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교회에서는 조촐한 작은 잔치가 있었다.
이 잔치는 남편이 영주권을 획득한 것을 감사하는
한 성도님의 감사의 잔치였다.

사흘 전
우리 부부는 그 성도님의 집을 방문했다.
이 성도님은 열흘 전 서울 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 날 수술실로 들어 가기 위해
빠르게 이동 침대가 움직였다.
나는 그와 계속 눈을 맞추며 따라갔다.
수술실로 이동하는 그의 눈에
굵은 눈물이 맺혔다.

이윽고 수술 대기실에 도착했을 때
보호자들도 다 나가 달라는 재촉을 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내 손을 놓지 못했다.

"사모님! 저는 정말 두려워요.
내가 수술 후에 이 곳에서 영영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죠?
왜 주님은 나에게만 이렇게 가혹하신 건가요?
제가 남들과 달리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걸까요?
며칠 전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에게
또 엄마를 잃게 하시지는 않을까요?
내가 죽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러나 아이들을 생각하면 저는 미칠 것 같아요.
내가 혹시 잘못되면 우리 아이들 부탁해요.
사모님! 우리 아빠 때문에 3년도 넘게 힘들게 해 드렸는데
이번에도 염치없이 또 부탁하네요"

"하나님은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에게
또 어머니를 잃게 하는 무자비한 분이 아니예요.
남편을 잃고 집사님이 넋을 잃을까봐
아주 작은 병을 주어서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해주시는 것 일거예요.
긴장을 조금씩 완충시키면서 풀게 해주시는 것이니
삼 사년 병원에서 지친 몸을 이 기회에 잘 쉬어요.
또 이 수술을 통해서 남편을 왜 일찍 하늘나라로 부르셨는지
확실히 알게 해 주실 거예요."

어린아이처럼 내 손을 꽉 잡고 놓지 않던 그의 머리에
수술을 위해서 모자가 씌어졌다.
그리고 그는 수술실로 끌려 가듯 들어갔다.

수술실 옆 보호자 대기실 현광판에
그가 "수술중"임을 알리는 글짜가 불이 들어왔다.
그 글짜는 2시간이 넘게 바뀌지 않고 반짝였다.
두 시간이 지난 후에야 "회복중"이라는 글짜로 바뀌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수없이 기도하기는
주님이 이 성도에게 남편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간 것을 확실히 믿게 하여
더 이상 슬픔으로 괴로워 하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또 수술을 집도 하는 의사 선생님의 손길에
주님의 도우심을 있어서 발병한 질병이  
씻은 듯이 낫게 해달라고 간구하였다.

수술 후에 의식을 회복한
그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고
그의 첫 마디 말은 "주님! 감사합니다!."였다.
수술 전까지 밀려오던 두려움과 원망과 슬픔이 다 어디로 가고
그는 계속 "주님! 감사합니다.'밖에 모르는 사람과 같이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영혼의 저 깊은 곳에서
말할 수 없는 감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또 그토록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퍼하던
자신의 입술에서  천국의 문을 활짝 열고
남편을 영접해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는 고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수술 후의 회복은 너무 빨랐다.
수술 후 열흘이 되는 날.
그가 수술실로 들어 가면서 나에게 맡겼던
아파트 열쇠를 그에게 되돌려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광릉네 수목원에 데리고 가서
산채 비빔밥을 사주었다.
남편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쿡!쿡! 울기만 하던 그는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으며
그 곳에서 남편이 하던 말이며 행동을 기억하면서 즐거워 했다.

"사모님! 내가 아는 어떤 분은요. 형님이 미국 영주권을 얻었다고
기뻐하며 집에서 잔치를 했어요.
우리 남편은 미국보다 더 좋은 하늘나라에 영주권을 받았잖아요.
그러니 저도 남편의 영주권 획득을 축하하는 잔치를 베풀고 싶어요.
그런데 혹시 다른 사람들이  남편이 죽었는데 웬 잔치냐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요?."

아! 주님이 이 딸에게 이렇게 커다란 위로와 평안을 주시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슬픔을 감사로 바꿔 주신 주님의 은혜와
집사님의 믿음을 다 함께 기뻐해 줄 거예요.

"사모님! 떡이랑 음식을 준비하여 이번 주일에
교인들과 같이 우리 기쁨을 나누어요!."

"그래요. 그리합시다!"

올해 48세인 남편을 하나님의 나라로 보낸 후 20여일 만에
자신이 수술을 받은 지 열흘 만에
그 모든 슬픔과
그 많은 상실을
오히려 주님께 감사로 받으면서 그는 오늘 잔치를 벌였다.

목사님은 광고 시간에 이렇게 광고 하였다.

사랑하는 하나로 교회 성도 여러분!
오늘 예배 후에는 한 사람도 집으로 그냥 가지 마시고
기쁜 잔치에 모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잔치는 한 성도님이 주님과 여러분에게 감사하여 베푸는 잔치입니다.
이 성도님은 사랑하던 남편이 눈물도 질병의 고통도 없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영주권을 획득하고
그 나라에 입성 한 것을 축하하는 잔치입니다.
우리가 이 곳에서 잔치를 베풀고 기뻐할 때에
저 천국에서도 그 성도님을 환영하는
천국 잔치가 벌어져 있을 것을 바라봅니다.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감사가 가장 귀한 감사입니다.
오늘의 잔치는 그래서 더욱 귀한 감사의 잔치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의 손을 잡아 주며 주님께 감사하는 잔치에 참여합시다!

지난 2월 16일
백혈병으로 3년동안 투병하던 열 여섯살  아들을 하나님께 보낸
현호 엄마와  남편을 하늘나라에 보낸 성도님은 서로 손을 잡아 주며
주님께 감사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눈에서는
그치지 않고 눈물이 흘렸고
그들을 향한 사랑으로 아리고 또 아려서
내 가슴 갈피 갈피 저미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