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사진, 왼쪽 부터 16회 이 희경, 4회 박 정양, 8회 오 정선, 11회 김 경숙 입니다.)


  사노라면, 내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다.
그 만남이 잠깐 스쳐 가는듯 해도 주고 받는 얘기에서, 그 얼굴의 편안함에서,
보일듯 말듯한 너무나 잔잔한 미소 속에서,  나는 따뜻한 불씨를 얻고 내 깊은
속 마음에 모닥불을 부쳐 보기도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그렇게 남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좋은 인상을 남기며 어느 곳에 있든지 제 몫을 다하고  그저 이웃하여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물이 흐르듯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정을 나누고  어디서나
잘 어울리며  멋있게 살고 싶은 마음은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인천의 인일인들은…  

내가 다니는 교회에  몇주 만에 새로 나온 분에게
“ 오랜 만예요. 어디 갔다 오셨나요?”
“네, 친정 아버님이 아프셔서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은 이젠 다 나으시고 우린 관광만 다녔어요.”
“어디가 제일 좋았나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회를 실컷 맛있게 먹었어요.”
생선을 안 좋아하는 백인인 그녀의 남편은 산낙지를 먹는것을
“지옥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단다.  
“그럼, 그런곳은 가지 말지.”
“그래도 내가 좋아하니 그 곳에 갔지요.”
바닷가가 고향인 나는 머리에 반짝 떠오르는것이 있어서
“ 저, 고향이 어딘데요?”
“인천…”  난 깜짝 놀라  “인천? 인천 어디?....." ,  “인일여고…”
인일여고 16회 졸업했다 한다.  
너무 놀라서 서로 부등켜 안고 팔딱 팔딱 뛰며 좋아했다.
영화 “초원의 빛”에서 동창 친구들이 만나 팔딱 팔딱 뛰듯이…,  
미국와서 처음 인일인을 만났다고 한다.

이제 우리 교회엔  인일 4회, 8회, 11회, 16회가  있다.
초등 교사였던 8회 선배님는 어릴때 부터 같은 여학교, 같은 교회, 같은 성가대의
오랜 믿음의 선배 이시기도 하다.
이 미자 선생님의  절친한 친구 4회 선배님은 새신자 성경 공부반 리더 이신데  
“어쩐지 다른 사람보다  눈이 반짝이고 똑똑해 보이더라,
역시 인일 졸업생은 뭔가 달라 ...... ” 하신다.  

항상 그리운 곳, 같은 공간을 공유하던 추억의 학교 …
봄엔 개나리,  빨간 줄장미 만발한 교정,  하얀 분수대, 아카시아 꽃 냄새 향긋하고,
아침에 학교 유리창이 햇빛 반사로 동인천 어디서나 빨갛게 비추던 원형교사,
시베리아 벌판같이 춥던 운동장,  난로위에 수북하던 도시락, 운동장 조회 시간마다
울려 퍼지던 마칭 밴드반의 어코디언의 음률........  

자부심 많던 검정 쉐타의 단발머리  그 여학생들이 이젠 4,50대의 중년 아줌마가 되어
만났지만  인일인 이라는 그 자체 만으로 그저 좋았다.

어버이 주일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만난 인일 선 후배님들의  끈끈한 정과  맑은 미소가
화사한 캘리포니아 태양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5월 14일 200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11회 김 경숙.


 
 

                   노 사연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