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하나 내 힘으로 이겨내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
      죽을 병 걸린 것도 아닌데 환자처럼 누워있는 것도 할 짓은 못된다.
      약기운에 자꾸 자리에 눕게 되는 이유도 있지만
      눈 감으면 떠오르는 것들은
      참으로 많고 다양하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부터 차근차근
      손으로 넘기지 않아도 잘 넘어가는 자동앨범처럼
      그렇게 기억들을 넘겨가며 죽은 듯 누워있다.

      쿨럭일 때 마다 육신에서 나오는 건강하지 못한 찌끄러기들은
      찌들은 내 영혼이 갈기갈기 조각난 결정체.
      더 이상 뱉어낼 것도 없이 남김없이 토해내자
      몸이 가뿐해지는듯 하다

      엉뚱하게 비상을 꿈꾸며
      창문을 열고 날개 짓을 해본다.

      노랗고 붉은기운 돌던 색은 온데간데 없고
      연초록의 나무잎들이 물이 올라 단장을 시작하고 있다.
      연초록의 강도가 진하고 덜하고에 따라
      뒷산은 하나의 화폭이었다.

      그 화폭에 나는 한마리 새가 되어 여기저기 날아본다.
      아직도 나는 비상을 꿈꾸고
      떨어지는 꽃잎에 눈물을 흘리는
      16세 소녀로만 남고싶은 것이다.

      날개를 달고 훨훨 날고 싶은
      철없는 50 인 것이다.



      2004년 4월 22일 날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