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말이얘요  **



밤 새 내리던 비가
재너머로 떠나자
풀잎마다 맺힌 빗방울이
금방이라도 날아갈듯
맑은 둥우리에 헤맑은 웃음 담은 채

열린 창틈으로 베어나는 흙냄새가
유난히 코끝에 머물며
싱그런 나뭇잎 향을 맘껏 뿜어내

가슴에 한아름
빗물에 스며든 기억의 자투리를
짜 맞추려 하네요

아직
물안개가 남기고 간 그림자 위로
건너편 산자락이 아물거리며
내려 앉은 구름을 밀어내려 허우적 거리는데

난
빗소리에 묻어 난 음성을 더듬어
지나 온 삶의 반자락을 접어
숨을 멈추고
한 귀퉁이를 들추어 봅니다

오늘은 말아얘요

장마가 잠시
오던 길로 돌아 선 틈을 타
가슴 깊이 쌓아 두었던 아픔을

햇살 쬐어
물안개처럼 하늘에 뿌리려
하나씩 하나씩 드러내
뒤엉킨 멍울을 풀어 보렵니다
내 가슴에
햇살을 가득 채우렵니다


                    2004. 07. 08  점심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