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여기 있어요 ◎


                                글  :  한 효 순



      나 여기 있어요

      불꽃을 끌어 안고
      안으로만 타들어 가는 아픔이
      행여나 드러날가 조바심하며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
      그 때의 설레임 가슴에 둔 채

      여기 있어요

      흘러간 세월 되짚으며
      조각난 기억윽 짜맞추려
      아까운 순간 밀어내지 말고

      삶의 정점을 지나
      한뼘쯤 남은 끄트머리에서
      뒤돌아 본 내 발자욱이 서럽기도 하지만


      내 안에 자리한 그리움을 읽어가며
      처음처럼 그 자리에 있어요

      언제부터인지
      흩어져 가는 영혼의 굴레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지웠던 짐을
      말없이 걷어가고

      가슴 가득 채워진
      기다림의 멍울을
      허공으로 불어내기 시작하더니

      손톱만큼씩
      숨 쉴 자리 열리면서
      다시
      불씨가 살아나고
      마지막 불꽃이 일었습니다

      이제
      내게 남겨진 자투리 삶에
      향긋한 꽃내음 실어가며
      처음
      마음이 열리던 그 날처럼
      손 끝을 떨며
      나 여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