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난 후
친구는 나에게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새 옷을 한 벌 사주겠다고 떼를 쓴다.

친구는 10년 가까이 내 옷뿐만 아니라
남편, 아이들 옷까지 철철이 보내왔었다.

나는 새 옷을 절대로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자기가 입던 옷을 드라이 한 것이라고
가지고 왔다.
물론 세탁소의 비닐이 덮혀 있었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옷은 언제나 새 옷이었다.

그 옷이 도착하면 우리 교회에서
남편 없이 혼자 살고 있으면서
교회 일을 돕고 있는 성도님이 첫번째
수혜자로 시작하여
계속 남김없이 나누어지고 있었다.

생선 파는 아주머니도 한 벌,
채소 파는 아주머니도 한 벌,
음식을 나르는 배달 아주머니도 한 벌...
나에게는 단 한 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친구는 자기가 미국으로 이민 가면
내가 옷도 못입고 살까봐 저으기 걱정이 되는가보다.
할 수 없이 새 옷을 받겠노라고 승락을 하고
롯데 월드 안에 있는 매장에 갔다.

이 옷은 어때?
친구가 옷을 들어 올리며 물으면
나는 옷보다 가격표에 눈이 갔다.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으면
무조건 마음에 안든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데 투피스 한 벌을 들어 올리는 데
가격표가 110,000 원 이라고 붙어 있었다.

좀 비싸다는 생각은 했지만
더 이상 거절하기가 거북해서 그것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친구가 계산을 하려고 해서
가까이 가보니 1,100,000원! 이었다.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나는 친구에게 절대 사지 말라고 애원을 하다시피했다.

목사님 한 달 사례비가 80만원인데
세상에 어떻게 한 벌에 100만원이 넘는 옷을
입을 수 있단 말인가?

"친구의 마음은 고맙지만
이것은 나를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죽으라는 것과 같아."

친구는 나의 거부가 너무 완강하자
매장 직원에게 사과를 하였다.

나는 놀란 가슴에 얼굴이 상기되어
직원에게 물었다.
"아니 옷 값이 왜 그렇게 비싸요?."

"김연주 옷이잖아요!." 라고 쏘아 붙인다.

"김연주가 누군데요?"

"어머!
패션 디자이너 김연주도 몰라요?."

친구는 사태가 심각해 보이는지
나를 얼른 데리고 매장을 빠져 나왔다.

"김연주가 누군데 옷 값이 저렇게 비싸?
금으로 은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친구는 깔깔 웃으며
"그동안 내가 보낸 옷들이 다 김연주 옷이야!
보통 그 정도 가격이 다 되는 옷들이었어."

집으로 돌아온 나는 흥분하여
이 놀라운 사실을 아들에게 말했다.

나의 말을 다 들은 아들은
"엄마가 그 옷이 비싼 옷인 것을
전혀 모르게 한 것은 주님의 크신 은혜예요.
은혜의 첫번째는 가난한 교회 사모가
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우선 덕이 안 되었을 것이고
둘째는 비싼 옷인줄 알았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신나게 나누어 주지는 못 했을 것이고
셋째는 이웃과 나누지 못했다면
두 벌 옷이 있으면 나누어 주라는 주님의 말씀을
불순종 한 것이 되었을테니까요.
그러니까 이것은 무조건 주님의 크신 은혜였어요!."

아들의 말은 그대로
주님의 말처럼 내 가슴에 박혔다.
그 말이 맞아!

시장에 나갔더니
그 날 따라
채소 장사, 생선 장사, 떡 장사...
모두 내가 준 옷들을 입고 있었다.
한복집 아들이 결혼을 한다고
한껏 멋들을 내고 나온 것이다.

"우리 동네는 온동네가 온통 김연주 패션이네!."

집에 돌아와 보니
그 날 내가 골라 놓았던 투피스 한 벌이
소포로 보내어 왔다.

그 옷은 7년째 옷장 제일 앞에 걸려 있다.
내 친구의 사랑의 증표로...
우리 동네 이웃들을 예쁘게 입혀 주고 싶어 하시는
주님의 마음으로...
본래 사랑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를
사랑 많은 사람으로 만들어 선전해 주고 싶어 하시는
주님의 깊은 뜻을 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