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없는 서재에 앉아
혹시 인일 여고 홈페이지가 있나 없나
인터넷 검색을 한 것은 1월의 어느 날 이었다.

아! 그 곳에 꿈에도 그리워하던
장미꽃 만발한 인일여고의 교정이 보였다.
그리고 낯익은 이름들이
마치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반가운 이름 중에
나와는 초등학교 동기이고 인일 동기인
친구의 이름이 있어서 글 밑에
반가와 어쩔 줄을 모르며 글을 올렸다.
그러나 친구는 그 이후에 그 곳에 오지 않았는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 설레이던 환희와 반가움이
한꺼번에 힘이 빠지고 큰 실망이 되었다.

그러나 다시 용기를  내어 이번엔
총 동창회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너도 나도 주옥같은 글을 써 놓은 것이다.
나도 모르게 더듬더듬 글을 쓰기 시작 했다.
나는 한 사람이 글 한 편만 올리는 것 인줄 알고
내 인생에 단 한 편의 글을 쓴다면
어떤 것을 써야할까 하고 쓰게 되었는데
그것이 "아들 셋, 딸 하나"라는 글이었다.

그 다음날 아침
전에 친구에게 댓글을 썼다가
의기소침해 졌던 나는
조심스럽게 내 글을 다시 열어 보았다.
아! 그런데 나의 글 밑에  
동문들의 사랑의 글, 격려의 글이
갖가지 색색의 리본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마음 저 깊은 곳 에서부터
기쁨과 행복이 샘처럼 솟아나는 것이었다.
그날 밤 부터
나는 무언가에 강력히 붙들린 것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 하셨고
글을 쓰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창조하는 것이다.
생각이 형상으로 나타나게 하는 즐거움, 그 행복...
읽는 이가  단 3 분이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꼬박 하루 밤을 새워야 했지만
나에게서 그 시간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더구나 인터넷은 가상의 공간인 줄만 알았는데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게 되었다.
서로 지극히 사랑하는 언니, 동생으로 만나면서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한 지체임을 알게 된 것이다.

동문 중에 누가 어려운 일을 당하면
서로 돕는 아름다운 나눔이 일어났고
동문 중에 누가 좋은 일이 있으면
서로 기쁨을 나누는 진정한 한 가족이 되어 간 것이다.

밤마다 써 내려간 글이 60편이 넘었다.
그러던 중 우리 인일 동문들이
제고 17기인 최 종철 목사님이 십 수 년간 섬기고 있는
강원도 정선의 숙암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어려운 우리 동문들을 뒤 돌아 보아야 한다는
마음이 불일 듯 일어나게 되었다.
내 놓을 것이 없는 나는 그동안 쓴 글을 책으로 발간하여
동문들이 이 일에 함께 참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고
이 마음을 전달받은 제고 17기 조 선호님이
며칠동안 깊은 숙고 끝에
모든 어려운 짐을 자신이 지겠다고 나섰다.
조 선호님은 의사이시기 때문에
하루의 시간을 조금도 쪼갤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주님의 귀중한 일이라 여기고 사명으로 받으며 실현해 나갔다.

때로는 애매한 오해의 소용돌이도 지나고
때로는 모든 이들이 무관심한 것 같은 무기력함도 지나면서
아무 것도 보태지 못하는 내가 조금이라도 미안해하는 기색을 보이면
오히려 나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격려의 말로 세워주며 나아갔다.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니 걱정 하지말라.”며 항상 기쁨으로 대응해 갈 때
이것은 한 개인의 일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 모든 이들을 연합시키고 교제케 하시는 일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화려하고 빛나는 5월이
나에게는 침묵 속에서 주님의 뜻을 잠잠히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5월이 끝나던 날.
사랑의 마음은 곳곳에서 꿀벌이 벌을 모으듯 모아져서
책을 발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차 3000부를 출판하도록 되었는데
글에 맞는 삽화를 어떡해야 할 것인가로 또 한 번 걸음이 멈추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그 삽화를 그려 줄
주님이 감추어 놓은 보석이 반짝 빛을 보내온 것이다.
안성 소나무 갤러리 최 예문 동문님의 남편이신  전 원길 화백님인 것이다.
5월 4일 안성 갤러리에 갔을 때
그 분의 이미지물로서의 회화의 세계를 보면서
사람도 하나의 아름다운 자연이여서
자연 속에서 말하는 메시지에 감동을 받았는데
그 생명의 메시지를 나의 글과 조화를 이루게 해 준다니
이보다 더 큰 영광과 기쁨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 뜻을 알게 된 조 선호님은
우리가 책을 발간하는 가장 큰 목적이 “더불어 사는 삶”이라고 하시면서
전 원길 화백님 부부와 함께 동역하게 된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크게 기뻐하였다.
나는 책 발간을 통하여 우리들 간에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나눔의 삶”이 전개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두 권의 책을 가진 사람은 한 권을 이웃과 나누고
한 권의 책을 가진 사람은 이웃과 돌려보는 즐거움이 솟아나기를 원한다.
이 책을 만드는 데 한 자락씩 맞잡아 준 손길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의 은사이신 서 철원 교수님의 추천의 글이 도착했고
나의 동문이신 박 성애 교수님의 추천의 글도 속속 도착을 했다.
그동안 틈틈이 나의 글을 읽었던 최 예문 선배님의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이
전 원길 화백님의 손길을 통하여 고귀한 삽화로 태어날 것이다.
그 모든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져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나는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더불어 일했던 소중한 이름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또 울고 있는 사람과 같이 울 수 있어서 행복한 나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영원히 그들 곁에 같이 있을 것이다.
한 하늘아래 살고 있는 우리는
영원히 더불어 함께 사는 한 가족인 것이다.
무엇으로도 나누일 수 없는 한 형제, 자매인 것이다.



세태에 물들지 않고 사시사철 푸르른
두 소나무
전원길, 최예문님의
소나무 갤러리 홈페이지 http://sonahmoo.com 에 가시면
숲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문화의 신비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