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처럼 굵은 비가 내리는 저녁.
삼성 제일 병원을 향하여 가고 있다.
16년 전에 갔던 그 길이다.
그 때는 여늬 동네 골목길 위에
제일 산부인과라는 작은 병원이었는데
지금은 그 위상이 엄청난 종합 병원으로
변하여 있다.
차가운 비가 세찬 바람을 타고
우산속까지 파고 든다.
이내 옷과 신발이 젖고
손은 차갑다.

305호실 두 번째 이름 명단에
허 인애 라고 쓰여 있다.
아! 이제야 찾았구나
시골 사람 처음 올라온 서울에서 헤메듯
제일 산부인과에서
삼성 제일 병원으로 변한 이 곳을
어리보기한 나는 얼마나 헤메였는지...

병실에 들어서자
인애 후배가 먼저 알아보고
깜짝 놀라 일어나 앉는다.

"이렇게 비내리고 바람 부는 날
어떻게 오셨어요?."

"비 내리고 바람 불어서 왔지요.
내일 수술을 기다리는 오늘 밤에
두려워 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 잘자라고 기도해 주려고 왔지."

인애는 화장기 없는 얼굴이 더 고와 보인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은 더 예쁜 인애.
수술을 한다니 내 마음이 아파서
그대로 집에 있을 수 없었다.

"주님을 믿고 마음을 놓으려고 해도
수술이라니 조금 두려움이 있어요."

"그럼. 어찌 두려움이 없겠어.
그러나 인애님의 몸을 만드신 그 분이
인애님의 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 분이
수술을 통하여 전보다 건강하게 만들어 놓으실거야."

정선 숙암 교회에 다녀 온 이야기를 했더니
마음 착한 인애는 여지없이 눈물이 맺혔다.
이런! 내일 수술 해야 할 사람을
울려 놓다니...

인애와의 만남은 인천에서 단 한번 이었는데
매일 만나고 같이 생활한 친동생 같이 느껴진다.

인애의 손을 잡고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내일 인애의 몸을 수술할 의사 선생님을 위해서
인애가 수술을 통하여 더욱 건강해 지도록
인애가 병상을 통하여 전에는 귀로 듣던 주님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삶 속에서 체험하는 주님이 되도록...
딸이 수술을 앞두고 마음 아파하는
인애 어머니와 손 윗 시누이님에게도
주님의 평안이 임하기를...

내일은 아침 일찍 병원에 가려고 한다.
인애가 수술실로 들어 가기 전
그와 얼굴을 맞대어 보아야지.
그리고 인애가 수술 하는 시간동안
문 밖에서 기도로 지켜 줄 것을  약속해야지.
인애가 마취에서 깨어 날 때
가장 먼저 그의 눈과 마주쳐야지.

잠자리 날개처럼 파르르 떠는
그의 두려움에 조금이라도 평안을 주는 일이라면
온 밤내 비를 맞고 밖에 서 있으라 해도
나는 기꺼이 할 것이다.
하물며 온 밤내 교회에서 기도하는 일을
왜 못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이 밤에 오직 기도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