로 뭉개버린다

      때르르르릉~!!!!!!!!!!!!!!
      수신자 부담여부를 묻는 멘트가 나오는 것을 보니 이일병 전화다
      초보군인 엄마는 면했으니 수신자부담 멘트가 시작되자마자 세련되게 버튼을 눌렀다.

      " 엄마~ 저 오늘 4박 5일 특박 나가요 "
      " 엥? 너 2일날 귀대해서 열흘도 안되었는데 뭔 특박?"
      " 대대장님이 바뀌었는데 제가 질문을 ...어쩌구,.. 모범군인.. ,,,어쩌구,,,저쩌구..."
      " 엉? 그래? (속으로:그 대대장 나중에 별을 달 장군감이네그려 )"

      본인도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대해 흥분했는지 횡설수설이다.

      " 지금 대대장님 차를 타고 부대 밖에까지 나왔어요 저녁이면 집에 들어갈거예요"
      " 그래그래, 우리아들 당연히 모범생이지(속으론: 공부는 좀 못하지만 ).
      네가 평소에 잘했으니 그런 결과가 나온거야  장하다,!!! "

      갑자기 집 안에 발라드한 분위기의 시원한 공기가 흐른다.
      지난 번 정식 휴가 때 배탈나서 못해준 팥빙수도 이 번에는 해주어야지.

      아빠에게 전화걸라고 딸에게 지시하고
      거실을 왔다갔다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덥다는 구실로 샤워만 벌써 오늘 몇 번째인가
      나는 거실에 비스듬이 누워 큰아들에게 지시한다

      "얘~ 엄마 팥빙수 하나 만들어 다오"

      큰 아들이 만들어 주는 팥빙수는 왜이리 또 맛이 절묘한가
      둘째녀석의 특박과 큰아들이 만들어준 팥빙수가
      이런 저런일로 지쳐 널부러져 있는 내 마음에 에너지를 빵빵하게 만땅으로 넣어준다.

      지금쯤 고속버스를 타고 설레는 맘으로 인천을 향해 천리를 달려오고 있을 돌격머리 쏘세지 이일병..
      그래 ..You are my sunshine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