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동식 침대가 도착했다.
병원에서는 최종적인 점검을 했다.
웃음을 잃지 않던 인애님의
얼굴이 긴장을 하며 굳어진다.

인애님의 남편도
친정어머니도
시누이님도 얼굴이 굳어진다.
나는 인애의 손을 잡고
짧게 기도했다.
우선 인애의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겼다.
주님께서 인애님의 수술을 집도 할
의사 선생님의 손을 주장해 주실 것과
마취 속에서도
주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또한 이 수술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는
사랑의 마음들이 모두 모여서
하나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이루어 주시기를...
기도가 끝나자 인애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침대가 3층에서 6층으로 이동했다.
인애의 눈에 병원 천정이 보이지 않고
사랑하는 얼굴들이 보이도록
우리는 계속 그를 들여다 보았다.

6층 수술실 앞이다.
인애만 들어가고 우리는 유리문 밖에서 헤어져야 했다.
저 유리문 안에서  인애가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인애님! 혼자가 아니고
주님이 함께 계시고
인애님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함께 있어요."
인애는 나의 속마음의 소리를 들었을까?

수술실로 들어간 지 20분이 지나자
현광판에 허인애 수술중 이라는 글씨가 반짝이고 있었다.
수술실 밖에서 인애 어머니와 나는 계속 기도했다.
인애 어머니는 쉬지 않고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그것을 보면서
"주님! 저에게도 어미의 심정으로 기도하게 해 주세요."
그랬더니 인애님 보다 어머니의 마음이
진하게 전하여 왔다.
아마 어머니는 인애님의 어린 시절 부터 오늘까지
딸의 모든 회한이 가슴에 밀리어 오는 것일게다.
나는 울고 계신 어머니의 손을 가만히 잡아 드렸다.

수술실에 들어간지 1시간 30분이 지나자
허인애 회복중이라는 글씨로 바뀌었다.
회복 시간이 1시간 이상 지난 후
수술실로 들어 갔던 인애님의 침대가
다시 우리들에게로 옮겨져 나왔다.

"사모님 가셨어요?."
마취에서 깨어난 인애님의 첫 마디다.
"안가고 기다린다고 약속했는데 왜 갔겠어?."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는다.
어찌된 일인지 인애님의 얼굴이
수술실에 들어갈 때보다 더 밝고 건강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회복중에도 고통스러워 하는데
저는 너무 편안하고 좋아요.
마취중에도 잠을 잔 것 같은 데
좋은 꿈까지 꿨어요.
모두들 기도해 주신 때문인가봐요."

딸의 이 소리를 듣고
어머니의 얼굴이 밝아지고 평안해 지셨다.
신이 난 남편이 점심을 사겠다고
우리를 독려한다.
내가 점심을 안 먹고 가면
인애님이 속상해 한다고 식구들까지 자꾸 권한다.

"아무렴! 먹겠습니다!
이 좋은 날에 안 먹으면 그것도 실례이니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점심이 왜 그렇게 맛있었나 했더니
그 시간이 2시가 넘었던 것이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갔지?"

잠깐 졸고 나니 노원역이란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