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다녀오라는 남편의 엄명을
어긴 것은 처음이었다.
시누이와 나는 사흘을 기도원에서 머물면서
집중적으로 기도했다.

집으로 돌아오려고 짐을 쌀 때에야
정신이 번쩍들었다.
무어라고 말해야 하나?
왜 하루만에 안돌아오고
사흘이나 있었냐고 다구치면 어쩌나?
기도하러 갔다오면  하나님이 주신다고
큰 소리 친 천 만원은 또 어떡하나?

"하나님이 내 편이 되어 주시겠지 뭐.
있었던 사실 그대로 말하자.
첫 날은 하나님을 멀리 떠나 내맘대로 살아온
나의 잘못과 교만을 회개한 후에
남편의 구원을 위해 기도했고
둘째날은 갖가지 신비한 성령의 체험을 했고
세째날은 앞으로 내가 주님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설계 받았다고 해야지.
이젠 죽으면 죽으리라 하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마음속으로 단단히 각오하고
기도원으로 떠난지 사흘 만에 남편을 만났다.
그런데 화가 잔뜩 나서
왜 이렇게 늦게 하산 했느냐고 다구쳐야 할
남편이 이상하게 양같이 온순하다.
아니 오히려 나를 두려워 하는 모습이었다.

"여보! 당신 기도원에 간 사이에
인천 어머니가 천 만원을 가져가라고
전화가 왔었어.
그런데 그 돈은 예사로운 돈이 아니야.
자양동 한 사장 처럼
당신이 기도하니까 하나님이 주신 것이 분명해.
어머니가 예전에 보살펴주고 장가도 보낸
청년이 있었어?
  
"예. 어머니가 두 사람을 보살폈는데
한 사람은 나의 큰 형부가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사업을 하는데
가정도 화목하고 사업도 번창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맞아!
그 사람이 이번에 어머니 한복과 두루마기를
지어 가지고 인사하러 왔는데
어머니가 자기를 안 보살폈다면
오늘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무엇이든지 소원을 말씀하라고 했다는거야.
어머니가 우리 막내 딸이 요즘 사업하다가 어려우니
딸에게 천 만원만 빌려주게나 했대.
그러자 그가 서슴없이 천 만원을 어머니께 드리면서
빌려 주는 것이 아니고 그냥 주는거라고 했다는거야.
당신 기도원에서 내려오면
바로 인천으로 와서 돈을 가져가라고 하셨어!
당신이 믿는 하나님은 기도하면 정말 돈을 주시네!"
남편은 신기한 체험을 한듯 사뭇 상기되었고
되어진 일에 놀라는 얼굴이었다.

할렐루야!
나는 주먹을 쥐며 크게 할렐루야!를 외쳤다.
감사의 눈물이 주체할 길 없이 쏟아졌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말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주님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나 말에 대하여
이렇게 미리 준비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님은
주님을 믿고 주님을 자랑하는 자들에게
결코 부끄러움을 당하게 하지 않으신다.

남편은 겁에 질린 어린 아이처럼
기도원에서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하나님이 당신을 구원 하시기를 열망하고 계신다고
담대하게 힘주어 말했다.

남편은 예전 같으면 펄펄 뛸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마음 속에 새기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날 밤 부터
밤마다 차가운 바닥에 무릎꿇고 앉아
밤을 새우면서 기도 하였다.
그 때는 어떻게 기도하는 줄도 몰라서
"주여! 그저  쇠뿔도 단 김에 빼십시오.
단 김에 빼십시오."
이 한 마디만 밤을 새우며 입안이 헤어지도록 한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하여 기도하는 날이
20 여일이 지날 무렵.
매일 남편을 불러내어 돈내기 당구장으로 끌고 가는
젊은이가 그 날도 남편을 찾아 왔다.
남편의 친구들이나 거래하는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한 마디 못하던 나는
그 날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교회 집사님이라면서 당구장엔 그만 데리고 가고
교회 좀 데리고 가봐요." 라고 말했다.

그는 쫓겨나듯 어딘가로 가버렸고
남편은 하루종일 그를 기다렸다.
그런데 저녁에 그가
차를 가지고 와서
"형님! 오늘 저하고 우리 교회 부흥회에
한 번 가보실래요?." 하면서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남편은 무슨 고삐에 매인 것처럼 순순히
"여보! 우리 저 사람이 가자는 교회에
한 번 가볼까? 저녁도 산다고 하네." 란다.

"아휴! 주님 이걸 어쩌면 좋아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기도만 했지
조용기 목사님이라든지
김창인 목사님이라든지
이천석 목사님 같은 분이 아니면
우리 남편은 잘 안될 텐데요.
내가 기도할 때 그걸 빼먹었네요.

가슴이 마구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가는 것 보다는 낫겠지 하고
따라 나섰더니
면목동 낡은 상가 2층에
좁디 좁은 작은 교회였다.
설상가상으로 부흥회를 인도하는 목사님은
여자 목사님이었다.

우리 남편은 여자가 남자 앞에 서서
일상적인 이야기 하는 것도 잘난 체 한다며 싫어하는데
여자 목사라니 이를 어쩌면 좋담!
"주님 이젠  구원이고 뭐고 다 틀렸어요."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울먹이고 있었다.
20여일 동안 밤을 새우며 입안이 헤어지도록
기도했더니 주님은 야속도 하시지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상가 교회에다가...
여자 목사님에다가 ...

한참 울먹이고 있는데
"구원을 이루시는 이가 누구시냐?
조용기 목사냐?
아니요!
그러면 김창인 목사냐?
아니요!
그러면 이천석 목사냐?
아니요!
성령이 나에게 계속 질문하고 계셨다.
그러면 누구냐?
오직 주님이십니다!
구원은 주님으로만 됩니다!
그러기에  주님은 반드시 하실 수 있으십니다.
나의 남편은 구원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곳이 상가 이층에 좁고 냄새나는 교회 일지라도
오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남편이 터부시하는 여자목사 일지라도
주님은 남편을 만나 주실 것입니다.
주님은 남편을 구원 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울며 대답하고 있는
나의 어깨를 흔든 것은 남편이었다.
이제 끝났으니 집으로 가자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남편은
"오늘 그 여자 목사 말 참 잘하더라.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왜 자꾸 가슴에서 눈물이 나려는지 모르겠어.
이런 느낌은 일평생 처음이야 !
아우 말로는 일주일 동안 부흥회를 한다고 하니
우리 일주일 동안 그 교회에 계속 다닐까?"

나는 또 한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흥분한 나는
그날 밤 더욱 큰소리로
밤을 새우며 기도했다.

"주님! 쇠뿔도 단김에 빼십시오!."
어떤 도구를 사용 하시든지 주님 마음대로 하세요
그저 쇠뿔만 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