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1 (너에게 주려고 한 일이야)

부모님이 사시는 청평에 갔다.
마침 아버님이 닭모이를 주려고
곡식 알갱이를 들고 나오셨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닭들이
아버님을 보더니 푸드득 대며 날아왔다.
내 앞으로 두 마리의 닭이 날아왔는데
아버님은 벼슬이 크고 멋진 날개를 가진 수탉을
나에게 자랑하셨다.
그 옆에 몸집이 작은 암탉이 같이 왔는데
그 수탉이 가장 사랑하는 애첩이란다.
그래서 나는 이 두 마리의 닭에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게 되었다.
수탉이 먼저 곡식 알갱이를 물었다.
그러니까 암탉이 수탉을 마구 쪼아대는 것이다.
나는 암탉이 얄미워서
"얘야! 여기저기 모이가 많은데 왜 수탉을 못살게 굴어."
암탉을 수탉에게서  떼어 놓으려고 손을 휘저었다.
그 사이 수탉이 암탉 앞에 방금 먹은 먹이를
먹기좋게 쪼아서 내려 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암탉은 아무 고마움없이 그 먹이를 먹는 것이었다.
조금 있다가 수탉이 또 먹이를 깨뜨리고 있는동안
암탉이 수탉을 여전히 쪼아대는 것이었다.
나는 화가 나서

"이 바보야! 너에게 주려고 하는 일이야!
금방 수탉이 준 모이를 먹고도 몰라!
이그 정말 닭대가리네!."

나는 이 두 마리의 닭을 보면서
욕심에 가려진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지금 당장 나에게 손해가 되는 것 같으면
다른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하는지
조금도 생각해 보지 않고 달려드는 나의 이기심!
때로 나의 먹이를 옆에서 가로채 가는 것 같을 때
나는 조금 기다려 보리라.
그가 한 행동이 나에게 주려고 하는 사랑의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때까지 만이라도...
최소한 그의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될 때까지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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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2   (그렇게 남의 사정을 모르는 친구가 있다니!)

남편의 고등학교 동기가 원자력 병원에
수술을 하러 왔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 친구는 수원에서 재벌이라고 했다.
수 백억의 재산이 있지만
이제 즐기고 살 나이에 폐암 말기를 앓고 있는 것이다.
폐는 손도 못대고
암으로 전이된 다른 부위를 수술하는 것인 듯했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겠다고 했다하니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의 시간을
얼마나 가치있게 보내야 하는지
시간 앞에 숙연하게 한다.

남편은 병원에 가면서
"오늘 밤을 친구와 같이 있어 주어야 겠어.
내일이 수술이니 오늘밤이 얼마나 두렵겠어."
그렇게 말하고 저녁에 병원으로 간 남편은 밤 1시쯤 돌아온 것이다.

"내일 아침에 오신다더니 왜 이 밤에 오셨어요?"

"응~ 병원 주차비가 없어서...
차를 가지고 가지 말 것을...
주차비 생각을 못했는데 병원 주차비에 맞추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빠듯해서 친구에게 급한 일 있다고 하고 나왔어.
주차비 내니까 500원 남았어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났으면 창피당할 뻔 했지?

"친구에게 그대로 말하지 그랬어요."

"그렇지 않아도 막 말하려고 용기를 냈는데
그 친구가 자기에게 돈 얘기 하는 사람을 제일 경멸한다는
말을 하니 그 용기가 쑥 들어갔지 뭐야."

남편은 조금은 비참한 얼굴로
조금은 아쉬운 얼굴로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남편이 들어간 방문을 한참동안 쳐다보면서
친구 곁에 있지 못하고 주차비 몇 푼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던 남편의 심정이 얼마나 아팠을까
가슴이 메이어왔다.

그 때 전화 벨이 울렸다.

"아 여보세요. 나 이목사 친구입니다.
이 친구 밤 1시에 도대체 무슨 바쁜 일이 있다는 겁니까?
괜한 핑계 아닙니까?
내가 내일이면 수술을 하는데
내가 오늘밤 얼마나 친구하고 같이 있고 싶겠습니까?
그렇게 남의 사정을 모르는 친구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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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3  (여러분과 같이 있는 것)

아들은 불쾌한 듯 나에게 물었다.
"어머니! 머리 빡빡 깍은 학생이 알고 보니 3학년이던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 우리 학교를 다닐 수 있어요?
입학 할 때 면접도 제대로 안했나봐요
완전 조폭이나 제비족 같다고 우리 1학년 학생들이
채플 끝나고 나올 때 그 사람 들으라고 큰 소리로 야유해 주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 진짜 뻔뻔해요.
우리들 소리 듣고 뒤돌아 서서
전도사님들 감사해요 하면서 더 밝게 웃지 않겠어요"

"너도 야유하는데 합세했니?"

"그럼요. 그런 사람은 우리 학교의 명예에 먹칠 하는 거예요.
교회 전도사가 머리가 그게 뭐예요.
아무리 못해도 서른은 되어 보이던데 자기가 뭐 10대 인줄 아나봐요."

"남에 대해 헤아리지 말라고 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을 대놓고 야유하다니!
그 사람 우리 반인데 말기 암환자야.
학교 나올 기력도 없는데
죽는 순간까지 신학을 배우고 싶다고 나오는거야.
약을 도시락으로 하나 가득 먹으면서도 끝까지 학교에 나오는거야.
머리는 항암 치료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어.
그런 사람에게 같은 전도사들 끼리 야유를 하다니!
그렇게 아파도 강의실에 앉으면
한번 찡그리거나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아.
너무 얼굴이 밝아서 나도 몰랐어.
신체가 다 망가지더라도 마지막 남은 것 가지고
주님을 더 알고 싶고 주님을 찬양하고 싶다고 하더라."

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을 짐지고 가는 사람에게
야유와 비판을 가하여
질병보다 더 큰 고통을 주어왔다니!

나는 그 전도사로 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이젠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던 사람들 곁을 떠나
나를 더 많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품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나와 같이 있었던 시간들이
나와 같이 있었던  얼굴들이
저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모릅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여러분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제게 성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망막 하나 뿐이여서
망막을 기증했습니다.
내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직 남아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이 편지를 받은 열흘 후에 동기회 회장으로 부터
"이상필 동기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라는
짧은 소식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