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열면 .....**








    어제 내린 단비가

    푸석한 땅 속으로 스며들며

    온 몸으로

    목마름을 걷어 갔습니다



    마른 흙 사이로

    단숨에 숨어 든 빗방울은

    숨이 막힌듯

    또르르 재주를 넘고



    알맞게 젖은 흙더미 위에

    먼지를 떨어내고

    흠뻑 취한 모습으로 살랑대는 잎새가

    바람을 떠 안으며

    입맞춤 합니다



    끝나지 않을것 같던 기다림은

    떠밀려 온 구름의 앙탈에

    맥없이 주저 앉아 통곡을 하고



    잿빛 구름은

    울음의 끝자락에서 비를 모아

    빼꼼히 열린 가슴을 두드리며

    후두두둑

    굵은 빗줄기를 쏟아 냅니다



    뿌연 먼지에 가려 숨겨진

    그리움이

    기다란 목 다시 세우며

    온 몸으로 비를 맞는데



    빗장 지른 마음 자리에

    겁에질린 눈망울처럼 매달린

    기억 하나가



    열린 문 틈 사이로

    살며시 발 들여 놓으며

    소리없이 마음을 열어 제낍니다



    이제

    이 비가 그치면

    열린 자리로 한줄기 햇살이 내려와

    나를 보듬어 주겠지요



    촉촉히 젖은 마음엔

    싱그러운

    희망의 싹이 트겠지요



            사월 열여드레 밤에

                       글 : 한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