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1)

저 언덕길 돌아 서면
홀로 계실 우리 엄~마

모처럼 어머니를 뵈오러 인천에 왔다.
남편은 청평 시부모님께 갔다.
이번 주간이 시간적으로 빠듯할 것 같아서
우리 부부는 서로 뿔뿔이 부모님을 찾기로 했다.
같이 못가는 죄로
남편 손에는 바리바리 들려 보내고
나는 빈손이다.

저 멀리 어머니가 계신 집이 보이는
한 켠에서 과일을 사기로 했다.
딸기와 오렌지, 참외가 주 상품이다.
이 세가지 중에
어머니가 좋아 하시는 과일은 무엇일까?
어머니 몸에 좋은 과일은 무엇일까?
잠깐 기도했다.

"과일 사면서 기도 하는 거예요?"

"예.
우리 어머니가 어느 과일을 좋아 하는지
우리 어머니 몸에 어느 과일이 좋은지
나는 몰라도 우리 하나님은 아시거든요."

"그럼 오렌지 사세요.
딸기는 제가 거저 드릴께요."

"왜 딸기를 거저 주세요?"

"딸기가 덜 싱싱해서 돈 받고 팔기에 좀 그렇거든요.
여기 있는 6박스 다 드릴께요.
아마 반은 먹을만 할거예요."

"그럼 저에게는 한 박스만 주세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무료로 나눠 주면
얼마나 좋아들 하겠어요"

"이 동네는 과일 사면서 기도하는 이쁜 아줌마가
하나도 없어서 안줄랍니다.
공짜로 주고도  좋으니 그르니 하는
궂은 소리 들을 까닭이 없지요."

오렌지 한 망을 샀는데
딸기 6박스를 거저 받았다.

반가히 나를 맞이 하던  어머니는
"돈도 없는데 왠걸 이렇게 많이 사가지고 다니냐?"

걱정하시던 어머니는  
딸기는 거저 받은 거라고 하니까
한결 마음이 놓이시나보다.
눈 밝은 내가 잘 골라 보라고 하신다.
좋은 것만 고르니 6박스가 4박스가 되었다.
어머니는 그 딸기를 옆집에 한 박스씩 나누어 주었다.

"따님은 손도 참 커요.
동네방네 딸기를 돌리게 많이 사오니...
우리 애들은 자기들 먹고 갈 것도 안사오고
인색을 떤답니다."

딸기를 받으면서 칭찬하는 소리와
어머니의 흐뭇한 웃음소리가 겹쳐
아름다운 화음을 이룬다.
기도는 오렌지 한 망에
딸기 6박스가 보너스로 오는 것!

기도는 우리가 구한 것보다
더 좋은 것으로
더 많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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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2)

큰 애가 학교 기숙사로 떠나지 못하고
서성인다.
"엄마! 이번이 마지막 등록 기간이예요.
장학금 신청 한 것이 속속 발표가 나는데
저는 다 떨어졌어요."
이번이 4차 등록 기간이여서 곧 제적 처리가 될텐데요."

"아무려면 주님이 네 등록금 마련 안해 주겠니?
마지막 날까지 기다리고 믿어라."

큰 애는 이번에 학비의 반액 장학금만 확정되었기 때문에
나머지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여러 곳에 장학금 신청을 했는데
한 사람에게 이중 수혜는 잘 되지 않아
신청한 곳곳에서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다.

인천 어머니를 뵙고
자정이 다 되어 집에 와 보니
큰 애가 나를 덥석 안으며

"엄마! 드디어 등록금이 해결됐어요!
가장 늦게 발표 되는 것에
제 이름이 있어요.
이번 것이 장학금도 제일 많아요!."

"그것봐라!
뭐든지 제일 나중에 호명되는 것이
최고 잖니?."
큰 애는 단지 3명에게만 주는 장학생에 선발이 되었다.

기도는 늦게 응답 될수록 만선으로 돌아온다.
가득가득 채워 오느라고
다른 배보다 조금 늦게 오는 것 뿐이다!