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지난 늦봄, 오랫만에 우리 형제 다섯이 대전 국립묘지에 다녀왔다.
일년에 서너번씩 가는 곳이지만 갈때마다 마음이 무척 아픈 이유는
우리 아버지는 천수(?)를 다 하시고 찾으신 곳이지만
아직도 한창나이의 앳띤 청년들이나 한창 신혼의 꿈에 빠져있어야 할 20대 초 중반의
젊은 사람들의 묘석이 갈때마다 비었던 잔디터에 빼곡이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자마자 아버지의 묘석을 닦고
새로 가져간 꽃으로 화병을 채우고
마련해간 음식을 놓고 묵념과 기도를 끝낸 후 맛있게(나만) 먹는다.
예전의 아버지 기억과 각자와 있었던 추억을 서로 나누며
울었다 웃었다 형제애도 잠시 확인해보고.
더욱 가슴이 아픈 것은,
아버지 주변의 묘비를 보면
그 나이가 너무 어려서 가슴 아프고,
뒷면의 가족 이름이 아무도 안 써있는 것이 마음 아프고,
일찍 가버린 남편을 그리워하는 만삭의 새댁이 남편과의 연애편지를 가져다 놓고
남편을 추억하는 묘석앞의 유리 케이스 안의 편지 묶음과
철없는 어린 아들이 '하늘에 계신 아빠께' 드리는 수많은 카드와 편지,
어린애를 가운데 두고 생전에 셋이서 웃으며 찍은 가족사진등
주변을 돌며 그 안타까운 사연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숙연해진다.
戰時가 아닌데도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제 수명을 못채우고 떠나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6월만 되면 그들과 같은 나이의 우리 아버지의 젊었던 시절을 상상해본다.
우리 형제들은 주변을 치우고 일어서서 한가지 더 할 것이 있다.
워낙 많아서 다 할 수는 없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묘석들 주변을 정리한다.
관리소에서 다 잘 하고 있지만
특히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않는 묘는 금방 알 수가 있다.
주로 造花를 쓰는데 오래된 꽃은 그 원래 색은 이미 없어져 빛이 바래고
바람과 먼지에 쓰러져 보기에도 쓸쓸해 보인다.
그런 꽃은 일으켜 세우고, 너무 심하면 뽑아버리고
아버지께 드릴 꽃중 몇송이를 대신 꽂아 놓고
그 묘비를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이 사람은 무슨일로 이렇게 아무도 찾지 않는걸까.
장가를 안갔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나? 여러가지 경우를 생각도 해보고.
각자 한마디씩하고 돌아오는데
멈칫 멈칫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버지, 여름에 또 올께요. 그때까지 보고싶어도 참고 계세요~"
"여러분~ 편안히 쉬시고 같은 일을 했던 사람들끼리 두런두런 재미난 얘기 많이 하세요, 또 올께요~"
2004.06.05 20:49:09
세월이 약이라더니 이제는 슬픔도 많이 퇴색이 되었다.
나이들어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당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야겠지.
다만 전쟁때 떠난 젊은 사람들이나
이 시대에 떠나는 젊은이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엔 국립묘지도 그렇게 슬퍼보이지 않는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 교육의 차원으로 많이 다녀가고
대전이나 계룡산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간간이 여행코스로 들러
무거운 적막을 깨뜨리기도 한다.
6월 내내 호국보훈이란 말을 들을텐데
아버지 또는 남편, 아들을 잃은 많은 가족들이 겪었을 오랜 슬픔을
한번쯤 생각해보자.
나이들어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당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야겠지.
다만 전쟁때 떠난 젊은 사람들이나
이 시대에 떠나는 젊은이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엔 국립묘지도 그렇게 슬퍼보이지 않는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 교육의 차원으로 많이 다녀가고
대전이나 계룡산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간간이 여행코스로 들러
무거운 적막을 깨뜨리기도 한다.
6월 내내 호국보훈이란 말을 들을텐데
아버지 또는 남편, 아들을 잃은 많은 가족들이 겪었을 오랜 슬픔을
한번쯤 생각해보자.
2004.06.05 22:35:24
인일 여고 때 수학 여행을 가서
올려다 본 "이름 모를 용사의 비"가 생각나네요.
꽃잎처럼 흩어져간 이름모를 용사라는 글에서
왜 가슴이 그렇게 메이어 왔는지요.
꽃잎이 꽃비가 되어 내리는 날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 땅에 그렇게 묻혀져 간 붉은 꽃잎들을 생각합니다.
올려다 본 "이름 모를 용사의 비"가 생각나네요.
꽃잎처럼 흩어져간 이름모를 용사라는 글에서
왜 가슴이 그렇게 메이어 왔는지요.
꽃잎이 꽃비가 되어 내리는 날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 땅에 그렇게 묻혀져 간 붉은 꽃잎들을 생각합니다.
2004.06.06 06:17:43
오늘이 현충일이네여....
철없이 놀던 5월이 가고 숙연해지는맘으로 6월을 여는 주일 아침이예여....
하늘도 잿빛하늘이고~~~~
먼저 가신님들을 위해 경건한맘으로 보내는 오늘 하루의 시작입니다.
철없이 놀던 5월이 가고 숙연해지는맘으로 6월을 여는 주일 아침이예여....
하늘도 잿빛하늘이고~~~~
먼저 가신님들을 위해 경건한맘으로 보내는 오늘 하루의 시작입니다.
그러고 보니 6월은..... 슬픈 달이구나.
조국을 위해 몸 바친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