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길을 달려 양지에 도착했다.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한 곳에 자리잡은
총신 대학 신학 대학원은
정문도 없고 담도 없다.
산 기슭 어느 곳에서나 들어 갈 수 있다.
학생의 대부분이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지만
기숙사감이 필요없는 곳이다.
새벽 기도 때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기도하며 공부하며 자기 스스로 경건의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수 천명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지만
담배 꽁초하나 떨어질 리 없고
술먹고 소란 피울 사람 하나 없다.
공부파는 주야로 도서실로 가고
기도파는 기도실로
운동파는 운동장으로
제각기 가는 길이 다르다.

내가 오늘 이 곳에 온 것은
우리나라 정통신학의 보수자
서 철원 교수님을 만나뵈러 왔다.
그동안 틈틈이 인일 홈페이지에 써서 올린 글이
책으로 발간 되게 되었는데
그 책의 추천사를 교수님에게 부탁하기 위해서 였다.
총신 대학 신학 대학원에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고매한 신학적 권위를 인정받는 교수님들이 많으시다.

구약 신학의 최고봉인 김의원, 유재원, 김지찬, 김정우 교수님...
신약 신학의 정훈택, 이한수, 김상훈, 심상법 교수님...
주직신학의 서철원, 최홍석, 김길성, 이상원 교수님...
역사신학의 심창섭, 박건택, 박용규 교수님...
실천신학의 정일웅,황성철 교수님...
선교신학의 김성태,임경철 교수님...

이름만 들어도 그 분들의 열정과 인격이
감동의 물결로 가슴에서 일렁이게 된다.

서철원 교수님 연구실로 가니 강의중 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1교시가 아침 8시부터 인데 교수님은 벌써 강의실로 가셨나보다.
강의 시간 전에 들어오시는 것은 변함 없으신 모양이다.
할 수없이 교수님의  시간표를 찾아 보니
목요일인 오늘의 1교시는 1학년 3반 인 것을 알아냈다.

1학년 3반 강의실로 가니
아니나 다를까 교수님은 벌써 와 계신 것이다.
아직 강의 전이어서 다행이었다.

"교수님! 교수님께 글을 보냈던 유정옥 이예요.
그 글이 책으로 발간 되게 되었어요.
그래서 교수님께 추천사를 부탁드리러 왔어요.'

"그래!
책으로 발간하려면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저의 모교인 인일 여고 동문들이 책 발간 기금을
개미 같이 모았구요.
저의 모교 옆에 있는 제고 동문들도 기꺼이 도와 주었습니다.
또 곳곳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어떤 이는 5만원, 10만원 이렇게 참여해 주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으시는 교수님의 표정은
마치 자식의 좋은 소식을 듣는 것 같이
기쁨이 넘쳐나는 얼굴이었다.

"그래!
더 자세히 얘기해 봐."

"제고 동문중에 "조 선호"라는 분이 책 발간에 관한
모든 것을 맡아서 했어요.
1차 3000부를 발간하게 되요.
책의 종이의 질도 가장 좋은 것으로
책의 내용이나 편집도 가장 훌륭하게 하실 거예요.
삽화도 헌신하실 분을 찾고 있는데
조만간 최고의 작품이 제 글과 조화를 이루며 실리게 될거에요."

교수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학생들이 강의실에 다 들어와 앉았다.

"여기 서 있는 유정옥 사모는
남편이 우리 학교 선배니까 총신이지?
유정옥 사모도 여러분의 선배이니까 총신이지?
큰 아들은 2학년 몇반? " 하시면서
계면쩍게 서 있는 나에게 묻는다.

'2학년 1반 이예요."

"음~ 그래!
막내 아들은  1학년 몇반?"

"1학년 2반 이예요."

"온 가족이 총신 출신이야!"

"목회도 잘 하고 공부도 잘 하고
글도 잘써서 책 발간 한다는데 내가 추천사를 써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당연히 써줘야지?."

"아멘!

후배들은 강의실이 떠나 가도록
박수를 치며 나를 후원해 주었다.

"이 글은 단순히 글이 아니야!
글 한  편 한 편이 삶으로 노래 하는 아름다운 시야!
유 사모님!
내가 기꺼이 추천사 써 줄테니 걱정말고
충성을 다해 목회하고 또 글도 쓰도록 해!."

교수님을 만나뵙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나의 부끄러운  글이 책으로 발간되기 까지
무조건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 주고 지지해 준
수 많은 얼굴들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아무도 모르게 책발간 기금을 통장에 넣어준 얼굴들이다.
심지어 나도 그 이름을 모른다.
공적이 겉으로 드러나야만 무언가 하는 세상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헌신이 있을 수 있다니!

주님! 오직 주님만 이 책을 통해서 영광 받으소서!
부디 주님께 비옵기는
이 책을 만드는데 헌신한 손길들을 잊지마소서
그들의 사랑을 내가 갚을 길 없으니
주님께서 은밀한 중에 풍성히 갚아 주소서
이 책을 읽는 자마다 고통중에서 온전히 치유받게 하시고
주님의 사랑을 발견하게 하소서.
더 많은 사람에게 읽혀질 수 있도록 축복하소서.

가슴 깊은 곳에서 이런 기쁨이 솟아올랐다.
"하나님이 그 책의 추천사를 써주시고 계셔!."
하나님이 추천하시면
누가 이를 막으리요!
누가 이를 당하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