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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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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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결이 가늘면 마음씨가 비단처럼 곱다고
    여고시절 가정선생님께서 나의 단발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주시자 학우들의 미움(시샘)을 샀던 일이 있다.

    그 선생님의 말씀보다는
    머릿결과 마음씨의 비례관계가 나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사춘기 여고생에게 설레는 말인가.

    세월은 흘러서 미장원서 파마하는 일이 일상화되다 보니
    그 곱던 머릿결이 까칠해지면서 힘든 세상살이와 더불어 마음씨도 까칠하기 이를데없이 변해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1시간은 더 말고 있어야 웨이브가 나오므로 미장원가는 일이 짜증스럽고 귀찮기만 했다. 그후 나는 미장원갈 때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는데 컴퓨터 월간 잡지를 들고가는 거였다. 그걸 읽으면 시간의 지루함을 어느정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다해도
    머리를 올백으로 단아하게 빗어 넘기면 잘 어울리는 그런 얼굴형도 아닌지라 두달-세달 간격으로 미장원 가는 일이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 특별히 단골미장원도 없고 ...

    낙엽이 흩뿌리며 마음을 스산하게 하던 작년 가을 어느날....
    아래층 동갑내기 이웃이 명퇴후 수입이 줄어든 가계를 돕고자 미용학원에 다닌다는 소리를 했었다.

    최근 문득,
    아직 실력이 미천하여 안해주겠다는 그녀(인화여고출신 동갑내기)를 꼬득여 집에서 파마를 하게 되었다
    웨이브만 넣어주면 드라이는 늘 내가 손수하던대로 하면 되니까....

    그녀가 들고온 파마를 마는 로뜨가 가늘다고 생각은 잠시 했었는데
    결과는 아주 꼬불꼬불 라면머리가 되었다.

    내가 해달라고 먼저 그렜으니 뭐라고 타박할 수도 없고 .
    약값만 2500원 달라고 수고비는 극구 사양하는 그녀를 배웅하며 거울 속의 라면머리를 쳐다보았다.

    늦은 시간에 머리를 하였으므로 다 말리지도 못하고 그냥 잠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보니
    나의 머리는 한쪽은 찌그러진고 가운데는 축구선수 베컴머리가 되어있었다.


    이 라면머리가 다 잘려 나갈 때즘이면 겨울이 되겠지?



    2002/08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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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안되겠어, 너무 꼬불대는거 같아, 굵은 것으로 다시 말아 주라..응?"

    한달도 안되는 라면머리는 그녀의 손에 의해 굵고 넘실대는 퍼머넌트로 변해졌고, 나름대로 흡족한 미소를 지우며 이쪽저쪽 거울 앞에서 모션을 잡아 보았다.

    "저기 ..흰머리가 많은데, 염색은 싫고, 코팅을 좀 진하게 해주라...응?

    "그럼. **엄마....
    하는 김에 부릿지(몇가닥씩만 탈색하여 노랗거나, 은색으로 만드는기법) 넣어 줄까? "

    "나 ,,진한거 싫으니까 흰머리만 안 보이게 해줘."

    그녀의 손에 의해 휘둘려지던 머리가 욕실에서 샴푸를 하고 나오니 젖은 상태에서 노리끼리하게 보이기는 했다. 다 말르고 나면 보기 좋게 될거라고 아주 결과가 좋다고 그녀는 머리를 이리저리 휙휙 털어주었다. 보통 옷가게 여점원이나, 미용사들이 하는 특유의 말이 있다.

    "어머 이번에 너무 머리가 잘 나왔어요, 예 언니야(미용실 다른 미용살를 대개는 부른다)이 머리 좀 봐,,.."

    "어머, 손님, 이 옷은 손님에게 너무 잘 어울려요, 맞춤복같군요. 이거 아까 다른분이 찜한다고 한건데 어쩌나......"

    뻔히 하는말 인 줄 알면서 속아 넘어가지만 아래층 예비미용사친구는 그런 대화법부터 공부를 했나 보다. 고단수 고객심리 유린술을 나에게 구사하는 것이었다.

    급히 서울을 가야 해서 완전히 말리지 못하고, 대충 휙휙 털고 섹쉬하게 젖져신 머리쪽이 평생 안해보던 부릿지라는 것을 해서 그런가 온통 신경이 머리쪽으로만 쓰였고 전철안에서 맞은편 유리창으로 비쳐지는 나의 모습을 자꾸만 훔쳐보았다.

    내 모습을 내가 보는데 훔쳐본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별나네....별나.

    다 마르면 머리색이 자연스러워 질거라고 했기에 그려러니 하며 환승역의 벽에 붙여진 커다란 거울에 머리를 쳐다보다가 어? 이색은 아닌데....

    계속 들여다 볼 수가 없어 일을 부지런히 마치고 귀가하여 자세히 머리를 들여다보니 흰머리는 그대로 흰머리이고 검은머리는 그대로 검은 머리이고, 부릿지 넣어서 탈색되어진 부분은 노란색이었다.

    헤어칼라가 쓰리칼라헤어가 된것이다.


    "저기....나 있지 ,..아무래도 노란색이 신경이 쓰이거든? 조금 갈색으로 만들어 주라 응?"

    " 아~ ** 엄마!!!!!!!!!!!!!!!!!!!!!!!!!!!!!!!!!!
    저 번에 아주 야하게 해달라고 했잖아 접 때 !!!!!!!!!! 으이그 "



    ' 문디 가스나. 지랄하고 안 있나, 미용사 자격증 실기시험에 벌써 댓번은 떨어진 주제에 ....
    (속으로만 욕했음)'


    20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