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경수야
네 덕에 거창한 편지를 받는구나 ㅋ
너네 샌디 사진 보는데 두번째 사진은 어릴때 너랑 느낌이 닮았네.
정말 우아하구나, 사랑스럽구....
그런데 슬프게도
우린 진용이를 멀리 떠나보냈단다, 그새.
전번에 진용이 글 올렸었쟎니...
그때 백구들과의 전쟁에서 완벽한 승리를 한 후에
우리 가족은 역시~~~하며 쾌재를 불렀었지
백구들이 퇴각 했음에도
진주는 틈만 나면 백구 찾아 삼천리를 하고
그때마다 진용이가 쫓아나가 한참만에 진주 데려 오고...
그래 생각한 것이 진주를 묶어두고 진용이를 풀어주자....
그랬더니 정말 집안에 평온이 왔어.
심드렁한 진주야 어쩔 수 없고
진용이가 거의 2~3일은 진주 옆에서 통 떨어지지도 않고
먹을 것을 주어도 채 몇 발자국 밖으로는 벗어나려고 않더니
점차로 안정감을 되찾고
가끔은 근처 산책(?)도 하고
-그럴때면 꼭 돌아와 내가 있는 주방 문에 와 신고를 하지, '저 왔어요" 하고...
마음껏 달리고 아무데서 자고 가끔은 제 마음대로 나갔다도 오는 진용이 보며 한편으론 마음 조마조마도 하면서
한편으론 그렇게 편안해진 진용이 보는게 얼마나 짠하고 좋던지
밤새 비 오고 천둥 치는데도 끽 소리 하나 내지 않는 진용이 보며
'묶어 키워 정말 미안하구나...하고
그런데 어느날 저녘에 안 보이고
그담 아침에도 안 보이고...어, 이상하다. 언제 또 나갔지? 하며
미심쩍어하며 주위를 서성이며 찾는데 안 보여...
마침 우리가 너무 바쁜 나날이어서 본격적으로 찾을 생각을 못 했어,
그저 크게 소리 내어 이름 부르며 주위를 찾던 것 외에는 ...
그러다 지난 수요일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의 주문 전화를 받고
주위의 과수원에 들러서 물어보았지
'혹시....'
거기서 알게 되었지
우리 진용이의 마지막길을 ...
거긴 그 백구 두 마리의 집이기도 하고
또다른 대여섯마리의 진도개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는 곳이지
원인은 몰라..
배나무 그늘 아래 묻혔지.
지난 수요일 저녘이었어.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그날은 마침 김선일씨의 죽음이 알려지기도 한 날이어서
개 한 마리의 죽음은 어찌 해볼 수 도 없었단다.
놀다가도 한번씩 내게 와 눈을 마주치곤 하던
밥을 주어도 밥 보다 늘 나와 아는 척 하기가 우선이던 진용이야.
글쎄...
다시는 개를 묶어서 키우는 일은 안 하고 싶어
남아있는 진주와 까미
아직은 누군가 방문객이 있을 때 외엔 자유로운데
진용이 혼자 묶여있는 일이 너무 힘들었을꺼야.
마음 아프지만
한편 생각해
우리 함께 선택한 '마지막 자유'에 대한 값진 댓가의 의미를
그리고 자유로웠으므로 행복했기를
마지막 순간에
우리에게 오고 싶었겠지?
경황 중에 그렇게 소식 듣고 오고는 아직 가보지 못했어.
날밤 새우게 일이 많았거든.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들꽃 꺾어들고 찾아가보려구 해.
만남은 정말 또 하나의 이별의 시작이구나.
사진은 진용이의 바로 며칠전
심드렁한 진주 묶어놓고 위풍당당하던 모습이야.
참, 경수야
네 메일로 소식 보냈더니 되돌아왔더라
아마 사용을 잘 안 해 닫혔거나 혹은 용량이 꽉 찼거나...
작별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떠났군요. 마음만은 선배님 곁에 왔다 갔을거에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세요?
영원한 자유의 나라로 가서 마음껏 뛰놀며 행복할거라 믿어요,우리. (:aa)(:a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